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쿠키뉴스 취재 결과, 대상그룹, 풀무원, CJ제일제당 등에서 파오차이라고 표기한 김치 제품을 중국에 팔고 있다.
대상그룹이 운영하는 종합 식품 브랜드 ‘청정원’과 김치 브랜드 ‘종가집’은 김치를 파오차이라고 쓴다. 풀무원의 중국 법인 ‘포미다식품’은 제품에 ‘切件泡菜’(절건포채·칼로 자른 파오차이)라고 적은 김치를 판매 중이다.
CJ제일제당 한식 브랜드 비비고는 김치를 넣은 조리 식품을 중국에 판매한다. 가정간편식 두부김치찌개는 ‘泡菜汤’(포채탕·파오차이 찌개), 김치군만두는 ‘韓式泡菜煎饺’(한식포채전교·한국식 파오차이 군만두)로 표현한다.
한국 기업이 김치를 파오차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 식품안전국가표준(GB) 때문이다. 중국은 자국 내 유통·판매되는 식품의 기준 규격을 GB로 관리한다. GB에 표기된 용어와 위생요건 등을 따르지 않으면 판매가 불가하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행 GB에서는 김치를 파오차이로 분류한다. 파오차이라고 표기해야만 김치를 팔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2013년 김치의 브랜드화와 중국인의 김치 이해 제고를 위해 만든 ‘신치’(辛奇)를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 관계자는 “신치로는 동치미, 백김치 등 다양한 김치를 포괄할 수 없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서는 현지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다”며 “파오차이 논란은 기업 혼자 해결하기 힘들다.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문제는 식품업계의 파오차이 사용이 중국 정부 ‘김치공정’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 기업은 최전선에서 중국 소비자에게 김치를 알리는 위치에 있다. 자국 음식의 정확한 이름을 사용할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박기태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 대표는 “최근 중국이 주 유엔대사와 유튜버 등을 활용해 정부 차원에서 김치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한국 기업이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표기한 제품을 일본에 수출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반문했다. 박 대표는 “국제 상황이 급변한 만큼 기업도 국민 정서에 발맞춰 파오차이 표기를 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정부와 기업의 협력을 통해 올바른 ‘이름찾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변지원 방송통신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는 “중국은 국가차원에서 ‘표준화’ 작업을 중시한다. 사물의 이름을 국가가 관리한다. 중국과의 관계에서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며 “한국에는 중국의 표준화 작업에 대응할 부처가 없다.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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