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정이 다 떨어졌습니다.”
1군에 모습을 드러낸 2013년 당시부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의 팬이었던 A(28‧창원)씨는 앞서 NC 선수단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확진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졌다.
일상생활에서의 우연적인 감염이 아니라, 방역 수칙을 어기고 원정 숙소에서 외부인과 술자리를 가졌다는 추가 보도를 접한 뒤에는 깊은 배신감까지 느꼈다.
A씨는 “커뮤니티를 즐겨하는 편인데, 타 구단 팬들이 NC에 손가락질을 해도 할 말이 없다”며 “NC 선수들의 일탈 때문에 리그까지 중단되지 않았나. 팬으로서 부끄럽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5일 NC는 두산과의 3연전을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 이 때 박석민과 박민우, 이명기, 권희동 등 4명은 원정 숙소인 호텔에서 여성 2명과 만나 사적인 술자리를 가졌다.
그 결과, 도쿄올림픽 야구 대표팀 자격으로 백신을 접종한 박민우를 제외한 인원들이 모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NC와 경기를 치른 두산 베어스 선수단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KBO 사무국은 12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리그 중단을 결정했다. 이는 리그 40년 역사상 처음이다.
A씨는 특히 박민우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매번 박민우의 유니폼을 입고 야구장을 찾았다는 그는 “야구도 잘하고, 성실하게 야구만 하는 것 같은 모습에 응원했었는데 별 다를 바 없는 선수 였다는 걸 알았다”며 “박민우를 다시 응원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제 9구단으로 KBO리그에 발을 들인 NC는 선진 시스템 등을 도입해 빠르게 강팀의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결국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하며 창원 시민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논란도 끊이질 않았다.
일부 선수가 승부조작에 연루됐고, 이를 구단이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외국인 선수의 음주운전 사실을 구단이 나서 직접 숨기기도 했으며, 2019년엔 구단 프런트가 수차례나 불법 사설 도박 베팅을 한 것이 드러나 홍역을 치렀다. 재발 방지를 약속했으나 그 때뿐이었다. 구단의 핵심 가치인 정의와 명예, 존중이 전혀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 탓에 한때는 NC의 약자를 따 ‘뉴 크라임(New Crime‧신흥 범죄)’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방역 수칙 위반, 역학조사 허위 진술 등도 모자라 리그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의 중심에 서면서 NC 구단의 이미지는 밑바닥까지 추락했다.
또 다른 NC팬 B(30‧서울)씨는 “승부조작, 음주운전 때도 그저 선수들의 일탈이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논란이 반복되는 걸 보면 구단도 문제인 것 같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이제 정말 NC팬 못 해 먹겠다. 야구 좀 잘하면 뭘 하나, 응원 받을 자격이 없는 팀이다. 당분간 야구 볼 일은 없을 것 같다”고 언성을 높였다.
한편 KBO리그 상벌위원회는 박석민과 박민우, 이명기, 권희동에 대해 각각 72경기 출장정지, 제재금 1000만원을 부과했다. NC 구단에는 제재금 1억원의 징계를 내렸다.
이밖에도 NC는 추가 조사 뒤 박석민 등 4명에게 자체 징계를 부과할 예정이다. 김택진 NC 구단주는 지난 16일 사과문을 내고 “사태의 최종적인 책임은 구단주인 저에게 있다”며 “관계있는 구단 관계자와 선수들은 결과에 합당한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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