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출근길 지하철 시위 중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를 만났다. 이들은 장애인 단체의 요구와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해당 내용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게 전달하겠다는 의견도 냈다.
임이자 인수위 사회문화복지분과 간사는 2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서울교통공사 경복궁영업사업소 회의실에서 전장연 관계자를 만난 뒤 취재진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게 (해당 내용을) 전하겠다”라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꾸준히 전장연을 공개적으로 저격해왔다. 그는 전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해당 단체의 요구사항은 이동권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이들의 주장은 장애인평생교육시설 운영예산과 탈시설 예산 6224억원을 요구하는 것으로 바뀌었다”라고 했다.
현재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둘러싼 지적은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이른바 ‘갈라치기’를 통해 장애인에 대한 혐오를 조장한다는 비판이다. 이 과정에서 시각장애가 있는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무릎을 꿇기도 했지만 여전히 시선은 싸늘한 상태다. 인수위가 이날 직접 행동에 나선 이유다.
임 간사는 별다른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인간의 존엄성은 죽을 때까지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라고 말하면서도 “이들이 말하는 탈시설은 장애인단체 간의 의견 대립이 첨예하다”라며 확답을 피했다.
또한 “현재 장애인이 겪는 고통과 애로사항을 청취하기 위해 왔다. (인수위는) 이들이 겪는 애로사항을 함께 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했다. 더불어 “다른 장애인 단체 얘기도 듣겠다”고 했다.
다만 전장연이 진행하는 출근길 투쟁을 멈춰달라고 촉구했다. 임 간사는 “다른 시민들의 출근 문제를 침해하는 것은 옳지 않다. 시민들을 향한 출근 방해 행위를 조속히 해결해달라고 요청했다”라고 전했다.
전장연 측은 시위 지속 여부를 고민하겠다는 입장이다. 박경석 전장연 공동상임대표는 인수위와의 면담 이후 취재진과 만나 “(인수위가) 시민과 부딪히는 일을 멈춰달라고 했다”라며 “내일 시위 여부에 대해 오늘 내로 고민하겠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이 자리에서 우리의 요구사항을 듣는다는 게 너무나 실망스러웠다”라며 “선거 전에 이미 정당을 찾아다니면서 정책을 제안했다. 인수위에도 정책요구안을 전달했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오늘 면담은 실망스럽다. 농성을 푸는 것과 관련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표출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