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은 내가 사는 나라의 돈을 다른 국가의 화폐와 교환하는 비율입니다. 1달러와 1000원이 교환된다면 원·달러 환율은 1000이고, 1달러와 1412원(23일 종가기준)이 교환된다면 원·달러 환율은 1412인 것이죠. 환율이 오르면 1달러를 얻는 데 필요한 원화가 증가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상승은 곧 원화 가치 하락입니다.
환율은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 움직입니다. 구매하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물량이 적은 상품일수록 가격이 비싸집니다. 달러도 마찬가지죠. 달러를 구하기 힘들수록(공급감소), 달러를 원하는 사람이 많을수록(수요 증가) 달러는 비싸집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차례 연달아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이 달러의 수요, 공급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기준금리를 올리면 시중의 금리(이자율)가 높아집니다. 달러를 가진 사람들은 대출이나 투자·소비를 줄이고 은행에 돈을 맡깁니다. 결국 시중에 풀린 돈(달러)이 줄게 되니 달러 가치는 상대적으로 높아집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자국의 금리보다 높아지면 달러에 대한 수요는 더 커집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3.00~3.25%인 반면 한국은 2.50%입니다. 같은 돈으로도 미국에서 더 많은 이자를 주죠. 한국의 투자자들은 달러로 바꿔 미국에 자금을 예치하고 싶어 할 겁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보다 금리가 낮은 국가의 투자자들도 달러로 바꾸고 싶어 하면서 수요는 더 높아지는 겁니다. 이에 따라 환율이 오르죠.
중국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도 원·달러 환율 상승 폭을 키웠습니다. 중국은 올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상하이 등 주요 도시를 봉쇄하면서 경제적 타격을 입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3.70%에서 3.65%로 0.05%p 인하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 화폐인 위안화의 상대적 가치는 하락했습니다. 금리 인하는 시장에 돈을 푸는 것과 같습니다. 공급이 늘면서 가치가 하락하는 거죠. 우리나라 원화와 위안화의 가치는 비슷하게 움직입니다.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인데요. 중국과 교역하는 양은 전체 수출입의 4분의 1가량에 달합니다. 위안화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우리나라 화폐인 원화의 가치가 하락했고, 달러 환율 상승 폭은 커졌죠.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입 물가가 비싸집니다. 1달러짜리 물건을 수입할 때 1000원을 냈다면, 환율이 오르면 똑같은 상품에 2000원을 지급해야 합니다. 외국에서 원자재를 수입하는 기업들은 타격이 크죠. 해외에서 달러로 돈을 빌린 경제주체도 힘들어질 겁니다. 빚이 늘어나지 않아도 더 많은 원화를 마련해야 하니까요.
기업도 강달러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환율 상승에 따라 수입 물가가 오르면서 기업들의 경영이 악화하기 때문이다. 또 미 연준 속도에 맞춘 한은의 통화정책으로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커집니다.
한국은행은 환율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기업 경영 여건이 악화할 경우 한계기업 비중은 다시 상당폭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환율 상승과 원자재 수입 가격이 맞물려 상승하면 원가 및 판관비가 오르고, 제품과 서비스 가격을 높일 뿐 아니라 기업의 영업비용도 높일 것이라 분석했습니다
환율은 특히 무역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보통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면 국내 기업의 수출에는 호재입니다. 1달러가 1000원에서 1300원으로 오르면 외국에 수출하는 기업은 더 많은 돈을 벌게 됩니다. 똑같이 100달러를 받아도 10만원이 아니라 13만원을 벌 수 있으니까요. 혹은 1달러에 팔던 같은 제품을 0.8달러만 받고 팔아 다른 나라 기업보다 가격 경쟁력을 강화할 수도 있죠.
그러나 현재는 호재가 통하지 않고 있습니다. 세계 주요국들이 모두 경기 부진을 겪고 있기 때문이죠. 한국의 주요 수출 시장인 미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도 에너지 부족 위기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수출 호황을 누리기 힘들죠.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달러화 강세가 ‘세계 경제의 최대 위협 요소’라고 지적했습니다. 부채가 많은 나라는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를 보였죠. 실제 멕시코 금융위기와 아르헨티나 금융위기가 미국의 강 달러 정책에서 온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면 이르면 내년 초 정도면 몇 나라가 무너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멕시코 금융위기 당시 미국이 수습을 도와줬던 것처럼 달러화 강세로 인한 피해가 결국 미국에 돌아올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