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계열 금융지주도 안심하긴 이르다. 이명박 정부 당시 사대천왕으로 불리는 지주 회장들의 박근혜 정부 이후 오랫동안 버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말 혹은 내년 초 임기가 마무리되는 지주 회장들은 ‘가시방석’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다만 정치권력의 변화가 금융사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코드인사’에 의존한 관치금융은 기업과 조직의 효율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금융권 인사 폭풍이 일어날 가능성도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다. 그동안 정권교체나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 마다 금융권 인사 교체는 수도 없이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우선 공공금융기관 인사 가운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새 정부 출범 이후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 이 은행장은 아직 1년 임기가 남아있으나 임기를 채우고 물러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예를들어 MB(이명박) 정부의 경제 실세였던 강만수 산업은행장도 새 정부(박근혜정부)가 들어서자 임기를 1년 남겨두고 사의를 표명했다.
윤종원 기업은행장도 임기를 마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윤 행장의 임기는 내년 1월 초 까지다. 특히 윤 행장은 기업은행 내부 인사가 아닌 현 정부의 청와대 경제수석을 맡은 경력이 있다. 새로운 정부는 이전 정부와 차별화된 인사를 원하는 만큼 윤 행장의 입지도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기업은행은 민간은행과 비즈니스는 유사하지만 지분 구조를 살펴봤을 때 금융기관에 가깝다. 기업은행의 최대주주는 정부기관인 기획재정부로 지분 63.7%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당국 수장도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8월 취임 이후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적극적인 부채 구조조정(대출 관리)를 펼쳤다. 반면 윤 당선인의 금융 공약은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완화로 현재 금융당국의 기조와 상반된다.
민간 시중은행도 긴장하고 있다. 검찰 출신 인사가 대통령이 된 경우는 유래가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검찰 특수통 출신이기에 금융사에 대한 시각이 부정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우려했다.
특히 지난 정권과 갈등을 빚은 정치세력일수록 대대적인 인사 개혁을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이명박(MB) 정부 당시 '금융 4대천왕'이라고 불리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강만수 전 산업은행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등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자 임기를 채우지 못하거나 연임을 포기했다.
현재 금융지주 회장의 자리도 ‘좌불안석’이다. 현재 차기 회장으로 임명되는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제외한 5대 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말 혹은 내년에 임기가 만료된다.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12월 말, 손태승 우리금융,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내년 3월 초에 임기가 마무리된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내년 11월까지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