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 전통 강자들이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간 가운데 불매운동 여파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토요타, 렉서스, 혼다 등 일본 브랜드들도 조금씩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특히 친환경 트렌드에 따라 일본차 브랜드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하이브리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일본차가 반등할 수 있을 지 주목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작년 전체 수입차 신규 등록 대수는 총 27만6146대로 전년(27만4859대) 대비 0.5% 증가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의 영향이 장기화되면서 지난해 수입차 판매가 전년 대비 소폭 늘어나는 데 그친 것으로 분석된다.
임한규 한국수입차협회 부회장은 "지난해 수입 승용차 시장은 다양한 신차, 적극적인 마케팅, 개별소비세 인하 등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물량부족 등으로 전년 대비 판매 증가가 제한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브랜드별로 보면 메르세데스-벤츠가 전년에 이어 작년에도 1위를 차지하며 1위자리를 지쳤다. 다만 판매량은 7만6152대로 전년에 비해 0.9% 감소했다.
벤츠는 베스트셀링카 10위 안에 총 3개 모델이 포함될 정도로 소비자들이 선택했다. 지난해 가장 많이 판매된 모델은 벤츠 E250였고, 벤츠 E350 4MATIC도 6372대가 팔려 4위를 기록했다.
BMW는 전년에 이어 작년에도 2위에 머물렀지만, 판매량은 전년 대비 12.5% 증가했다. 5시리즈를 비롯해 3시리즈 등이 베스트셀링카 10위권 안에 들며 인기를 끌었다.
3위인 아우디는 작년 한 해 총 2만5615대를 판매해 작년보다 0.4% 늘었다. 이어 볼보(1만5053대), 폭스바겐(1만4364대), 미니(1만1148대), 지프(1만449대) 모두 1만대 이상 판매되면 '1만대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렉서스(9752대), 쉐보레(8975대), 포르쉐(8431대), 포드(6721대), 토요타(6441대), 혼다(4355대) 등 순이었다.
지난해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친환경차 판매 증가세다. 하이브리드차는 전년 대비 103.9% 증가한 7만3380대가 판매됐고,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는 1만9701대로 88.2% 늘었다. 전기차(6340대)는 88.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매 운동 여파로 수년간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일본차 브랜드 부진은 이어졌다.
불매 운동의 여파로 재작년에 판매량이 40% 이상 감소했던 일본 브랜드는 작년에도 전년 대비 0.1% 감소해 더딘 회복세를 나타냈다. 브랜드 별로 살펴보면 렉서스 판매량은 9.4% 증가했고, 도요타와 혼다는 각각 4.7%와 42.5% 늘었다.
수년간 한국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 2위를 유지하던 일본차는 2019년 7월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로 일본차에 대한 불매운동이 시작되자 하락세를 걸었다. 불매 운동의 여파로 일본차 판매량이 급감하자 닛산과 인피티니 브랜드는 한국시장에서의 철수를 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친환경 트렌드에 따라 렉서스와 토요타 등 일본차 브랜드가 하이브리드 판매에 집중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시작하면서 올해 반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실제 렉서스와 토요타의 경우 올해 판매량 중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90% 이상에 달한다.
올해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입차 브랜드는 다양한 신차를 통해 위기 돌파에 나선다.
폭스바겐코리아가 신형 골프와 아테온 등 브랜드 핵심 모델 2종을 앞세워 2022년 수입차 시장 공략에 나선다. 벤츠는 지난 3일 순수 전기 콘셉트카 '비전 EQXX'를 공개했다. 비전 EQXX는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해 1회 충전 시 1000km 이상의 주행이 가능하다.
BMW그룹은 올해 전기차 i4와 뉴 2시리즈 액티브투어러·쿠페, 대형차 8시리즈와 X7의 페이스리프트 모델, 미니(MINI)의 첫 전기차 미니 일렉트릭 등 총 6종의 차를 새로 선보일 예정이다.
아우디는 콤팩트 SUV 전기차인 Q4 e-트론을 출격시킨다. 아우디의 보급형 라인업으로 아이오닉 5, EV6 등과 정면 승부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유럽 등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폭스바겐의 전기차 ‘ID.4’ 등도 출시가 예정됐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