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2021] 한국판 '브래이킹 배드'…감기약으로 필로폰 만드는데 관리 허술

[국감 2021] 한국판 '브래이킹 배드'…감기약으로 필로폰 만드는데 관리 허술

대마 수경재배 방법도 쉬워…마약류 관리 구멍 지적

기사승인 2021-10-08 18:33:44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마약류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다. 

최종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감기약 성분인 에페드린 등을 활용한 필로폰 제조 우려를 언급했다. 

최 의원은 "브레이킹배드라는 미국 드라마가 있다. 감기약으로 필로폰을 제조하는 이야기인데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한 일"이라고 말하며 준비한 감기약을 들어보였다. 

그는 "660알의 감기약을 사는데 15분이 걸렸다. 이 정도면 39.6g의 필로폰을 만들 수 있다. 시가로는 2800만원이고 1100명 정도가 흡입할 수 있는 양이다"라면서 "감기약으로 필로폰을 만드는 것이 너무 쉬운데도 규제가 없다. 미국 같은 경우는 에페드린 성분이 있으면 구매 이력을 다 기록하게 되어 있다. 국내는 4일치 이상 판매금지고 신고도 할 수 있지만 보고건수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또 최 의원은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류가 거래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최 의원은 "탤레그램에서 마약 거래하는 걸 살펴봤더니 3만 2000여 명 정도가 접속하고 있었다. 참여자가 있고 마약을 안내하는 사람이 많이 있었다. 판매자와 직접 대화하는 것은 10분이면 됐다"면서 "배달도 쉽다. 이는 대한민국에서 마약이 일상화됐다는 것이다. 고강도 마약뿐만 아니라 성분이 약한 마약도 만연해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식약처에 마약류 불법 광고 관련 사이버 조사단이 있지만 직원이 2명뿐"이라며 "적발 건수는 많았는데, 지난해 3400건, 올해 3490건 정도다. 하지만 수사가 된 건수는 지난해엔 없었고 올해 26건 정도였다. 실효성 문제를 보강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질타했다.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내에서 마약이 유통될 수 있는 구조가 이미 정착돼 있다며 관리 강화를 촉구했다.

허 의원은 "마약 밀수와 밀경이 줄고 있다. 자체적으로 만들어서 판매하는 게 늘고 있다는 거다. 즉 마약이 유통될 수 있는 구조가 이미 정착돼 있는 것"이라며 "유튜브 같은 데 보면, 신발에 (대마) 씨앗을 숨겨서 들어오면 공항에서 안 걸린다, 이걸 수경재배하면서 늘려가면 된다는 내용들이 다 나와 있다. 집에서 배추 키우는 것보다 훨씬 쉽다. (대마를) 구매하는 방법, 키우는 방법이 너무나 다양해졌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의 구매 방법도 찾아봤더니, 의료기관에서 오남용될 것을 알면서도 팔고 있었다. (겉으로는) 절도, 분실됐다고 신고하지만 거짓말이고 팔고 있었던 것"이라며 "마약사범, 마약 재배가 늘고 있는데 정부는 똑같은 방법으로만 단속하고 홍보하고 있다. 시대가 바뀌고 있는 만큼 (관리) 인력을 늘리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마약류 오남용 사건을 막기 위해서 마약류 통합관리 시스템과 심사평가원의 DUR(의약품안전사용) 시스템을 연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 의원은 "최근 10대들이 학교 화장실에서 펜타닐 패치를 흡입하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식약처는 마약류 통합관리 시스템을 통해 의료 기관을 점검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펜타닐 패치 등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처방 등이 의심되는 의료기관 50개소를 경찰청‧심평원과 함께 점검해 44개소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성과는 의미 있는 일이지만 펜타닐 문제만이 아니고 과거부터 사건이 터지고 나서 점검을 하는 사후약방문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 문제"라며 "식약처가 운영하고 있는 마약류 통합관리 시스템을 제대로 관리해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작년 국감에서도 마약류 통합관리 시스템과 심평원 DUR시스템을 연계해야 실시간으로 점검할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 전혀 진행이 안 되고 있다. DUR 시스템을 점검한 것과 마약류 통합관리 시스템으로 점검한 건수가 무려 7만건 이상씩 차이가 난다"면서 "특히 비급여 의약품은 누가 처방하고 구매했는지 알 수 없는 구조인데 실시간으로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연계되지 않는다면 계속 뒷북만 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강립 식약처장은 "서 의원님의 지적, 제안에 따라 마약류 취급 정보와 DUR시스템을 연계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전체적인 것은 아니지만 부분적인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있다"면서도 "지금 단계에서는 괴리를 완전히 파악하고 고 예방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여기에 더해 데이터를 활용해서 분석하는 내용까지 추진하고 미흡한 점을 계속 보완하겠다"고 전했다. 

또 김 처장은 허 의원의 지적에 대해서도 "과거 일부 특수 계층에서 주로 소비됐던 마약이 최근 일반인들에게 많이 확산됐고, 특히 젊은층으로 (연령대가) 내려가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우리도 갖고 있다. 더군다나 온라인이나 새로운 유통 경로를 통해서 파악이 어려운 방법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들이 점점 빈번해지고 있기 때문에 전통적인 방식의 단속이나 점검을 통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구멍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우선은 임시로 국장급으로 2개과를 운영하고 있지만 수사당국간 연계가 유기적으로 되지 않으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며 "새로운 소비 관행 등을 염두해 두고 종합적인 방안을 만들겠다. 관계 부처들과도 협의를 할 것"이라고 했다.
 
에페드린 구매 규제와 관련해선 "국회에서 에페드린 구매 규제 법안을 국회서 논의한 적이 있지만 당시 지나친 규제라는 이유가 있었다. 합리적 규제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