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1년 8개월 동안 거래 정지 상태인 신라젠에 대해 상장폐지 결정을 내리면서 17만명의 소액주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거래소가 요구한 최대주주 변경 등 개선 사항을 충족했는데도 상장 폐지 결정을 내린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도 거래소의 이번 결정에 대해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문제가 됐던 최대주주 리스크는 이미 해소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분식회계와 같은 사안도 아닌데 상장폐지를 결정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게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전날 18일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를 열고 신라젠 주권의 상장폐지 여부에 대한 심의·의결을 했으며, 그 결과 ‘상장폐지’로 심의됐다고 밝혔다.
거래소 기심위 측은 “신라젠의 신약개발 능력 유지와 영업 지속성 부문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 이같이 결정했다”고 한다. 이어 관계자는 “신약 파이프라인이 줄고 최대주주가 엠투엔으로 바뀐 이후 1000억원이 들어온 것이 전부”라며 “기업가치가 계속 유지될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거래소 기심위는 지난 2020년 11월 신라젠에 최대주주 교체 등 지배구조 개선 내역과 함께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가능성을 증명할 수 있는 영업 관련 개선계획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신라젠은 2020년 11월 기심위로부터 부여받은 개선기간 1년간 종전 내놨던 개선계획을 어떻게 이행했는지 내역을 지난해 12월 하순 보고했다. 신라젠은 지난해 5월 엠투엔을 새로운 최대주주로 맞아 자본을 확충했고 대표이사도 새로 선임하는 등 개선계획을 이행해왔다.
거래소의 신라젠 상장 폐지 결정에 소액주주들은 반발하고 있다. 신라젠 주주연합 측은 “거래소에서 요구한 최대주주 변경과 투자유치 조건(1000억원)을 충족했는데 상폐 결정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제약·바이오업계도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A바이오업체 관계자는 “현재 신라젠은 여러가지 악재가 겹치긴 했지만 펙사벡 자체가 작전주와 같은 사기라고 보기는 어렵고 다른 암종에 작용할 수 있다”며 “상장 폐지를 결정한 것은 17만명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을 방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신라젠은 거래정지 이후에도 꾸준히 치료제 개발을 추진해 왔다”며 “신라젠은 현재 미국 기업 리제네론과 협력해 항암바이러스 신약물질 ‘펙사벡’의 신장암 대상 병용 임상2a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장 폐지 결정은 과도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 바이오 기업 전반이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라젠 상장폐지는 업계 전반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최종 결정은 코스닥 시장위원회에서 확정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한국거래소의 신라젠 상장폐지 결정과 관련해 “코스닥시장위원회를 통해 최종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신라젠은 심의 결과에 대해 이의 신청을 하고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적극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신라젠 측은 “현재 당사는 정상적으로 주요 임상들을 진행하고 있으며, 연구개발 등 경영활동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강조 드린다”고 밝혔다. 주주들 역시 “만약 코스닥시장위원회 최종 결정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신라젠의 소액주주는 17만4186명에 달한다. 소액주주들의 주식 수는 6625만3111주(92.60%)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