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한 청년이 서울교사노조의 문을 두드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그리고 서울교사노조의 강령·규약을 꼼꼼히 비교, 분석했다는 그의 입에서 질문이 쏟아졌다. 노조 설립 이유부터 정치색, 뜬소문에 대한 해명까지 요구했다. 취조를 견디다 못해 역으로 물었다. “당신 도대체 여기 왜 왔냐” 김용서(57) 교사노조연맹 위원장과 MZ세대 노조원의 첫 만남이었다.
달라도 너무 다른 이들이 한배를 탔다. 교사노조연맹 3만7000여명 조합원 중 MZ세대인 2030의 비율은 절반을 넘는다. 젊은 노조를 이끄는 50대 위원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2017년 창립된 교사노조연맹은 시·도 및 전국 단위 노조 27개가 모인 연맹체다. 젊은 조합원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2030 조합원은 전체의 53%다. 각 단위 위원장 및 집행부 대다수도 30대로 전해졌다. 같은 시기 전국 노조 조합원 중 2030은 39.5%에 그쳤다.
50대 위원장이 바라본 MZ세대만의 특징은 무엇일까. 공정 중시다. 2018년 김 위원장을 찾았던 청년은 불공정에 의문을 표했다. 당시 유은혜 교육부 장관의 ‘기간제교사 정규직 전환’ 정책이 옳지 않다고 봤다. ‘노량진에서 10년 넘게 공부한 사람들은 뭐가 되느냐’며 청와대·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지만 귀 기울이는 사람이 없어 노조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거침없는 모습이었다”며 “청년은 면담 결과를 정리해 교사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얼마 후, 뜻이 맞는 이들과 함께 우리 노조에 가입했다”고 이야기했다.
이념보다는 실익을 추구하는 것도 MZ세대 노조의 특징이다. 교사노조연맹은 지난 6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에 가입했다. 반발도 있었지만 85.6%의 찬성으로 가입이 결정됐다. 김 위원장은 “노조의 주축이 저처럼 나이 든 세대가 아니기에 ‘어용노조 프레임’ 등 낡은 논리에 개의치 않았던 것 같다”며 “법령 개정과 정책 추진 등을 위해 상급노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교사노조연맹에서 펼치는 현장밀착형 사업과 빠른 소통은 MZ세대 노조원에게 장점으로 다가왔다. 교사노조연맹은 분권형 노조다. 각 단위에서 조합비를 걷어 각자 원하는 사업을 진행한다. 조합비 중 20%만 연맹에 가맹비로 낸다. 각 단위 특색과 현장 상황에 맞는 사업을 펼칠 수 있는 것이다. 소통도 활성화되어 있다. 카카오톡과 밴드 등으로 손쉽게 이야기를 나눈다. 김 위원장은 “1만1000명 규모인 경기교사노조는 밴드를 통해 7500여명의 교사가 실시간 활동한다”며 “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가 음악을 소비하는 것에서 벗어나 이를 전파하듯이 우리 노조에서도 각 조합원이 활발하게 의견을 주고 받는다”고 강조했다.
활발한 소통이 곤혹스러울 때도 있다. 연맹의 결정이 각 단위노조의 이익에 부합되지 않거나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되면 즉각 항의가 들어온다. 김 위원장은 “사업과 정책을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고 실시간으로 토론이 펼쳐진다. 끊임없이 설명이 요구되고 때론 공격을 받는다”면서 “집행부로서는 어렵고 힘들더라도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과제도 있다. 교사의 목소리를 내면서 사회적 공감도 함께 얻는 작업이다. 김 위원장은 “특정 집단의 이해만을 대변하는 노조는 결국 서서히 힘을 잃게 된다”며 “교사들은 학부모·학생의 지지를 바탕으로 했을 때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교사뿐만 아니라 학부모·학생을 위한 활동도 함께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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