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최 회장은 대한상의회장 자격으로 한미 경제인 간담회에 참석하는 등 한국 재계를 대표해 민간 외교에도 힘을 보탤 예정이어서 국내 경제의 '최태원 역할론'도 주목받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의 해외 출장은 지난해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 이후 15개월 만이다. 그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해외 출장을 자제해 왔다.
최 회장은 미국에 약 1주일간 머무르며 현지 정·재계 인사들을 차례로 만나 한미 간 경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 예정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의 주 의제로 반도체와 바이오, 배터리 협력이 거론되는 만큼 최 회장의 역할론에 무게가 실린다. SK그룹은 반도체(SK하이닉스)·배터리(SK이노베이션)·바이오(SK바이오사이언스) 등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 다른 기업은 전문경영인이 방미(訪美) 길에 오르지만, SK는 총수인 최 회장이 직접 건너갔다는데 의미가 크다. 다른 기업과 달리 SK는 미국 현지 투자에 대한 총수 결정이 즉각 실행될 수 있어서다.
이에 국내 재계는 SK를 포함 삼성, 현대차, LG 등 4대 그룹이 한미정상회담에 풀어놓을 '40조 선물 보따리' 외에 최 회장이 추가 투자계획을 발표할지 주목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州)에 배터리 1, 2 공장을 건설 및 가동 중인데 3조원 규모의 3, 4공장을 추가 건설을 검토 중이다. 또 SK이노베이션은 포드와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설립하는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SK이노베이션은 합작사가 투자하는 6조원, 현재 건설 중인 조지아 1,2 공장 3조원 등 총 9조원의 직간접 투자 외에도 향후 시장 확대를 고려해 지속해서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바이든 정부에 있어 배터리는 중국과 무역 분쟁에서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한다. 현재 배터리 생산량에서 중국이 미국보다 우위에 있다. 이에 미국은 중국 배터리에 의존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과 무역분쟁에서 배터리로 목을 잡힐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SK가 미국 현지 배터리 사업을 확장하며 바이든 정부의 구원군으로 등장한 것이다. 최 회장이 미국에 풀어놓은 선물로 문 대통령의 체면을 살려줬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문 대통령도 귀국길에 SK이노베이션 조지아주 공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배터리와 반도체 등 미래 기술 육성을 강조하며 기술 패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기술 경쟁은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 뒤처진 것이 현실이며 배터리와 반도체 등 미래 기술을 압도적인 수준으로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 이후 문 정부가 거는 최 회장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최근 재계와 소통하겠다고 밝힌 데다, 대한상의가 그간 재계와 정부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해오고 있어 최 회장과 문 대통령 사이의 핫라인 구축 가능성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한편 최 회장은 상의 회장으로 정·재계 인사를 두루 만나 기업 규제법 완화와 정부의 지원을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상의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국회를 방문해서는 기업 규제 완화에 대한 경제계 입장을 전달하고 공감대를 끌어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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