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치료 골든타임, ‘원격의료’로 잡는다

뇌졸중 치료 골든타임, ‘원격의료’로 잡는다

기사승인 2022-07-23 06:00:12
22일 온라인으로 열린 한국원격의료학회 뇌졸중 심포지엄에서 발제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대현 교수, 류위선 상무, 김범준 교수, 배희준 교수.  화면 캡처

뇌졸중의 가장 중요한 치료요소인 골든타임을 잡기위해 ‘원격의료’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의료계에서도 병원 전단계에 있어서는 도입을 넘어 활용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2018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사망통계에 따르면, 뇌졸중은 국내 전체 사망원인 중 4위이며 단일 질환으로는 1위이다. 일단 발생하면 생존한다 하더라도 심각한 신경학적 기능장애를 동반하는 무서운 질환이다.

뇌졸중은 발생 후 3시간 내에 치료해야 한다. 즉 치료의 골든타임을 지키지 않으면 장애 및 사망률 증가로 이어진다. 하지만 대한뇌졸중학회 분석 결과 골든타임에 맞춰 치료를 받은 환자는 10명 중 3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회에 따르면 뇌졸중 환자 10명 중 2명은 첫 병원에서 급성기 뇌졸중 치료가 불가능해 다른 병원으로 전원된다. 이는 병원 및 의료진 분포에 따른 지역격차가 커 권역 및 지역 응급의료센터 중 시술이 가능한(뇌졸중센터 인증을 받은) 곳이 소수에 불가하고, 그 중 약 30%는 당직의 조차 없기 때문이다.

이에 22일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대한원격의료학회 뇌졸중 심포지움’에서는 ‘병원 전단계 뇌졸중 진료에서의 원격의료 도입 필요성‘에 대해 의료계와 산업계가 공감대를 갖고 입장을 전달했다.

김범준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졸중 환자는 개별 환자마다 제각각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 혈관 재개통 시술이 필요한 경우는 대학병원으로, 시기를 놓치거나 필요하지 않은 환자는 중소병원으로 효율적으로 배분이 돼야 하는데 현재 각 지역, 진료권 상황에 따라 차이가 크다”며 “첫 번째 방문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좋지만 현재는 재이송되는 경우가 많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이에 따라 구급대·이송요원과 병원 간의 효율적인 정보 공유 시스템이 필요해졌고 정부-병원-소방서 간 원격의료를 도입한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분당서울대병원의 이천지역과의 ‘뇌졸중 원격진료 핫라인’을 예시로 들었다. 이는 분당서울대병원의 담당 의료 전문인력이 구급대원과 전화통화를 통해 환자가 상태에 따라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는 원격의료 시스템이다.

김 교수는 “전화는 보거나 텍스트를 이용할 수 없지만 신뢰성과 신속도는 가장 빠르다고 본다. 뇌졸중 환자 분류는 신속한 피드백이 중요한 만큼 아직까지 가장 실용성 있는 원격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향후 원격지에서 의료진이 뇌졸중 중증도 평가하고 분류할 수 있는 플랫폼과 환자 상태나 생체징후를 눈으로 볼 수 있는 화상 원격시스템이 병원 전단계에 도입된다면 뇌졸중 장애 및 사망률을 더욱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플랫폼을 활용한 급성기뇌졸중 응급환자 이송 및 상태확인 예시.   뇌졸중119 앱 캡처

김대현 동아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스마트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한 사례를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한림대강동성심병원은 강동소방서와 초급성기뇌졸중 응급환자 치료시간 단축을 위한 '브레인세이버 시스템‘을 구축했다. 브레인세이버는 119구급대가 응급환자를 이송하면서 앱을 이용해 환자 증상 등 치료에 관한 정보를 미리 병원에 전달, 환자가 병원 도착 즉시 검사와 처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뇌졸중 환자를 위한 집중 치료 활성화 시스템이다. 

그는 “다만 앱은 넓은 지역을 모두 포함하기엔 신속성이 떨어질 수 있어 인증된 뇌졸중 센터가 지역 내 유일해 환자가 집중될 경우 활용하기 좋다”며 “전화를 통한 시스템 경우는 지역 주변에 재관류치료 가능한 병원이 없다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또한 전체적으로 사전연락 및 사전등록 시스템 활성도가 병원별로 차이가 크다는 것도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병원 전단계 뇌졸중의 효율적 치료를 위해 원격의료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학회 재관류치료 뇌졸중센터 인증과 연계한 치료 병원 확충이 우선돼야 하고 병원별 원격의료 시스템 사용에 따른 의료진 업무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원방안과 환자를 적절하게 분배할 수 있는 중증도 선별도구도 개선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산업계는 원격진료 필요성 단계를 넘어 현실적 반영을 위한 의견을 제시했다. 

신경과 의사출신인 류위선 제이엘케이 상무는 “병원 전단계 부분 외에도 웨어러블 의료기기를 연동한 원격의료 모니터링도 뇌졸중 환자 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혈압, 맥박, 호흡수, 수면상태, 약물 복용 등을 확인할 수 있어 환자의 위험한 상황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 이는 뇌졸중 환자뿐만 아니라 고위험 환자에게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은 누가 부담할 것이냐가 활용의 관건이 된다. 특히 원격모니터링은 의사가 얼만큼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보느냐가 중요한데, 일찍이 도입한 미국도 수가 상한선이 있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2차 예방 혹은 고위험군에서는 보험급여가 적용되더라도 1차 예방은 비보험 영역으로 인정될 것으로 본다. 이는 업계가 병원과 정부 사이 중재역할을 하면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창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이사는 “뇌졸중 예후가 미치는 삶의 질에 상당한 차이가 난다. 몇분 사이에 놓치는 정보에 의해 발생되는 장애, 사망률이 큰 것이다. 이것이 미치는 경제적 영향도 상당한 만큼 원격의료 필요성에 대한 울림을 받았다”며 “우리의 기술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떠올렸다”고 언급했다.

덧붙여 “원격의료에서 사용되는 인공지능, 클라우드 기술이 해외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이미지나 개인정보가 해외에 반출될 수 있다는 제도적 장벽이 발생한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나 업계 측은 이런 기술을 국산화해 뇌졸중 환자, 그리고 크게 국민 삶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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