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대형산불, 사람이 지피고 기후변화가 키웠다

동해안 대형산불, 사람이 지피고 기후변화가 키웠다

기사승인 2022-03-08 11:56:39
강원 삼척 산불 현장.   쿠키뉴스 자료사진

산불 소식이 끊이질 않는다. 올 들어 지난 6일까지 이미 261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26건)보다 두 배 이상 많다. 

특히 지금도 타고 있는 동해안 일대 산불은 2000년 ‘동해안 산불’ 이후 역대 두 번째 큰 산불이다. 이 와중에 강릉과 대구에서도 산불이 일고 있다.

이처럼 산불사고가 늘고, 한 번 불이 나면 크게 번지는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잖다. 원인을 살펴보면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사람이 지폈다

이번 동해안 산불은 크게 ‘울진~삼척 산불’과 ‘강릉~동해 산불’로 구분할 수 있다. 

경북 울진~강원 삼척 산불은 발화지가 울진의 보행로가 없는 왕복 2차선 도로 옆 배수로로 추정된다. 발화 장면이 cctv에 포착됐는데, 자동차 4대만 지나간 이후 불이 났다. 경찰과 산림당국은 담배꽁초 투기를 유력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강원 강릉~동해 산불은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에서 사는 60대 남성이 ‘이웃이 자신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불을 질러 시작됐다. 이 남성은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다. 

동해안뿐만 아니다. 대구 달성군 가창면에서도 열흘 넘게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6일과 이번 달 5일 잇따라 발생한 이 지역 산불의 원인도 방화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으로부터 제기됐다. 경찰도 방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정부는 7일 행안부·법무부·농식품부·소방청·경찰청 공동으로 산불방지 대국민 담화문을 냈다. 담화문에는 고의나 과실로 인해 산불 피해가 발생한 경우 관계 법령에 따라 강력하게 처벌하겠다는 방침이 포함됐다. 최근 발생한 산불들도 발화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 고의나 과실 여부가 확인되는 경우 법에 따라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산림보호법 제53조에 따르면 산불 가해자는 최대 15년의 징역형을 받는다.

고려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교실 한창수 교수는 최근의 산불 방화 사건에 대해 개인의 울분이 어긋나게 표출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되는 게 없으면 울분이나 무기력함 등이 쌓이는데, 이게 만성화돼 내부로 향하면 우울증 등이 나타나고, 외부로 표현되면 묻지마 폭행이나 방화 범죄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불을 키웠다 

사람 때문에 난 산불이 크게 번진 건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기상청은 요즘 들어 산불이 잦은 이유를 ‘겨울 가뭄’에서 찾는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강수량은 13.3㎜다. 이는 1973년 관측 이래 최저치다. 평년(89.0㎜) 수준에도 한참 못 미친다.

기상청은 올 한 해 자료만 놓고 ‘극심한 겨울 가뭄이 기후변화의 증거’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면서도 장기적으로 기후변화 현상일 가능성은 있다고 조심스레 진단한다.

환경단체의 입장은 더 확고하다. 기후위기비상행동, 녹색연합 등은 산불이 점점 대형화하는 것이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이라고 주장한다. 기후가 바뀌어 백두대간 등지에 강수량·적설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산불이 번진다는 것이다.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는 이를 ‘비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넓어지기 때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시시때때로 위성사진과 땅 위 곳곳을 확인하는데 건조한 지역은 더 건조해지고, 비가 오는 지역은 너무 많이 오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기후위기의 전형적인 현상이다”라고 말했다. 

오 이사의 설명에 따르면 일 년 동안 우리나라에 내리는 강수량은 정해져 있는데, 서쪽에는 비가 많이 오고 동쪽에는 안 오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오 이사는 “이러한 ‘비의 그림자 현상’은 몽골, 미얀마 등 세계 곳곳에서 관찰된다”면서 “온실가스로 온도가 올라가면서 지구의 기후시스템이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신승헌 기자 ssh@kukinews.com
신승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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