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배우이자 아메리칸 원주민 권리 운동가인 사친 리틀페더가 2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75세.
헐리우드 리포트 등 외신에 따르면 리틀페더는 이날 정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노바토에 있는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리틀페더는 2018년 유방암 판정을 받고 투병해왔다.
리틀페더는 197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대부’(감독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로 남우주연상 후보로 오른 배우 말론 브란도를 대신해 시상식에 참석했다. 당시 브란도는 할리우드가 아메리카 원주민을 차별하고 있다며 시상식을 보이콧했다. 아파치족 원주민인 리틀페더는 브란도를 대신해 시상대에 올라 브란도가 쓴 성명문을 대독했다.
당시 리틀페더가 대독하려던 성명문은 8쪽 넘는 분량이었으나 주최 측은 리틀페더에게 ‘60초 이내에 발표를 마치라’고 압박했다. 결국 리틀페더는 “브란도는 영화와 TV 산업이 아메리칸 인디언을 대우하는 방식에 항의해 상을 받지 않기로 했다”고 짧은 연설을 마친 뒤 시상대에서 내려왔다.
그는 훗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무대 뒤에서 ‘60초 안에 연설을 마치지 않으면 체포하겠다’는 말을 들었다. 배우 존 웨인은 화를 내며 나를 끌어내리려다가 무대 뒤에 있던 남자들에게 저지당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내가 진짜 원주민이 아니라고 의심했다”고 털어놨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이 일이 있은 지 50여년 만인 올해 8월 성명을 내 사과했다. 데이비드 루인 AMPAS 회장은 사과 편지에서 “당신이 보여준 용기는 너무 오랫동안 인정받지 못했다”며 “이에 깊은 사과와 존경을 표한다”라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