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용산 개발사업 PF(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참여한 금융사도 시장 상황을 검토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청와대→용산) 공약이 논란이 되고 있어서다. 국내 금융사들은 이미 10년 전 용산의 대규모 개발사업(용산국제업무지구)이 좌초(채무불이행)되면서 타격을 받은 전례가 있다.
현재 국내 금융사들은 용산구 일대 재개발 사업을 비롯해 대규모 레저 인프라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메리츠종금증권과 KB증권은 구 유엔사령부지를 주거복합단지로 개발하는 대규모 부동산사업에 금융주선자로 참여하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 2017년 디벨로퍼기업 ‘일레븐건설’은 구 유엔사 부지를 예정가 보다 2000억원 이상 비싼 1조552억원에 매입하면서 본격화 됐다. 해당 부지는 용산시 이태원동 22-34번지 일대 5만1762㎡ 규모로 축구장 7개 크기다. 국내 굴지 건설사 현대건설이 최근 유엔사부지 복합개발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어 메리츠증권은 서울 남산에 있는 그랜드하얏트 호텔 주차장을 고급 주택가로 개발하는 사업을 위한 221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도 금융주관사를 담당하고 있다. 조달한 자금은 부지 매입 등 개발 사업 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한 대주단도 용산구 서빙고동에 들어서는 럭셔리 주택 ‘아페르파크 개발사업’에 총 1020억원 자금을 조달(PF금융 지원)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용산지역 부동산 개발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높은 시장성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용산시는 10년 전 대규모 개발사업이 중단되면서 주춤했지만 최근 다시 부동산 개발 사업이 본격화되고 신분당선 북부 연장 가시화 등을 호재로 강남 다음의 ‘핫플레이스’로 부상했다.
다만 새 정부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결정은 뜻하지 않는 ‘변수’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하는 곳은 ‘고도제한’에 걸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백악관이 위치한 워싱턴DC 마찬가지다. 워싱턴은 1910년에 만들어진 연방 고도제한법으로 건물 높이를 주거지역 27m, 상업지구 39m로 제한했다. 예외적으로 백악관과 의사당 건물을 잇는 펜실베이니아 애비뉴 도로변 일부 건물에 한해서만 높이를 48m로 허용했다.
청와대 인근 지역(종로구 청운동)도 고도제한 등 규제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타 지역에 비해 위축된 상태다. KB국민은행 부동산리브에 따르면 현재 청운현대 시세는 8억9500만원으로 10년 전(5억8000만원) 대비 54.31% 상승했다. 반면 같은 저평가 지역인 중랑구 신내동 전체 아파트 시세는 현재 3.3㎡당 2361만원으로 10년 전(1083만원) 대비 118.00% 올랐다.
부동산금융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고도제한은 용적률 제한에 영향을 미치고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반론도 존재한다. 이미 용산구 남산 주변은 용산 국방부 청사와 미군기지 등이 있는 관계로 고도제한 구역이었다는 것이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여의도~용산을 잇는 개발 사업에 연장선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아마 선거 전에 서울시에서 나온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의 진행형으로 판단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의 주요 골자는 여의도와 용산과 연계한 개발 계획이다. 관계자는 “보안 문제가 있지만 그림을 잘 그리면 긍정적인 방향이 될 것 같다”며 “아마 광활한 땅을 모두 고도제한으로 규제할 것 같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성사 가능성은 다소 회의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반발여론이 거세고 이전 비용 논란도 있는 만큼 용산 이전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