커지는 ‘북원추’ 문건 의혹… 전직 공무원도 “내부용 아냐”

커지는 ‘북원추’ 문건 의혹… 전직 공무원도 “내부용 아냐”

“조직 생리상 지시 없이 만들 수 없는 주제와 내용”… 국민의힘은 국조요구 이어가

기사승인 2021-02-03 05:00:09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공개한 논란의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보고서 사본.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동 보고서는 향후 북한지역에 원전건설을 추진할 경우 가능한 대안에 대한 내부검토 자료이며,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님.”

이는 대북 원전건설 지원사업에 대한 의혹이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거짓’ 일축에도 불구하고 거듭 확산되자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언론 등에 공개한 의혹의 중심에 있는 6장짜리 보고서의 첫 장 최상단에 기입된 내용이다. 

이를 근거로 청와대와 민주당은 야당의 문제제기를 ‘상상쟁점’, ‘구시대의 유물정치’, ‘북풍공작’ 등으로 표현하며 정면으로 부정했다. 이 대표는 2일 국회 본회의에서의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기억하는 한 정상회담에서 북한 원전은 거론되지 않았고,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한 USB에도 관련 언급은 전혀 없다”고 의혹을 거듭 부인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제1야당 지도자들이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었다. 묵과할 수 없는 공격을 대통령에게 가했다”며 “거짓주장에 책임을 져야 한다. 선거만 닥치면 색깔공세를 일삼는 절망의 수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도 전날(1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야당의 행태를 ‘유물정치’라고 혹평하며 이례적으로 날을 세웠다.

하지만 의혹은 끊이지 않고 오히려 확대되는 양상이다. 심지어 공무원 조직 내에서도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들이 흘러나온다. 산업부가 1일 공개한 자료가 통상적으로 작성되는 문서와는 양식이나 전제 방식에 차이가 있으며, 절대 일선 실무급 공무원 선에서 사전검토를 위한 자체생산 자료일 수 없는 주제와 내용을 다루고 있어 상부지시가 있었을 것이라는 식이다.

업무 특성으로 인해 산업부와 7년여를 함께 했던 전직 공무원 A씨는 “공무원 조직의 생리로 볼 때 절대 실무공무원이 검토를 위해 만들었을 수 없는 자료”라며 “상부의 높은 곳 지시 없이 고유사업도 아닌 북한 관련 사업을 탈원전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어느 공무원이 일을 만들어서 할 수 있냐. 이건 상식의 문제”라고 정부여당의 해명을 부정했다.

이어 “어느 공무원도 북한과 관련된, 그것도 원전을 지원하는 등의 사업관련 보고서를 마음대로 만들 수 있겠냐. 솔직히 상부 지시 없이는 불가능하다”면서 “만약 ‘아이디어’ 차원이었다면 대북제재와 관련된 공동의사결정기구에 대한 언급부터 시작하진 않을뿐더러 이처럼 구체적인 추진방식이나 향후 조치에 대한 사항까지 서술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국회 본회의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는 동안 국민의힘 의원들이 호통과 야유를 보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이같은 A씨의 의견이 개인의 생각으로 치부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은 해당 보고서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해 논평으로 발표했다. 배준영 대변인은 2일 오후 “산자부 공무원에 의해 지워진 17개의 파일 중 하나인 6장짜리 문서를 본 전문가들의 반응”이라며 3가지를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해당 자료를 두고 ▲이런 전제를 단 보고서 양식은 거의 본 적이 없다 ▲이 보고서를 쓴 공무원은 차후의 책임을 두려워하고, 회피하려 한다 ▲이 보고서는 분명히 내부부서 뿐 아니라 상위기관에 보고됐다는 식으로 풀이했다. 

이를 두고 배 대변인은 “당시는 정권이 원전의 경제성과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원전 시대를 마감하려는 서슬이 시퍼렇던 시기였다”면서 “어떤 실무 공무원이 상부의 지시 없이, 그리고 검토한 사항에 대한보고 없이, 이런 국가사업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마무리 할 수 있겠는가. 하루라도 공직에 있던 사람들에게 붙잡고 물어보라”고 확신에 찬 듯 말했다.

나아가 “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낡은 북풍 공작’이라는 말이나,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의 ‘법적 대응보다 더한 것도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들을수록 더 의아해진다. 왜 그렇게 당황하고 목소리를 높이나. 제1야당 대표에 대해 법적조치까지 할 만큼 두려운 상황은 과연 무엇인가”라고 반문하며 정부여당의 반응이 의구심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국민이 궁금해 하는 사실을 투명하게 밝히면 될 일이다. 꼬리 자르기가 아님을 증명해 달라”면서 “국민의힘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진상조사규명특별위원회를 통해서 그리고 국정조사를 통해 전반적인 의혹에 대해 낱낱이 밝히겠다”고 국조와 진상조사특위 구성을 거듭 제안했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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