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사 주세요’, 제발 먹어주세요’ SNS를 좀 해봤다 하는 사람이라면 들어 본 표현일 텐데요. 무엇을 해달라는 요청이긴 한데 먹어달라니. 문장을 처음 접한 사람에게는 어색한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것은 자신이 경험한 최적의 선택을 알리고 공유하려는 이들이 최근 즐겨 쓰는 표현입니다. 소소한 생활 팁에서부터 인생의 고비를 넘기고 쓴 경험담까지. 좋은 건 나누고 보자는 한국 네티즌의 특성이 담겼죠. 과연 홍익인간 정신에 뿌리를 둔 민족입니다.
문제는 이것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겁니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각종 SNS에는 많은 이가 ‘팔로잉’하는 유명 계정이 있습니다. 이 계정들이 다루는 정보는 영화, 음악, 요리, 유머, 생활 정보 등 매우 다양한데요. 이렇게 사람이 모인 계정에는 으레 이상하고 불편한 게시물이 보입니다. 많은 네티즌의 추천을 받은 글처럼 위장한 상업광고 이야기입니다.
온갖 형태가 있습니다. 어떤 제품에 대해 이야기 한 유명 게시글을 여기저기서 캡처해 게재합니다. 캡처된 이미지는 여러 개입니다. 그리고 이미지와 별개로 ‘광고 포함’이라는 문구를 적어 놓습니다. 그걸 보는 사람은 많은 이미지 중 무엇이 광고인지 모른 채 정보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광고 표기를 했다면 그나마 양심적인 게시물에 속합니다. ‘트위터 인기 글’이라며 올라온 여러 장의 트윗 캡처 이미지. 이 속에는 마치 후기인 양 제품명을 써 놓고 좋다며 홍보하는 트윗이 섞여 있습니다. 1200명이 넘는 네티즌이 ‘마음’ 그러니까 ‘좋아요’를 눌렀다고 표시된 트윗은 실제 찾아볼 수 없습니다. 광고를 위해 만들어진 이미지입니다.
충격적인 것은 누군가 간절한 마음으로 쓴 글까지 광고로 이용한다는 것입니다. 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완치자가 본인의 경험담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코로나19 후유증으로 퇴사를 하고 힘든 나날을 겪고 있다는 작성자는 네티즌에게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역설했습니다. 본인과 같이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을 잃지 말라며 어렵게 글을 쓴 것이죠. 게시물이 급속도로 퍼진 뒤 어느 날 SNS에 캡처 이미지가 올라왔습니다. 작성자의 글을 교묘하게 베낀 후 특정 손 소독제 광고를 추가해서 말이죠.
광고인 듯 광고 아닌 광고들. 저작권이나 도의 없이 광고를 제작하는 사람과 돈이라면 무엇도 개의치 않고 광고를 노출하는 사람의 합작품이 오늘도 당신의 휴대전화 안에서 떠돌고 있습니다. 쏟아지는 가짜뉴스를 구별하기도 바쁜데 머리를 식히러 들어간 SNS에서도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 한다니. 이런 광고를 제재할 마땅한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이용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결국 정보 수용자의 노력이 요구됩니다. 편리하고도 피곤한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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