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자주 처방되는 당뇨약이나 면역억제제가 노화를 막는 약물로서 연구되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한국바이오협회가 발표한 ‘항노화 임상시험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노화를 방지하는 약물을 개발하기 위한 바이오마커 발굴 및 임상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현재 가장 가능성이 높은 세 가지 약물로 '메트포르민', '라파마이신', '세놀리틱'이 제시됐다.
‘메트포르민’은 당뇨 초기에 1차적으로 처방되는 항당뇨병 약물이다.
이는 기초대사량을 높이는 효소로 알려진 ‘AMPK(AMPactivated kinase)’를 활성화시켜 항노화에도 효과가 있다고 보고됐다. 이와 관련해 메트포르민은 총 53건의 노화 예방 연구가 진행됐다.
일례로 ‘NCT02570672’ 연구에서는 65세~90세 당뇨병 전증 환자 120명을 대상으로 메트포르민 1000mg을 투여했을 때, 노쇠 진행 정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석하고 있다.
또 다른 연구 ‘NCT03107884’에서는 노인을 대상으로 메트포르민 치료가 노화로 인한 지질의 축적, 염증, 인슐린 저항성 및 근육 손실을 예방할 수 있는지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대규모 연구도 진행됐다. ‘TAME’ 연구는 미국 내 14개 센터를 포함해 3000명의 인종적으로 다양한 비당뇨병 피험자를 대상으로 6년 동안 메트포르민(1500mg)을 제공하고 3.5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연구는 메트포르민이 비당뇨인에서 당뇨병을 제외한 연령 의존성 질병발병 위험을 감소시키는지 여부를 확인했다.
해당 연구팀은 이를 통해 메트포르민이 노화 자체를 개별적으로 표적화하는 바이오마커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라파마이신’은 이식 환자에서 장기 거부반응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되는 면역억제제로, 세포에서 단백질 생산 과정을 조절하는 단백질 ‘mTOR’를 억제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라파마이신의 mTOR 억제 기능은 동물모델에서 수명을 최대 3배 연장하는 등 유의미한 결과를 보여줬고, 이를 토대로 현재 다양한 임상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2019년 미국 드렉셀 대학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서는 라파마이신을 활용한 노화 방지 크림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40세 이상의 피부 광노화를 가진 17명을 대상으로 8개월 동안 같은 손의 등쪽에 라파마이신 함유 핸드크림을, 다른 손에 위약 핸드크림을 매일 또는 격일로 바르게 했다.
그 결과, 라파마이신을 함유한 크림을 바른 손은 노화의 핵심 표지인 p16 단백질이 감소하고 콜라겐 VII 단백질이 증가했다. 또한 주름과 피부 늘어짐(sagging)이 줄어들어 노화 방지에 유의미한 효과가 있음을 보여줬다.
‘세놀리틱’은 노화 세포를 없애는 물질로 알려져 있는데, 만성 골수 백혈병 치료제로 사용되는 ‘다사티닙(제품명 스프라이셀정)’이나 건강기능식품으로 알려진 ‘케르세틴’에 주로 함유돼 있다.
세놀리틱의 노화 방지 효과는 다사티닙·케르세틴의 병용요법에서 확인됐다. 자연적으로 노화된 쥐에서 다사티닙과 케르세틴을 병용해 투여한 결과 쥐의 심장기능을 개선하고, 방사선에 노출된 쥐에서는 운동능력 향상, 노화를 가속화 시킨 쥐에서는 노화 관련 기능장애를 지연시키는 효과를 나타냈다.
또한 최근에는 당뇨병성 신장 질환 환자의 지방조직에서 노화세포를 감소시켰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현재 세놀리틱과 관련해 13개의 임상시험이 진행 및 예정 중에 있다.
보고서를 집필한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박봉헌 책임연구원은 “메트포르민, 라파마이신 등은 이미 허가된 약물로 상대적으로 독성과 같은 부작용의 우려가 적고, 안전성과 내성이 확인돼 있어 임상 시험을 빨리 진행할 수 있다”며 “여러 임상 연구 결과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보고되고 있는 만큼, 단순 바이오마커를 넘어 약물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