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숙한 연예인, 결국 복귀… 무엇이 문제인가

자숙한 연예인, 결국 복귀… 무엇이 문제인가

기사승인 2022-10-11 00:48:10
배우 곽도원, 작곡가 돈 스파이크.   사진=박효상 기자, 연합뉴스

또 음주운전, 또 마약이다. 반복되는 연예인들의 사건·사고에 대중은 점점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배우 곽도원은 지난달 25일 음주운전, 작곡가 돈 스파이크는 다음날인 26일 마약 투약 혐의로 물의를 일으켰다. 두 사건을 본 대중의 반응은 차가웠다. 이들의 잘못이 어쩌다 한 번 저지른 실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곽도원은 2018년 ‘미투’ 가해자로 지목돼 한 차례 논란을 겪고 자숙 기간을 가졌다. 이후 영화와 드라마로 복귀해서 활동 중이었으나 음주운전으로 활동을 중단했다. 동시에 소속사는 “확인되지 않은 추측과 왜곡”이라며 부인했으나, 과거 스태프 폭행설까지 휘말리며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9월 촬영한 공익광고 ‘디지털성범죄와의 전쟁’ 두 편 중 한 편은 아직 송출 전이라 출연료를 반납하게 됐다.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영화 ‘소방관’과 티빙 웹드라마 ‘빌런즈’는 공개하기 어렵게 됐다.

돈 스파이크도 비슷하다. 경찰이 현장에서 압수한 필로폰이 약 1000회분 분량인 30g인 것부터 충격이었다. 지난 4월부터 세 차례에 걸친 마약 투약 혐의를 받고 있다. 최근 마약을 시작한 것도 아니다. 12년 전 대마초 혐의로 재판받은 전과가 드러났고, 같은 해 10월에도 마약 혐의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동종 전과 3회로 드러났다. 채널A, KBS 등 방송사들은 돈 스파이크가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 VOD를 하나둘 내리고 있다.

이제 연예인이 사회적 물의를 빚으면, 대중은 곧바로 활동중단이나 자숙 대신 복귀를 먼저 생각한다. 일정 기간 자숙한 후 조용히 복귀하는 연예인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음주운전만 세 차례 적발돼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윤제문은 영화 ‘상류사회’와 ‘마약왕’, ‘천문’, ‘한산: 용의 출현’ 등 다수의 영화에 출연했고, 지난해 KBS2 ‘연모’에 이어 올해 방송 예정인 JTBC ‘재벌집 막내아들’에 출연하는 등 드라마에도 조용히 모습을 비추고 있다. 2019년 두 번째 음주운전 사실이 적발된 안재욱도 5개월 만에 연극으로 복귀했고, 지난해 tvN ‘마우스’에 출연한 데 이어 현재 방송 중인 JTBC ‘디 엠파이어: 법의 제국’엔 주인공으로 나섰다.

마약 투약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연예인들도 다양한 방법으로 복귀를 노리고 있다. 유흥업소 성추문과 마약 투약 혐의로 2019년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박유천은 해외 팬미팅을 열고 화보집을 내며 수익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영화 ‘악에 바쳐’에 출연해 국내 개봉 예정이지만, 소속사 분쟁으로 박유천의 국내 활동은 금지된 상태다. 2019년 가수 비아이도 마약 투약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지만, 지난해 정규 앨범을 내고 다음달 글로벌 EP 앨범을 발매하는 등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유독 연예인에게 엄격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들이 저지른 일에 따라서도 죄의 경중이 다르다. 마약 투약과 달리 음주운전은 실형을 받는 경우가 거의 없고, 논문 표절이나 어린 시절 저지른 폭력은 법적 처벌과도 거리가 있다. 또 같은 범죄여도 죄의 무게를 재는 법원의 처벌 강도가 모두 다른 만큼, 적절한 자숙 기간과 복귀 방법을 판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연예인이 가지는 권위만큼 책임도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일반인이 그 정도 잘못을 저지르면 인생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며 “연예인은 잘못을 저질러도 복귀해서 활동하는 걸 직접 눈으로 보니까 공평하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어떤 면에서 연예인들도 공인이라고 할 수 있다. 똑같은 일도 공인에겐 책임과 의무가 커진다”라며 “연예인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사람이라 잣대가 더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숙 기간에 무엇을 하는지도 중요하다. 단순히 활동을 멈추는 것에 그치지 말고, 사회적 책임을 느끼며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도 대중이 지켜본다. 각 분야의 톱스타들이 기부와 봉사활동 등 선행을 꾸준히 펼치며 사회적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과 비슷하다. 곽 교수는 “과거 누린 인기가 있으니 자숙하면서 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라며 “법원에서 봉사명령을 내리는 것처럼, 자숙 기간에 봉사활동이나 기부를 하는 등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활동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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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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