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근절 외쳤는데…청와대 참모들 잇단 부동산 논란

투기 근절 외쳤는데…청와대 참모들 잇단 부동산 논란

기사승인 2021-06-27 18:35:20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김기표 반부패비서관 경질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기에 앞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핵심 참모가 또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퇴했다. 이번엔 김기표 청와대 반부패수석비서관이다. 일각에선 청와대가 인사검증 과정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7일 브리핑에서 “김기표 반부패비서관이 문재인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고, 문 대통령은 사의를 수용했다”며 김 비서관은 투기목적으로 부동산을 취득한 게 아니더라도 국민이 바라는 공직자의 도리와 사회적 책임감을 감안할 때 더 이상 국정운영에 부담이 돼서는 안 된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25일 공개한 고위공직자 수시재산등록사항에 따르면, 김 비서관은 39억2000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이 중 부동산 재산은 총 91억2000만원가량, 금융 채무는 56억2000만원에 달했다. 이에 김 비서관이 고가의 주택·건물 매입 자금을 이른바 ‘영끌(영혼 끌어모으기) 대출’로 마련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 비서관의 부동산 재산 중 광주 송정동 임야는 도로가 연결돼있지 않은 ‘맹지’(盲地)로 알려졌으나, 송정지구 개발로 신축되고 있는 아파트·빌라 단지와 인접해있어 투기성 매입으로 의심받았다. 김 비서관이 해당 임야 일부와 붙어있는 땅 또한 소유하고 있었으나 재산신고를 아예 하지 않은 점도 뒤늦게 드러났다. 김 비서관은 “해당 토지는 광주 도시계획조례(50m 표고 이상 개발 불가)로 개발행위가 불가능한 지역이고, 자금 사정이 좋지 않던 지인의 요청으로 부득이하게 취득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여론을 뒤집지는 못했다. 

김기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사진=청와대 제공.
청와대 참모들의 부동산 투기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3월 김의겸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 서울 동작구 흑석동 재개발 지역 내 25억7000만원 상당의 복합건물을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당시 김 의원은 “아내가 상의 없이 투자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결국 대변인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의원은 이후 고향인 전북 군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를 원했으나 민주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다. 문제가 된 건물은 이후 34억5000만원에 되팔았다. 김 의원은 당시 세금 등을 제외한 3억7000만원을 한국장학재단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올해 3월에는 김상조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이 임대료 인상 폭을 5%로 제한한 임대차 3법 시행 직전에 본인 소유 강남 아파트의 전세 보증금을 14.1% 올려 논란에 휩싸였다. 청와대는 김 실장의 아파트 전세보증금이 주변 시세보다 낮았고, 현재 김 실장이 전세로 거주하는 성동구 금호동 아파트의 보증금이 크게 올라 목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부동산 정책을 직접 챙기는 청와대 핵심 참모로서 적절치 못한 거래였다는 지적이 나왔고, 김 전 실장은 문 대통령에게 직접 사의를 표했다.

연이은 논란에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김 비서관 사례를 비롯해 김의겸 전 대변인, 김상조 전 정책실장 논란은 모두 청와대의 자체 검증이 아닌, 공직자 재산공개 및 이를 기반으로 한 언론의 취재를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게 문제가 됐다.

국민의힘은 “청와대는 꼬리자르기로 끝낼 생각 말라”며 날을 세웠다. 황보승희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인사검증 과정에서 투기 의혹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무능이고, 알고도 임명을 강행한 것이라면 국민 기만”이라면서 “이참에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과 정부 장·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에 대한 감사원의 부동산 전수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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