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낯선 남미 국가 수리남. 오는 9일 공개를 앞둔 넷플릭스 ‘수리남’은 그곳에서 먀악을 독점한 한 한국인의 실화에서 출발한 시리즈다. 국정원이 민간인의 도움을 받아 그를 끌어내리는 이야기가 6부작으로 펼쳐진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공작’ 등을 연출한 윤종빈 감독은 6시간의 이야기를 한 편의 영화처럼 요리했다. 7일 오전 서울 역삼동 조선팰리스 서울강남에서 열린 ‘수리남’ 제작발표회엔 배우 하정우, 황정민, 박해수, 조우진, 유연석, 윤종빈 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실화가 주는 힘, 굉장히 컸다”
하정우는 ‘수리남’이 가진 실화의 힘에 주목했다. 남미의 작은 국가에서 한국인이 마약 사업을 하는 것 자체가 영화적이었다. 윤종빈 감독은 ‘수리남’이 마약을 다룬 기존 장르물과 몇 가지 차별점을 설명했다. 전 세계 어디에도 민간인이 국가 정보기관 작전에 언더커버로 투입된 영화나 드라마가 없다는 점이 달랐다. 마약상이 목사 신분으로 위장해 신도들을 이용하는 설정이나 실화를 모티브로 해 현실감을 더한 것도 차별점이었다. 전 세계에 소개되는 넷플릭스 작품에 다수 참여한 박해수는 “‘수리남’이 전 세계에 통할 수밖에 없는 건 인물의 심리 때문”이라며 “서로를 속이는 양면적인 캐릭터들이 전 세계 시청자들이 재밌게 볼 이유이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제주도로 가족 여행, 여기를 남미로?”
‘수리남’은 대부분 수리남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 드라마다. 많은 장면을 해외에서 찍으려고 했으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확산되며 예정된 해외 촬영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촬영 전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떠난 윤종빈 감독은 그곳을 남미로 꾸미는 상상을 했다. 여행을 마친 후 야자수를 심고 남미에서 자라는 식물을 재현해서 구현했다. 배우들도 비슷하다며 놀랐다. 하정우는 “유난히 촬영 기간이 길었고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고 “서울 근교보다는 제주도나 자연친화적인 지방에서 주로 촬영했다”고 돌아봤다.
“찍어야 할 분량 너무 많아 아침마다 한숨”
줄곧 영화를 연출한 윤종빈 감독에게 ‘수리남’은 첫 시리즈물이다. 2시간 분량의 영화를 6시간 분량의 시리즈로 늘리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평소 작업보다 시간이 부족했지만, 퀄리티는 유지해야 했다. 리허설 없이 찍은 장면도 많다. 윤 감독은 “영화 ‘공작’을 100회차 정도에 촬영했고, ‘수리남은’ 138회로 찍었다”며 “다행히 훌륭한 배우들이라 리허설이 없어도 항상 준비되어 있었다. 도움이 많이 됐다”고 설명했다. 황정민은 “‘수리남’을 보고 큰 에너지를 받았다”며 “배우들이 각자 맡은 캐릭터를 훌륭하게 해냈다. 보면서 놀랐다”고 덧붙였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