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노후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신도시 재건축 공약이 발표되자 리모델링보다 재건축을 원하는 인원이 생겨서다. 때문에 당초 추진했던 리모델링 사업이 혼선을 겪고 있다.
11일 부천 중동신도시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서 가장 먼저 리모델링 추진을 시작한 한아름현대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가 목표동의율(67%) 충족까지 1% 정도 남은 65.5%인 상태로 지난 구정부터 4개월 넘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주 원인은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는 일부 노년층이 재건축을 원하고 있어서다. 그들은 리모델링이 재건축에 비해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리모델링 추진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추진위 측은 반대 의견을 설득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지만 코로나 등의 이유로 대면 설명 자리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한아름현대 리모델링 추진위원장은 난감한 입장이다. 위원장은 “재건축의 사업성과 이점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현실적으로 재건축으로 방향을 바꾸기에는 불가능한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우선 재건축 절차의 초기단계인 안전진단 등급에서 발목을 잡힌다. 현행법상 재건축은 안전진단 D등급 이하 아파트만 진행이 가능하다. 준공 후 30년부터 재건축이 가능하지만 안전진단 등급에서 요구 사항을 충족하지 못하면 시작이 불가능한 것이다. 반면 리모델링은 안전진단 B등급을 받아도 가능하며 노후도 기준(준공 후 15년)도 재건축보다 짧다.
아파트 북쪽으로 초등학교 및 고등학교가 있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재건축으로 고층 아파트를 짓게 될 경우 학교 방향으로 그늘이 생기는 일조권 침해 문제가 생겨 환경평가에서 심의를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을 간과할 수 없다.
대선 및 지선 당시 후보들이 강조한 ‘용적률 완화’ 공약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방안이 없어 비판이 제기됐다. 여·야 할 것 없이 역세권(지하철역 주변 500m) 지역에 용적률을 500%까지 완화하는 방안 등을 내세웠지만 그 이외 뚜렷한 기준이 나오지 않아 지하철역과 다소 거리가 있는 아파트들은 애매한 위치에 놓였다.
다른 주변 아파트의 리모델링 추진도 주춤한 상태다. 지역 내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현재 한라마을 주공3단지 등 리모델링 추진을 준비하는 곳이 몇 군데 더 있지만 아직 추진위가 정식 출범한 곳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재건축을 원하는 사례와 더불어 업무추진 분담금이 부담스러운 나이 드신 분들이 리모델링을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며 “대우건설 등 몇몇 건설사들이 다녀가며 주변 아파트 수주도 함께 진행하는 것을 고려했지만 추진 동의 문제로 아직 사업 시작을 하지 못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리모델링 추진위원장은 분담금 문제에 대해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원자재값이 계속 올라 분담금 부담이 커졌다”며 “분담금 문제를 덜어줄 수 있는 건설사를 찾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건설산업 박철한 연구위원은 “재건축 규제 완화가 된다면 리모델링 시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다만 준공 30주년 남짓한 아파트들은 우선순위 등에서 밀려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방향이 현실적이다”라고 덧붙였다.
김형준 기자 khj011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