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재·보궐선거, 정계 대격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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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정책·정치 불신 극심한데 당권에 대권 경쟁까지… 정국 ‘혼란’ 불가피

기사승인 2021-04-05 05:00:16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정치권이 4·7 재·보궐선거에 매진하는 이때, 그 뒤를 걱정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선거를 마치면 대선까지 채 10개월도 남지 않아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시기인데다, 그 사이 여·야 모두 당대표를 뽑고 개혁과 변화에 대한 대국민 약속을 이행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평론가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정국이 혼란에 휩싸이며 포퓰리즘 정책과 선심성 공약이 난무하고, 네거티브(비방)성 정쟁이 판칠 것을 우려했다. 본격적인 대선국면에 들어설 10월에는 국정감사까지 예정돼 정작 다뤄야할 법안과 돌봐야할 민생도 뒷전으로 밀려날 것이란 걱정도 한다.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선거결과와는 별개로 선거가 끝남과 동시에 정계개편이 시작된다”며 “야권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끝나고, 당을 재편해야하는 상황이다. 김종인 체제 연장여부와 안철수 국민의당 합당, 아직 불투명한 차기 대권주자의 선출까지 복잡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권의 혼란도 예견했다. 박 교수는 “현재 전망처럼 여당이 서울과 부산시장 모두를 잃을 경우 엄청난 정계개편에 휘말릴 것”이라며 “4월 말이면 당 대표를 뽑을 전당대회를 열어야 하고, 대권주자를 내세워야 하지만 대통령 마케팅이 사라지고 레임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만큼 재·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달라질 세력구도와 경쟁관계로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했다. 

여야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사진은 김성원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여당과 청와대를 향해 강한 불만을 토로하는 모습=연합뉴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과학과 교수도 비슷한 말을 남겼다. 신 교수는 “만약 야당이 재·보궐선거에서 이기게 되면 정계개편의 중심축을 야당이 가져간다. 안철수 국민의당과의 합당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 합류도 흐름이 될 것이다. 김종인 체제가 이어질 가능성이 굉장히 농후하지만 제3지대 형성에 대한 말도 있고, 당권 도전자들도 우후죽순 나타날 것”이라며 예상하는 대대적 변화를 나열했다.

여당에 대해서도 “지금 (당권 경쟁이) 3자구도인데 선거결과가 참패로 결론 날 경우 친문(친문재인)인 홍영표가 당권을 잡긴 힘들어져 비문이 당대표가 될 텐데, 주류는 그래도 친문이기에 갈등이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 등으로 여론도 굉장히 안 좋은데 한미관계도 삐걱거릴 가능성이 높다”며 “복잡하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2019년 중순, 일명 ‘조국 사태’로 대변되는 혼란을 시작으로 삐걱이던 정국이 당 대표 경선과 정계개편, 대통령 선거와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현상)까지 겹쳐 복잡한 역학구도 속에 극도의 혼란이 펼쳐질 것이며, 쉽게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국이 불안정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여기에 전문가들은 불안한 정국에 대선을 앞두고 정치와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진 만큼 악화된 여론을 달래기 위한 법안과 정책이 쏟아질 것이라는 추론에도 한탄 섞인 동의를 표했다. 신 교수의 경우 “여당이 활로를 찾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여태까지 단독으로 법 통과시키고 혼자 독주하다 이 꼴이 났는데 뭘 어떻게 하겠냐”고 강한 비판부터 쏟아냈다.

21대 국회가 시작된 직후부터 여야가 강하게 대립하자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이 중재에 나섰다. 이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회동을 가졌지만 갈등양상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6월 국회 상임위 구성을 두고 갈등국면을 풀기 위한 국회의장 원내대표 회동 장면=연합뉴스

나아가 “지금 잘못했다고 해서 국민들이 그 말을 믿을까. 전혀 믿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의 상황은 국민 입장에서 계속 누적됐던 문재인 정부의 불공정 문제에, 말 따로 행동 따로인 행태가 이어지자 쌓였던 불만을 폭발시킨 상태다. 따라서 지금 뭘 하고 바꾼다고 바뀔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싑게 말해 답이 없다”고 여당이 직면한 위기를 냉정하게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미래를 희망적으로 바라보는 모습이 곳곳에서 관측되고 있다. 전·현직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등 주요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대선 후보를 이미 염두에 두고 재·보궐선거 이후 합류할 것이라는 말들을 공공연히 하며 줄타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대선주자들 역시 대권도전의 시간표를 짜는 모습이다. 

심지어 직전 당 대표이자 ‘상왕’으로까지 불리는 이해찬 전 대표는 지난 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보궐선거에서 진다고 해도 다음 대선에서 약간의 장애물이 생기는 것일 뿐”이라며 “훨씬 더 순탄하게 갈 수 있는 걸 약간 장애물이 생긴다고 보면 된다. 말하자면 비포장도로로 간다고 보면 된다”고 대선양상을 낙관적으로 보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에 향후 정국의 혼란은 더욱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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