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대어급 공모주인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스피에 상장하던 이튿날 미래에셋증권에서 먹통이 발생했다. 이어 신한금융투자, 하나증권, NH투자증권 등 대형사에서 줄줄이 전산장애가 발생했다. 올해 초 LG에너지솔루션 상장 당일에도 하이투자증권, KB증권, 신영증권에서 거래 지연 문제가 생겼다.
국내 증권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장애 사고가 5년 새 16배나 폭증해 이용자 피해액이 26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증권사의 보상액은 피해액의 81% 수준에 그쳤다.
7일 금융위원회가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무소속)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29개 증권사에서 발생한 HTS·MTS 서비스 장애는 총 1136회며 피해액은 268억원이다.
증권사의 HTS·MTS는 개인이 주식을 사고팔기 위해 증권사 객장에 나가거나 전화를 하는 대신 퍼스널컴퓨터(PC)나 휴대전화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해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보편적인 주식 거래 방법이다.
증권사의 HTS·MTS 서비스 장애는 2017년 50건, 2018년 72건, 2019년 105건으로 증가하다가 2020년 69건으로 주춤했으나 지난해 840건으로 급증했다. 5년 새 16배가 늘었고 1년 평균 227회가 발생한 셈이다.
HTS·MTS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증권사들도 크게 늘었다. 2017년과 2108년에 각각 15개사, 2019년 20개사, 2020년 18개사였으며 지난해에는 23개사로 전체 증권사의 3분의 2 이상에서 HTS·MTS 서비스 장애가 일어났다.
HTS·MTS 서비스 장애가 5년 연속 발생한 증권사는 △DB금융투자 △NH투자증권 △교보증권 △대신증권 △메리츠증권 △삼성증권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키움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10개사였다.
국내 5대 증권사 중에서는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이 5년 연속 HTS·MTS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다.
이들 5대 증권사의 HTS·MTS 서비스 장애는 총 88건이었고 키움증권이 33회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삼성증권(19회), NH투자증권(16회), 미래에셋증권(15회), 한국투자증권(5회) 순으로 나타났다.
HTS·MTS 서비스 장애에 따른 최근 5년간 이용자들의 피해액은 총 268억원이었다. 2017년 23억원, 2018년 17억원, 2019년 54억원, 2020년 78억원, 지난해 93억원으로 5년 새 4배 늘었다.
증권사별로 이용자의 피해액이 가장 컸던 곳은 미래에셋증권으로 15차례 장애가 발생하는 동안 76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국내 5대 증권사 이용자의 총 피해액은 144억원이었으며 미래에셋증권을 제외하면 한국투자증권 40억원, 삼성증권 15억원, 키움증권 11억원, NH투자증권 1억원 순이었다.
그러나 거액의 이용자 피해에도 증권사의 보상은 충분하지 못했다. 증권사들은 피해액 268억원 중 218억원을 보상해 피해 보상률이 81% 수준에 그쳤다.
HTS·MTS 서비스 장애가 급증하고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지만, 흥국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은 피해 소비자에 대한 보상 규정조차 없는 등 금융당국의 허술한 관리 체계도 문제로 지적됐다.
양 의원은 “1분 1초가 중요한 증권거래 시장에서 매년 수백 번의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충격적”이라면서 “5대 증권사 중 3개사에서 5년 연속 장애가 발생했다는 것은 이용자 서비스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피해는 이용자 몫인데 소비자 피해보상 규정조차 없는 증권사가 있는가 하면 피해 보상률은 81%에 불과하다”면서 “금융당국이 피해 재발 방지와 피해자 구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