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기창 기자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서 젊은 세대를 등에 업은 이준석 후보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가 ‘쇄신’을 외치며 지지를 호소 중인 가운데 이와 맞물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권행보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 사이의 접점이 늘어나고 있다. 그는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윤 전 총장이 윤 의원에게 먼저 “정치를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후에는 정진석‧권성동 의원 등 국민의힘 중진과의 만남도 성사됐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에게는 전화를 걸어 “생각이 깊어진다.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아울러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 역시 “지난달 22일 윤 전 총장과 통화를 했다. 제3지대행과 신당 창당에 관해 부인했다”고 전한 바 있다.
퇴임 이후 입장을 정리하기 전까지 정치인을 만나지 않겠다며 잠행을 이어가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흐름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4·7 재보궐선거 사흘 뒤인 지난달 10일 어떤 사람이 찾아와 몇 분 후 전화가 올 테니 좀 받아 달라고 해서 받았다”면서 “한번 시간이 되면 만나보자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다고 전하며 “(윤 전 총장이)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그다음에는 제3자를 통해 만남을 피해야겠다는 연락이 왔다. 그래서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갔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은 2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할 얘기가 하나도 없다”고 했다.
이러한 변화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여러 각도로 해석하고 있다. 우선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합류가 기정사실이라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특히 외부에서 관망하던 과거와는 다르다는 분석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차지하며 ‘새 정치’라는 바람 속에 팬덤이 형성되길 내심 기대했음에도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한 정치 평론가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는 “윤석열의 지지도는 사실상 반사이익이다. 그런 지지도는 쉽게 사라진다”며 “밖에서 제3지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지지자들이 생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결국 기성 정치판으로 뛰어든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와 맞물려 최근 들어 윤 전 총장의 물밑 움직임이 더욱더 빨라졌다는 분석도 있다. 과거와는 달리 윤 전 총장의 행보를 지속해서 공개하는 이유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준석 현상’과 연결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바라보는 윤 전 총장의 시선이 다소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견제구인 셈이다.
가장 큰 이유로는 젊은 세대의 지지를 얻어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이 후보의 ‘쇄신론’이 꼽힌다. 당 혁신의 칼날이 윤 총장에게 향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전직 야당 의원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이준석 당대표’ 체제에서는 윤 전 총장 역시 ‘꼰대’와 ‘구세대’ 이미지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새 정치’에 관한 기대가 이 후보에게 쏠릴 수 있다는 해석이다.
더불어 “윤 총장 주변에서는 당대표에 이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최악이라는 말이 나왔다. 입당 자체가 어려워진다”며 “일각에서는 검찰총장을 한 사람이 나이 어린 대표에게 머리를 숙일 수 있겠느냐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 후보가 당 외부 인사에 관해 지속해서 부정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것 역시 또 다른 부담이다. 이 후보는 최근 경선 과정에서 이른바 ‘통합 버스’를 언급하며 ‘국민의힘 자강론’에 힘을 실었다. 특히 이 후보가 사실상 ‘유승민계’라는 특수성 탓에 윤 총장의 입지가 다소 불안해졌다는 해석이다.
지난 1일 열린 토론회에서도 이에 관한 우려가 나왔다. 나경원 후보는 이 후보를 향해 “이 후보는 윤 전 총장이 탑승하지 않아도 통합버스는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와의 통합도 어렵다면 이준석 당대표 체제로는 야권 통합이 멀어진다는 우려가 깊다”고 비판했다.
한 전직 의원 역시 이러한 분석에 동의했다. 그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의 만남조차 피했던 윤 전 총장이 이제는 야당 의원들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 게다가 이를 스스럼 없이 공개하고 있다”며 “이는 전당대회에 나선 특정 후보를 견제하기 위한 다분히 의도적인 정치적 행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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