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여자가 말다툼한다. 둘은 5년을 만났고, 헤어진 뒤 5년이 지나 다시 만났다. 둘은 사랑하지만 이별했다. 재회한 둘은 괜한 자존심에 티격태격한다. 아픔을 겪은 이들은 다시 연인이 되기엔 두려운 것들이 너무도 많다. 남자는 여자와 더 이상 헤어지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남자는 여자에게 말한다. “친구 할까? 혹시 모르잖아. 너랑 나 진짜 친구가 될 수 있잖아.” 두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에게 다시 다가선다.
얼마 전 종영한 SBS ‘그 해 우리는’이 그린 사랑은 특별하지 않다. 시청자들은 ‘내 이야기를 보는 것 같다’, ‘현실적이어서 더 공감된다’며 설레했다. 극 중 최웅을 연기한 배우 최우식도 같은 마음이었단다. 최근 화상으로 만난 그는 “고등학교 시절을 겪었다면 모두가 이해할 정도로 풋풋한 연애”라면서 “다들 공감하며 감정 이입하리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우식이 맡은 최웅은 국연수(김다미)와 5년간 사귀었다가 헤어지고 그와 5년 만에 재회한 인물이다.
“(최)웅이와 (국)연수가 보여주는 감정들은 실생활에서도 느끼는 것들이에요. 일반적인 드라마 속 완벽한 연애는 아니지만, 시청자 분들이 이런 현실적인 연애를 보고 사랑에 최선을 다하고 싶단 생각을 하길 바랐어요. 이들이 보여주는 연애가 답인 건 아니에요. 그래도 많은 분이 예쁜 연애라고 말한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거겠죠? 저 역시도 힘들 때면 웅이와 연수를 보며 기운을 내려 해요.”
드라마는 끝났지만 인기는 여전하다. 종영 일주일이 지나도 넷플릭스 국내 시청자 순위 최상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10대들의 로맨스 지침서라는 평도 나왔다. 이 같은 반응에 최우식은 “너무나도 듣기 좋은 피드백”이라며 반색했다. 그동안 장르물에 집중해오던 그는 ‘그 해 우리는’으로 연기 인생에 새로운 점을 찍었다. tvN ‘호구의 사랑’ 이후 7년 만에 택한 로맨스다. 전작인 영화 ‘마녀’(감독 박훈정)에서 호흡을 맞춘 김다미는 그의 좋은 파트너가 됐다. 함께 연기한 김성철, 노정의, 안동구와도 각별해졌다.
“웅이와는 60~70% 정도 비슷한 것 같아요. 제가 알지 못하는 감정도 겪은 친구거든요.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은 감독님과 (김)다미에게 의지했어요. 로맨스 연기 경험이 적은 만큼 상대 배우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 순간이 많았어요. 다미가 제게 큰 도움을 줬죠. 덕분에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어요. (김)성철이는 원래부터 좋아하는 배우였어요. (노)정의도 늘 귀엽게 보는 배우였고요. 은호 역으로 나오는 (안)동구와는 서로 배움을 주고받아서 좋은 시너지를 냈어요. 현장에서도 행복했던 기억만 나요.”
최우식은 극 중 고등학생, 대학생, 직장인 등 캐릭터의 10년사를 자연스럽게 그려냈다. 그러면서 첫사랑과 풋사랑, 이별 등 연애 전반에 걸친 감정을 표현했다. 대본을 쓴 이나은 작가는 최우식이 출연한 tvN 예능 ‘여름방학’을 보고 최웅 캐릭터를 만들었다. ‘최웅은 최우식의 매력이 극대화된 인물’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첫사랑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말에 그는 얼른 손사래부터 쳤다.
“외모가 부담스럽지 않아서 그런 말이 나오는 건 아닐까요? 동네 어딘가에 있을 법하니까… 제가 조각 미남이었다면 없었을 말이에요. 저는 최웅을 연기하며 시기를 나눠 예쁜 모습과 현실감 있는 모습, 혼란스러운 모습들을 보여드리려 했어요. 연수와 느끼는 감정에 이입해주시길 바랐죠. 저희를 통해 옛사랑을 추억하고 대리만족하게 만드는 게 목표였거든요. 저 역시도 최웅을 연기하며 배우고 느낀 것들이 많아요.”
영화 ‘거인’(감독 김태용) 이후 다양한 작품에서 주목받은 최우식이다. ‘기생충’(감독 봉준호)를 거치며 수많은 평가가 오갔다. 그가 연기한 최웅 역시 호평과 혹평에 마주한다. 최웅도, 최우식도 움츠렸던 시간을 지나 한 단계 성장했다. 최우식에게 ‘그 해 우리는’은 드라마 대표작이자, 새로운 가능성과 자신감을 만난 순간이다. “앞으로는 ‘로코 킹’이 되고 싶다”며 해맑게 웃는 그의 얼굴이 반짝반짝 빛났다.
“대부분 작품에서 저는 죽거나, 죽이거나, 도망치거나 누군가를 잡으려는 사람이었어요. 살기 위해 발버둥 쳤고요. 그래서 ‘그 해 우리는’을 찍을 땐 기분이 묘하고, 만족스러웠어요.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과거에는 운동을 열심히 해서 남자다운 이미지가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최웅 같은 캐릭터로도 이미지 변신이 된다는 걸 깨달았죠. 대표작이 생긴다는 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고민의 시작이기도 해요. 어떤 장르여도 믿고 보는 배우를 더욱 꿈꾸게 됐어요. 로맨스도 욕심나요. 공유 형이 저보고 ‘로코 베이비’라더라고요. 하하. 경험을 쌓다 보면 저도 언젠가는 ‘로코 킹’으로 불릴 날이 오겠죠?”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