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언론에 대한 여전한 탄압과 정책제언

대학언론에 대한 여전한 탄압과 정책제언

글‧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집행위원장 차종관

기사승인 2022-01-26 11:07:16
2021년 12월 17일 오전 10시 '<숭대시보 언론탄압사태> 대학 본부 규탄 기자회견' 직전, 숭실대학교 교직원이 총학생회가 설치한 걸개 그림을 강제 철거했다. 숭대시보 강석찬 편집국장은 철거를 극구 만류했지만 묵살당했다.   사진=차종관

지난 10월 27일, 숭실대학교 대학언론사 <숭대시보> 기자 전원이 해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협의를 통해 기자 해임은 철회됐지만, 그 후에도 대학 본부는 사전검열 등 편집권 침해를 자행하는 행태는 물론, 예산 문제를 들먹이며 조기 휴간을 강행했습니다.

 작금의 상황은 숭실대학교 대학본부의 명백한 언론탄압이며, 그들의 언론관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대학언론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며, 그 역할은 무엇입니까?

단순히 대학언론이 학내 정보 전달 차원에만 머무르면 대학본부 홍보부서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대학언론은 이 임무를 수행하되 동시에 대학이라는 사회가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문제의식을 느끼며, 구성원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의견을 펼쳐야 합니다. 대학본부가 비합리적인 행태를 구성원 의견 수렴 없이 독단적으로 강행할 시 대학언론이 나서서 대학 당국을 비판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행동입니다.

그러나 숭실대 당국은 어떻게 행동했습니까. 대학언론의 가치를 짓밟아 버렸습니다. 이는 대학언론의 존재 의미를 위태롭게 하는 심각한 위협입니다. 다만, 우리는 <숭대시보 언론탄압사태>가 단지 숭대시보만의 문제가 아님을 짚어야 합니다. 이 같은 위협은 이미 지난 몇십 년간 수십차례 이상 대학언론계에 발생해왔습니다.

 2013년 <국회 배재정 의원실> 조사에 따르면 대학언론인 35%는 학교로부터 기사를 직접적으로 검열당한 적이 있습니다. 2016년 <대학언론협동조합>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180개 대학 중 142개 대학은 언론검열 관련 학칙이 있다고 합니다. 대학본부의 대학언론에 대한 탄압은 기사를 통해 알려진 것만 수십 건의 사례가 있습니다.

2006년 아세아연합신학대에서는 편집국장이 대학본부로부터 제적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2009년에는 <중앙문화> 총장 비판 교지 수거 및 교지 예산 차단 사태가, 2012년에는 <국민대신문> 대량 해직 사태가, 2014년에는 <삼육대신문>, 2016년에는 <상지대신문>의 발행 중단 사태가, 2017년에는 <서울과기대신문>의 지면 수거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최근에는 <청대신문>, <서강학보>와 <대학신문>이 백지발행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케이스가 훨씬 많고, 이러한 탄압은 지난 몇십 년간 진행됐으며, 현재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언론탄압의 원인은 법적 공백으로 남아있는 학생 자치 영역과 그에 따른 대학의 탄압, 교육부의 무관심 때문입니다. 고등교육법은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운영의 기본적 부분을 상당 부분 학칙을 통해 규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학생자치활동 역시 개별 대학이 정한 학칙에 따라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생 자치의 방식을 각 대학의 특성과 자율에 맡겨 학생 자치를 권장하겠다는 입법 취지와는 달리, 학생 자치와 대학 언론은 법적 공백으로 남아 대학생 당사자의 권익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습니다.

특히 1980년대 대학 본부에 의해 제정된 학도호국단 학칙의 유산인 비민주적 학칙의 경우, 대학생 당사자와 시민단체를 통해 국가인권위에 조사를 요청해 2007년 시정명령까지 받았지만 74%의 대학이 무시했고, 제대로 시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학칙의 개정 권한도 총장에게만 주어져 있고 학생들의 참여를 배제하기 때문에 개선되기 어렵습니다. 대학언론은 고등교육법과 언론법에도 저촉받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고 학칙상 총장이 발행인, 주간교수가 편집인인 구조적인 한계 탓에 기자 해임 및 편집권 침해를 밥 먹듯이 당하는 것입니다. 대학 감독의 책임이 있는 교육부의 경우 이 부분을 대학 자율의 영역에 맡기고 있지만, 헌법 위의 학칙에 따라 학생들은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실정입니다.

대학언론인 여러분, 그리고 대학언론을 지켜주고 계신 모두에게 고합니다. 더는 이런 언론 탄압이 발생하면 안 됩니다. 우리 세대에서 끝내야 합니다. 반복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가 탄압을 막을 근본적인 솔루션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해관계자 모두가 함께 의기투합한다면, 이 악순환을 끊을 수 있습니다.

대학은 기존의 학칙이 발생시킬 수 있는 문제를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학생들과 소통하여 학칙을 개선해야 합니다. 또한 대학언론의 독립적인 운영, 편집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교육부는 대학언론의 편집권과 예산 보장에 관한 권고를 내려야 합니다. 또한 대학역량진단평가의 진단 지표에 학생 자치 및 대학 민주주의 관련 정량, 정성적 지표를 마련해야 합니다. 교육부 내 학생자치 주관 부서를 신설하여 비민주적 학칙, 학생 자치 및 대학언론 탄압에 대한 전수조사 등 학생 자치를 위한 각종 시정 및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작년 국정조사에서 국가인권위원장이 직접 답변한 대로 대학 내 비민주적 학칙과 대학언론 탄압 실태에 대해 전수조사를 진행하여야 합니다.

입법부에서는 고등교육법을 개정하여 학생자치기구 및 대학언론을 법제화해야 합니다. 특히 대학언론은 대학 민주주의를 위해 대학 내에 필수 설치하고 편집, 운영에 있어 독립적 지위를 보장해야 합니다. 또한 교육부 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학칙 제·개정 권한을 대학평의원회로 이전하여 과정의 민주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대학언론인은 어떤 학칙이 어떤 법률에 위배된다는 사례를 적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어 개별 대학에서 비민주적 학칙을 무효로 하는 시도를 해야 합니다. 또한, 대학으로부터 재정적, 행정적 독립을 시도하는 것을 망설이지 말아야 합니다.

대학언론인 네트워크는 앞으로도 대학 내 비민주적 학칙 철폐와 대학언론에 대한 탄압 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대학사회에 비로소 언론의 자유가 올 수 있도록, 함께해주시길 호소드립니다. 대학언론의 자유를 위해 지속해서 관심을 주시고 힘을 모아 주십시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이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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