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저녁 11시25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시작된 자영업자비대위 시위가 끝나고 30분이 지나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서도 자영업자들의 울분이 터져 나왔다. 자영업자비대위의 연이은 시위였다. 이들은 여의도 기자회견에 이어 차량을 이용해 혜화동 일대를 10~20㎞로 서행하면서 정부 4단계 방역지침 규탄 시위를 진행했다.
15일 오전 12시10분 혜화동 마로니에공원 인근에는 자영업자비대위 관계자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비상등을 켜고 서행하면서 ‘마로니에공원→홍익대대학로캠퍼스→서울대학교병원암병원→서울여자대학교대학로 캠퍼스→마로니에공원’ 구간을 돌기 시작했다.
혜화동에서도 경찰 단속이 계속됐다. 불법 시위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비대위가 차량 500대 규모 시위를 예고하자 서울경찰청은 ‘불법시위’로 규정하고 엄정한 사법처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서울 여의도·광화문 일대 25곳에는 검문소가 설치됐다.
차량 퍼포먼스 시위 장소가 변경된 것도 경찰 제지 이유가 크다. 여의도 집회 일정이 끝나자 경찰 관계자는 자영업자비대위 관계자에게 “차량 시위가 불법이므로 여의도에서 광화문 이동 시 단속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주최 측은 여의도 일정이 끝나자마자 장소를 급하게 혜화동으로 옮겼다.
여의도공원에서 마로니에공원 이동 중 취재진이 마주한 단속 구간은 총 5군데였다. 경찰은 창문을 열고 어디 가느냐며 물었고, 차 내에 시위 도구로 의심되는 것은 없는지 살폈다.
경찰의 주 단속구간은 마로니에공원 인근이었다. 해당 구간에서 경찰이 지나가는 운전자들에게 행선지를 물었는데 그중 한 운전자는 “뭘 잘못했다고, 왜 이것도 못 하게 하는 건데!”라며 쏘아붙였다. 자영업자비대위 관계자였다. 그는 “차량 시위가 뭐가 문제느냐”며 “자영업자들은 어떻게 살라는거냐”고 울분을 토하기 시작했다.
고성이 오가며 5분여간 대치가 지속됐다. “단속구간 통행을 막고 계속 대치한다면 견인 조치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자 결국 운전자는 발길을 돌렸다.
해당 구간에서 언쟁은 자주 벌어졌다. 비상깜박이를 켜고 경찰 앞을 지나가면서 자영업자들은 왜 단속하냐며 따져 물었고, 경찰은 얼른 귀가하라고 전했다.
급기야 단속 때문에 혜화동 일대에서 교통 정체가 빚어지기도 했다. 혜화동 일대를 지나던 운전자 함모(30)씨는 “새벽 시간에 막히는 구간이 아닌데 차가 많아 조금 놀랐다”며 “어디 가느냐며 묻는 경찰들도 많아 놀랬다”고 당혹감을 전했다.
자전거를 타고 산책 중이던 혜화동 주민 박모(39)씨는 “오늘 자영업자들이 시위한다고 해서 그렇게 알고 있었다”며 “차량 시위라 문제가 안 될 줄 알았는데, 경찰들이 이렇게나 동네에 많이 나와 있는 모습을 보니 조금 무섭다”고 삼엄한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현장에서 자영업자비대위 관계자는 “다른 시민께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차량 시위에 나섰는데 경찰이 대학로에서 부당하게 1인 시위 통제를 하면서 전차선을 통제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퍼포먼스는 이날 오전 1시10분 마무리됐다. 이날 혜화경찰서 관계자는 차량 시위 퍼포먼스에 나섰다 적발된 자영업자비대위 차량은 40여대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위가 끝난 건 아니다. 자영업자비대위는 2차 시위도 예고했다. 15일 저녁 11시부터 이튿날 새벽 1시까지다. 장소는 KT광화문빌딩으로 예고됐으나 1차 시위처럼 경찰 제지로 장소가 변경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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