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을 언제부터 쇠기 시작하였는지는 정확한 기록이 없어서 잘 알 수가 없지만, 중국의 사서에 있는 "신라 때 정월 초하루에 왕이 잔치를 베풀어 군신을 모아 회연하고 일월신(日月神)에게 배례했다" 는 내용으로 보아 상당히 역사가 오래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구한말인 1895년에 양력이 채택되면서 그 빛이 바래기 시작했고, 1985년 ‘민속의 날’ 로 지정, 이후 설날 명칭을 되찾아 사흘 간의 공휴일로 결정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아직도 구정(舊正)이라고 하는 이들이 있다. 구정이란 이름 그대로 옛 '설' 이란 뜻이다. 구정은 일제가 한민족의 혼과 얼을 말살시키기 위해 '신정(新正')이란 말을 만들며 생겨난 것이다. 모두 일본식 한자어이며 설날이 바른 표현이다. 조선 총독부는 1936년 <조선의 향토오락> 이란 책을 펴 내 우리의 말, 글, 성과 이름까지 빼앗아 민족문화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고, 이 때부터 '설' 도 구정으로 격하해 우리 민족정신을 말살시키려 했던 것이다. 이제부터는 꼭 설날이라 하고, " '설' 잘 쇠십시요, 쇠셨습니까?" 라고 해야 한다.
어제 너무 많이 먹고 탈이 난 떡국은 나이 한 살 더 먹으라는 게 아니라, 희고 뽀얗게 새로이 태어나라고 만든 음식이다. 순백의 떡과 국물로 지난 해 묵은 때를 씻어 버리는 것이다. 즉 순백의 계절에 흰 한복을 입고 흰떡을 먹으며, 묵은 그림을 버리고, 하얀 도화지에 한해의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그래 설날에 내리는 눈을 우리는 '서설(瑞雪)'이라 한다. 어제는 그 축복의 눈, 상서로운 눈이 내렸다. 아마도 올해로 코로나가 종식될 것 같다. 모든 것을 덮고 새로 시작하자는 하늘의 너른 마음의 표현을 나는 읽었기 때문이다. 그 서설로.
올해도 나는 새롭게 주어진 하얀 도화지에 부지런히 점을 찍으며 어떤 상황에 서든지 열심히 일하는 사람으로 살 생각이다. 그러면서, 나는 또한 나이에도 불구하고 존재적 경험과 배움의 기회를 갖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잊고, 다시 말하면 노골적으로 행복을 추구하지 말고, 일상을 지배하면서 장기적으로 '좋은 삶'을 살아가면 된다. 그러한 삶의 구조를 만들려면, 돈은 어느 정도는 필요하지만, 필요 이상의 돈이 행복을 가져다 주지 않으므로, 돈을 버는 데 집중되었던 자원을 적절히 재배치하여야 한다.
우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 그런 일들은 금전적 가치 외에 비금전적 가치도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활동과 관계를 의도적으로 늘려야 한다. 재화의 소비 측면에서, 소유적 소비보다 존재적 소비에 치중해야 한다. 존재적 소비란 훌륭한 인물들과 가까이 지내는 것이다. 가까이에 뛰어난 인물들이 많을수록 우리는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기회와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래 나는 내 주변 커뮤니티의 모임에 올해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