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심으로 만든 ‘유미의 세포들2’, 뿌듯했죠” [쿠키인터뷰]

“팬심으로 만든 ‘유미의 세포들2’, 뿌듯했죠”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07-29 06:00:20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유미의 세포들’을 만든 이상엽 감독과 송재정, 김경란 작가(왼쪽부터). 티빙

도전이자 모험이었다.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하는 시도에 기대보다 걱정을 많이 받았다. 새로운 시도는 통했다. 지난해 방송한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올해 티빙 오리지널로 공개한 시즌2 역시 인기를 끌었다. 방영기간 동안 티빙 내 드라마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 자리를 지켰다. 해외 플랫폼들을 통해 유럽, 북미, 동남아 등 전 세계 160여개국에 서비스됐다. 공개된 지 일주일 만에 미주·유럽에서 주간 탑5(라쿠텐 비키 기준)에 오르는 호성적을 거뒀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유미의 세포들’ 이야기다.

28일 온라인을 통해 만난 ‘유미의 세포들’의 이상엽 감독과 송재정, 김경란 작가는 원작 웹툰의 팬을 자처하며 “모두가 ‘팬심’으로 만든 진심이 오롯이 전달된 것 같아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유미의 연애와 성장 등 주인공의 서사를 실사와 애니메이션으로 푸는 시도가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극 중 유미를 연기한 김고은과 바비 역을 맡은 박진영이 보여준 멜로 연기도 호평이었다. 세포들의 목소리를 연기한 성우들의 활약 역시 재미를 더했다. ‘유미의 세포들’ 감독과 작가에게 각색 과정 등 제작 비화와 작품을 마친 소회를 직접 들어봤다.

Q. 시즌1에 이어 시즌2도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반응을 실감했나요.

“배우들의 연기부터 애니메이션 연출까지 모든 게 훌륭했어요. 시즌1은 불특정 다수가 ‘유미의 세포들’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보자고 관망하는 느낌이었어요. 시즌2는 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덕후’들이 붙었죠. 주변에서도 더욱더 반응이 뜨거웠어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어요.” (송재정 작가, 이하 송)

“생각보다 더욱더 잘 만들어졌어요. 대본보다 더 잘 나왔다는 느낌이었죠. 시청자로서도 재미있게 감상했어요. 시즌1보다 인기를 더 실감할 수 있었어요. 방송으로 볼 수 있던 시즌1과 달리 시즌2는 티빙에서만 볼 수 있었잖아요. 우리를 선택해줬구나 싶어서 좋았어요.” (김경란 작가, 이하 김)

“만든 사람으로서는 늘 아쉬움이 남아요. 하지만 많은 분들이 관심과 응원을 해주셔서 만족합니다. 시즌2는 시청층이 더 넓어졌다고 느꼈어요. 부모님 세대에도 반응이 올 정도였거든요.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느꼈어요.” (이상엽 감독, 이하 이)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유미의 세포들’ 스틸컷

Q. 시즌2 제작 이야기가 나왔을 때부터 순록 캐릭터의 등장 여부를 두고 관심이 뜨거웠어요. 극 중 순록의 서사 일부가 바비를 통해 그려졌죠. 원작과 다른 방향을 택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시즌1, 2는 서로 다른 콘셉트로 기획했어요. 시즌1은 원작과의 싱크로율, 세포들의 구현 방식에 초점을 맞췄어요. 시즌2도 그렇게 가면 시청자가 지루해할 것 같아서 각색을 거쳤죠. 원작 팬들이 바비에게 거부감을 보였던 만큼, 드라마 속 바비로는 새로운 희망을 주고 싶었어요. 드라마판은 드라마로만 볼 수 있게 변주한 거죠. 시즌2까지 확정된 상황에서, 원작의 좋은 부분을 살리다 보니 순록의 에피소드도 바비에게 가져왔어요. 순록 팬들에겐 죄송해요.” (송)

Q. 극에 등장한 순록의 실루엣을 보고 정체를 궁금해 하는 시청자가 많았어요. 시즌3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죠.

“그분은 사실 대역이에요. 시즌3는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어서 아직은 말씀드릴 단계가 아닌 것 같아요. 저희끼리는 작업하면서 ‘남자 주인공이 시즌1는 안보현, 시즌2는 진영이니까 시즌3는 티모시 샬라메 정도는 돼야겠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곤 했어요.” (이)

“‘유미의 세포들’은 원작이 정말 훌륭해서 드라마로 만드는 과정 역시 보람찼어요. 다만 원작이 너무나도 유명해서 드라마로서 줄 수 있는 긴장감이 적었다는 단점도 있었죠. 아직 확정된 게 없어 조심스럽지만, 만약 시즌3를 하면 순록 캐릭터를 새롭게 만들 것 같아요. 캐릭터의 일관성은 유지하되, 에피소드를 바꿔 색다른 관계성을 보여 드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송)

Q. 원작을 그린 이동건 작가는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작가님을 처음 만나뵀을 때 양해를 먼저 구했어요. 원작 속 바비의 삼각관계를 삭제해도 될지, 바비와 유미의 결말을 드라마판에 맞춰 각색해도 될지를 여쭤봤죠. 아무 상관 없으니 마음껏 하라고 하셨어요. 작가님이 저희를 전적으로 믿어주신 덕에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어요. 작가님은 안대용 세포가 정말 좋았대요. 바비를 연기한 진영의 진지한 연기도 인상 깊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송)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유미의 세포들’ 스틸컷

Q. 안대용 세포와 욕 세포 등 색다른 세포들이 온라인상에서 회자됐어요.

“안대용 세포 같은 캐릭터는 구현하기도 어렵대요. 근육질 몸매로 초기 디자인을 잡았다가 좀 더 만화 느낌을 살리려 했죠. 애니메이션 팀이 정말 많이 고생했어요. 욕 세포는 OTT 독점 공개의 이점을 살려 욕을 진짜로 구사해봤어요. 성우님이 애드리브로 실감 나게 욕을 해주셨죠. 하하. 김고은 씨도 유미가 할 수 있는 욕을 잘 살려줬어요. 편집하면서 ‘이거 나가면 ‘짤’이 돌 것 같은데 괜찮냐’고 물어봤는데, 너무도 쿨하게 ‘네!’라고 하더라고요. 공개 후 반응이 역시나 뜨거웠어요. TV 드라마였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에요. OTT의 장점을 새삼 느낀 순간이었어요.” (이)

Q. 김고은은 ‘유미의 세포들’로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어요.

“저도 현장에 함께 있었어요. 워낙 쟁쟁한 작품이 많아서 작품상은 기대도 안 했지만, 여우주연상은 고은 씨가 받길 바랐죠. 진영 씨도 고은 씨가 받을 것 같다, 받으면 좋겠다며 응원해줬어요.” (이)

“배우가 상을 받았는데 이렇게 기쁜 건 처음이에요. 작품상을 받은 듯한 기분이었어요. 고생한 만큼 좋은 평가를 받은 게 뿌듯했죠. 고은 씨에게 메시지로 ‘유미를 추앙한다’며 축하해줬던 기억이 나요. 물론 지금도 추앙합니다. 하하.” (송)

Q. 애니메이션과 드라마 작업을 병행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애니메이션 팀이 대본을 보고 작업을 선행했어요. 작업 시간이 저희보다 더 기니까요. 일주일에 서너 번씩 피드백을 주고받곤 했죠. 세포 종류가 많아지면서 시즌1보다 작업량도 많아졌거든요. 다이내믹했어요.” (이)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유미의 세포들’을 만든 이상엽 감독과 송재정, 김경란 작가(왼쪽부터). 티빙

Q. 유미와 바비가 카페에서 이별하는 장면이 화제였어요.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라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깜짝 놀랐죠. 보면서 저도 울었어요. ‘우리가 이렇게까지 대본을 절절하게 썼어?’라는 이야기도 했어요. 시즌2는 로맨틱 코미디보다 멜로에 더 중점을 맞췄는데, 배우들 덕에 분위기가 잘 살았어요.” (송)

“사실 그 장면은 제작 비화가 있어요. 원래는 바비가 카페 밖으로 나가는 유미를 뒤따라가 붙잡는 것이었는데, 그날 비가 태풍처럼 왔거든요. 갑자기 실내 촬영으로 바뀌었는데, 조명이나 현장 상황을 재정비하는 와중에 배우들의 눈이 이미 빨간 거예요. 감정을 조금만 천천히 잡아달라고 양해를 구했을 정도예요. 촬영도 금방 끝났던 기억이 나요. 정말 만족스러운 장면이에요.” (이)

Q. 시즌1, 2를 보며 ‘유미 삶의 주인공은 유미’라는 메시지를 느꼈어요.

“제목부터가 ‘유미의 세포들’인 만큼 유미의 삶과 성장을 그리려 했어요. 인생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은 유미가 여전히 잘살고 있고, 그런 유미를 모두가 지지한다는 느낌을 주려 했죠. ‘유미야, 많은 일이 있었지만 유미는 여전히 잘 살고 있어. 앞으로도 잘 살 수 있어. 실수하고 후회할 수 있지만 유미는 잘하고 있어’라고 격려하는 마음으로 만들었어요. 유미와 시청자 모두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었죠.” (이)

Q. ‘유미의 세포들’은 한국 드라마 최초로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해 호평받았습니다. 제작진으로서도 남다른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아요.

“드라마가 품을 수 있는 장르의 범위를 확장한 점이 가장 큰 의의라고 생각해요. 다들 ‘이게 될까’라고 물음표를 달았던 프로젝트였어요.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이 공생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게 뿌듯했죠. 요즘 웹툰 원작 드라마가 정말 많잖아요. 작가로서 각색의 적정선이 무엇인지를 고민할 수 있어 좋았어요.” (송)

“애니메이션을 통해 사람의 감정을 섬세히 보여준 게 좋았어요. 저희의 새로운 시도가 드라마 장르의 다변화에 이바지한 것 같아요. 그리고 ‘유미의 세포들’은 한 회에 에피소드 2~3개가 담긴 형태거든요. 특이한 방식을 선보인 것도 제겐 의미 있게 남았어요.” (김)

“애니메이션으로 감정 세포를 구현하는 게 새로운 즐거움을 전해줄 거란 확신이 있었어요. 시청자를 넘어 창작자들에게도 여러 영감을 주고 가능성을 일깨운 작품이라 생각해요. 동료 감독, 작가들이 저희의 작업 방식을 많이 물어보더라고요. 기술이 발전하면서 표현의 한계도 깨졌잖아요. 이야기를 보여주고 전달하는 형식이 더 다양해지길 바라요.” (이)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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