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는 있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23일 시작한 Mnet ‘스트릿 맨 파이터’(이하 스맨파) 이야기다. 화면 가득 펼쳐지는 춤 배틀이 피를 끓게 하지만,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 속 여성 댄서들의 경쟁을 “질투와 욕심”에 빗댄 권영찬 책임 프로듀서(CP)의 발언을 떠올리면 마음이 식는다.
‘스맨파’는 지난해 댄스 열풍을 일으킨 ‘스우파’의 남자 버전이다. 뱅크투브라더스·어때·엠비셔스·YGX·원밀리언·위댐보이즈·저스트절크·프라임킹즈 등 8개 댄스 크루에서 댄서 50여명이 참여한다. ‘스우파’보다 규모가 커졌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출연자들은 세계 각지를 돌며 공연한다. 국내 투어에 그쳤던 ‘스우파’보다 힘을 준 모양새다. 우승 특전도 기존 상금 5000만원에 차량과 광고 모델 기회가 더해졌다.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남자들의 의리와 자존심이 많이 보인다”던 권 CP의 말은 절반만 들어맞았다. 의리는 찾기 힘들었지만 자존심 싸움만은 확실히 드러났다. “철 지난 춤 그만 추시고 제 춤 배우시면 될 거 같습니다” “만만하다” “오합지졸” “같이 경연하는 것도 짜증나려고 해” 등 상대팀을 향한 평가엔 날이 섰고, 비속어가 감탄사처럼 오고 갔다.
1회는 출연자가 다른 크루에서 대결 상대를 골라 겨루는 ‘노 리스펙 약자 지목 배틀’로 꾸려졌다. 제자가 스승에게 도전장을 내밀고 이 장르와 저 장르가 싸우는 대결이 박진감 높게 펼쳐졌만, 과연 이것으로 프로그램 시작 전부터 쌓은 ‘비호감 마일리지’를 만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청률은 1.3%(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가구)로 ‘스우파’ 1회 시청률보다 높았다.
볼까
출연자들 관계가 웬만한 드라마보다 극적이다. 한때 ‘크럼프 신동’으로 불렸으나 지금은 아이돌 가수로 활동 중인 노태현은 ‘크럼프 외길인생’인 트릭스(프라임킹즈)를 꺾겠다는 야심이 있다. 한국 코레오(안무)계를 개척한 영제이(저스트절크)는 최근 몸값을 높이다 못해 콧대까지 높아진 바타(위댐보이즈)가 못마땅하다. 힘을 과시하는 크럼프 댄서들과 유연함이 특기인 걸리쉬 댄서들의 신경전, 장르 중심의 스트릿계와 여러 장르를 섞어 대중적인 안무를 만드는 코레오계 사이의 해묵은 갈등 등 우승을 위해 이를 악 물 이유가 누구에게나 있다. 몸으로 노래를 연주하는 듯한 영제이의 춤은 어쩔 수 없이 다음 방송을 기다리게 만든다.
말까
‘스우파’의 댄서들을 사랑한 시청자에겐 진입 장벽이 높은 프로그램이다. “여자 댄서들의 서바이벌(스우파)에 질투와 여자들의 욕심이 있었는데, 남자들은 의리나 자존심을 많이 보여줬다”는 권 CP의 발언, 여자 버전 프로그램으로 성공 가능성을 실험한 뒤 남자 버전으로 판을 키우는 방송사의 구태, 댄서 모니카를 향한 집단 사이버 비난에 동참했던 출연자의 존재 등이 ‘스맨파’를 마음 편히 즐기지 못하게 한다. 세 심사위원을 향한 출연자들의 온도차도 거슬리긴 마찬가지다. 댄서로 존중 받은 은혁·우영과 달리, 보아는 “너무 예쁘다” “남자들만 있는 칙칙한 곳에 향기가 들어오는 느낌”이라며 여성으로 평가 받았다. 한 출연자가 보아를 보며 했던 말을 빌려 묻는다. “맞아, 이게?”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