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이 정도까지 할 줄 몰랐다. 지난 15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마이 네임’에서 배우 한소희는 액션 배우로 거듭났다. 액션 몇 장면을 소화한 수준이 아니다. 한소희가 맡은 지우의 액션을 중심으로 설계된 작품이라 할 정도로 비중이 많고 액션의 종류도 다양하다. 한소희를 처음 본 외국인 시청자가 그를 한국의 액션스타로 기억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8회 동안 뛰고 맞고 때리고를 반복한 한소희는 두 달 전만 해도 JTBC ‘알고있지만,’에서 마법처럼 사랑에 빠진 조소과 대학생 역할을 연기했다. 촬영은 ‘마이 네임’이 먼저였지만, 시청자가 체감하는 이미지 격차가 크다.
눈물 나는 노력이 있었다. 최근 화상 인터뷰로 만난 한소희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으며 액션에 몰입한 시간들을 떠올렸다. 지난해 6월부터 100일이 넘도록 액션스쿨로 출퇴근하며 훈련에 매진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에 가서 오후 6시까지 연습해 수료증까지 받았다. 액션 장면이 많아 체력 단련 위주로 훈련했고, 기본자세부터 가다듬었다.
“마지막에 최무진(박희순)을 싸우러 가는 길이 제일 기억에 많이 남아요. 온몸을 던져서 촬영했어요. 울면서도 끝까지 했어요. 하기 싫어서 운 게 아니라, ‘왜 나는 이것밖에 안 될까’라는 생각 때문에 흐른 분노의 눈물이었죠. 지우가 아빠의 복수를 향해 달려가는 마음가짐을 유지하면서 수많은 사건을 마주치거든요. 목적의식을 잃지 않으려고 아빠가 죽은 장면을 떠올리면서 연기하니까 체력적으로, 심적으로 힘들었어요.”
한소희가 연기한 지우는 절박한 상황에 처했다. 아버지를 죽인 누군가를 찾아내 복수하고 싶은 마음에 범죄조직에 들어가 몸을 단련하고 경찰로 잠입하는 인물이다. 단순히 싸움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싸우는 이유가 존재해 매 장면 다른 감정을 유지해야 했다. 매번 다른 현장 상황에 적응하는 것 역시 중요했다.
“어떤 액션을 저도 몰랐어요. 현장 상황에 따라서 합이 계속 바뀌거든요. 사전에 미리 합을 짜놓고 연습하는 것보다, 다양한 스타일의 액션을 몸에 익혀놔야 갑자기 변화가 생겨도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가 돼요. 서로가 다칠까봐 배우 이학주, 박희순 오빠와 정말 많은 연습을 했어요. 충분한 리허설을 거쳤고 다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활용해서 촬영을 진행했죠. 지우의 감정이 매번 다른 점을 가장 염두에 뒀어요. 정태주(이학주)와 싸우는 장면에선 범인이 누군지 모르는 상태라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웠다면, 최무진과 싸울 땐 범인이 누군지 알고 있어서 둘 다 죽자는 마음으로 싸웠어요. 액션의 기반이 되는 감정 베이스를 다 다르게 뒀어요.”
‘마이 네임’을 본 소감을 묻자, 연기보다는 화장 하지 않은 자신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고 했다.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모습인 동시에 좋았던 점이기도 하다. 배우 한소희를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얼굴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만큼 지우 캐릭터에 잘 스며들은 것 같아 좋았다. 이전보다 대중이 소비하는 한소희를 더 의식하게 되기도 했다.
“전 행복한 만큼 불행하기도 한 스타일이에요.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받으면서 행복한 동시에 부응해야겠다는 마음이 커지거든요. 요즘엔 제 인생과 제 앞날보다 대중에게 실망시켜드리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래서 행복과 불행이 동일하게 올라가는 것 같아요.”
한소희는 작품이 공개될 때마다 반응을 보는 게 두렵다고 했다. 전 세계 3위까지 오른 ‘마이 네임’의 인기 역시 아직 실감하지 못한다. 다만 한소희의 색다른 면을 봤다는 반응이 가장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그가 가장 원했던 말이기도 하다.
“저를 좋게 봐주는 분도, 안 좋게 보는 분도 계실 거예요. 전 뭔가 꾸며내지 않고 싶은 마음이에요. 매사에 겁내지 않으려 하죠. 전 ‘착하게 살자’가 아니라, 먼 훗날 죽기 전에 곰곰이 제 인생을 떠올려봤을 때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지 말자’는 생각으로 살아왔어요. 제 수중에 얼마나 돈이 있든 중요하지 않아요. 돈이 있어도, 돈이 없어도 떳떳하게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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