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타자’에서 ‘대장곰’으로 돌아온 이승엽 [들어봤더니]

‘국민타자’에서 ‘대장곰’으로 돌아온 이승엽 [들어봤더니]

기사승인 2022-10-18 17:03:28
기념 사진을 찍는 이승엽 두산 베어스 신임 감독.   연합뉴스

이승엽 신임 감독이 두산 베어스에서 지도자 첫발을 내디딘다. 

두산 구단은 지난 14일 계약기간 3년, 총액 18억원(계약금 3억원, 연봉 5억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이승엽 감독을 제11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이 감독은 한국 야구를 상징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1995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 감독은 통산 1096경기에서 타율 0.302 467홈런 1498타점을 기록했다. 현역 시절 최우수선수(MVP) 및 홈런왕을 각각 5차례, 골든글러브를 10차례 수상한 레전드 타자다. 한국 무대에서는 오로지 삼성에서만 뛰어 구단의 3번째 영구 결번(36번)자로 남아있다.

또 일본프로야구에서는 2004년부터 2011년까지 8년간 활약하며 159홈런을 기록했으며, 재팬시리즈 우승도 2차례나 경험했다. 국가대표 활약도 독보적이다.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 금메달 1개(2008년), 동메달 1개(2000년), 아시안게임 금메달 1개(2002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3위(2006년) 등을 이끌며 ‘국민 타자’로 불렸다.

두산 감독을 맡게 되며 약 5년 만에 그라운드로 돌아온 이 감독이다. 이 감독은 2017년 은퇴 후 KBO 홍보대사 및 기술위원, 해설위원 등을 다양한 활동을 했지만 현장 경험은 전무하다. JTBC 예능 ‘최강야구’를 통해 감독으로서 은퇴선수들이 주축이 된 팀 감독을 맡았지만, 프로 무대에서는 코치직도 맡아 본 경험이 없다. 곧바로 사령탑에 데뷔하는 이 감독을 향한 시선엔 우려가 따르고 있다.

1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이 감독의 소감을 들어봤다.

두산 베어스의 지휘봉을 잡은 이승엽 신임 감독.   두산 베어스

‘초보 감독’ 이승엽

“지금 저에게 붙는 단어는 초보 감독입니다. 코치 경험도, 지도자 연수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23시즌이 시작되면 지금의 평가를 준비된 감독으로 바꿔보겠습니다. 선수로 23년간, 은퇴 후 야구장 밖에서 5년까지 28년간 오직 야구만을 생각했습니다. 언젠가 찾아올 ‘감독 이승엽’을 준비해왔습니다. 모두가 쉽지 않은 도전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에게 자신감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감독 이승엽의 철학을 물었습니다. 그때마다 강조한 키워드는 3가지입니다. 기본기, 디테일, 팬입니다. 저는 현역 시절 기본기에 충실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디테일에 강한 일본 야구를 몸으로 경험하면서, 더욱 제 철학이 강해졌습니다. 기본은 땀방울로 만들어집니다. 선수 시절 맞붙었던 두산은 탄탄한 기본기와 디테일을 앞세워 상대를 압박했습니다. ‘허슬두(허슬+두산)’의 이미지를 재건하는 게 최우선 목표입니다. 가을 야구와 구단 7번째 우승도 그 코드에서 만들어 질 것입니다.”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팬입니다. 아무리 강한 야구, 짜임새 있는 야구라도 팬이 없다면 완성되지 않습니다. 그라운드에서는 팬에게 감동을, 그라운드 밖에서는 낮은 자세로 다가가는 ‘팬 퍼스트’ 정신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계약서에 사인을 하기 전에 전풍 사장님께서 강조하신 첫 번째가 소통이었습니다. 선수단과 프런트, 코치진과 대화를 잘 나누길 바라셨습니다. 저 역시 같은 팀에서 프런트, 코치진, 선수들이 한마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선수, 코치진이 가장 소통이 잘돼서 힘들 때나 고민이 있을 때 형님 정도는 아니더라도 고민 정도는 털어놓을 수 있게 만들려 합니다.”

“모든 선수들에게 기회는 동등하게 줄 것입니다. 신인 선수, 고참 선수 모두에게 기회를 줄 것입니다. 대스타든 신인이든 동등하게 기회를 주겠습니다. 결과를 낸 선수들이 경기에 나설 것입니다.” 

“저는 빡빡한 스타일 보다는 유한 스타일입니다. 선수들도 지시하기 전에 알아서 스스로 하는 선수들이 됐으면 합니다. 그래도 경기에서는 아마 엄해질 것입니다. 열심히 뛰고, 치고, 수비하는 건 당연한 것입니다. 당연히 본헤드 플레이와 실책, 실수가 나올 수 있습니다. 실수가 잦아지고 해서는 안 될 플레이가 나오면 정확한 판단을 내리겠습니다.”

현역 시절 삼성 라이온즈에서 활약한 이승엽 두산 감독.   연합뉴스

삼성 라이온즈, 그리고 최강야구

“삼성에서 받은 아주 큰 사랑은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가슴 속에 늘 갖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삼성 팬들에게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삼성에 새로 취임한 박진만 감독은 동년배이자 동기입니다. 시드니부터 베이징 올림픽까지 국제무대에서 함께 뛴 아주 좋은 친구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친구보다는 팀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저는 두산의 승리를 위해 뛸 것이고 당연히 박진만 감독도 팀 승리를 위해 뛸 것입니다. 젊은 감독들이 중심이 돼서 야구 팬들의 발길을 되돌리겠습니다.”

“최강야구를 하면서 선수들의 진심을 느꼈습니다. 프로 선수 출신 외에도 고교 선수, 대학 선수, 독립리그 선수들까지 모두 야구를 사랑합니다. 야구 감독이기 전에 선배로서 어린 선수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모범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야 선수들이 더 큰 꿈을 꿀 수 있습니다. ‘야구를 통해 희망을 심어줘야 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승엽 감독이 주목하는 선수로 뽑은 정철원.   연합뉴스

밖에서 바라본 두산은

“올해 두산의 팀 평균자책점은 4점대고, 팀 타율은 2할 5푼이었습니다. 가장 문제점은 실책입니다. 실책이 많으면 경기의 향방이 갑자기 바뀌기 때문에 그런 투수들과 경기를 이기려는 마음에 상실감이 들 수 있습니다. 우리 실수로 상대 팀에 기회를 줘선 안 된다고 생각해 수비를 보충하고 싶습니다. 내년에는 조금 더 단단하고 실수하지 않는 야구를 하고 싶습니다.”

“일단 선수를 파악해야 합니다. 많은 선수들과 만나 대화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두산은 올 시즌 9위를 하면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습니다. 투타 밸런스가 맞지 않았고, 수치적으로 지난해보다 많이 떨어져 있습니다. 코치진과 만나 문제점이 뭐였고 왜 9위라는 성적을 받았는지 파악하겠습니다.”

“저는 포수가 매우 중요한 포지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 팀에서 가장 필요한 포지션이라고 묻는다면, 포수라고 이야기 할 것입니다. 주전 포수 박세혁이 자유 계약(FA)으로 풀립니다. FA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한 부분이 없습니다. 취약한 포지션이 포수라고 구단에 말씀을 드렸습니다.”

“안재석을 유심히 봤습니다. 충분히 대스타로 갈 수 있는 자질이 보였습니다. 밖에서 봤을 때는 지금보다 더 높은 곳에 있어야 하는 선수라 생각하는데 아직 잠재력이 터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더 좋은 선수로, 상대하기 까다로운 선수로 만들고 싶습니다.”

“투수에서는 정철원이 워낙 좋은 투구를 펼쳤습니다. 어린 선수인데도 대담한 투구를 했습니다. 더 보여줄 게 많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관리를 잘해서 앞으로도 어린 선수들이 두산에서 더 길게 갈 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취임식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이승엽 두산 감독.   연합뉴스

지난 시즌 9위…명가 두산을 재건하기 위해

“감독 롤모델은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선수로 수많은 감독님을 경험해봤는데, 감독님들의 장점들을 많이 모아서 ‘이승엽 감독’다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지난해까지 너무 좋은 모습을 보여드렸다가 올 시즌을 9위로 마무리했습니다. 당장 내년에 우승, 포스트시즌 진출을 말씀드리는 건 아직 섣부릅니다. 순위를 아직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선수들을 만나보고 내년 캠프를 해봐야 어느 정도 예상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올해보다 훨씬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겠다는 것은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선수들이 분명히 더 성장할 것입니다.”

“계약이 확정되는 순간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이 힘든 곳을 다시 돌아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결과를 낼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어떻게 준비를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선수들과 화합해서 내년 이맘때는 마무리훈련이 아닌 경기를 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꿈에 그리던 감독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이제는 더 높은 곳을 향해서 달려가야 합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것입니다. 계약 기간 3년 안에 한국시리즈에서 야구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면 감독으로서 첫 번째 목표는 달성할 것 같습니다. 열심히 준비해서 목표를 이뤄보겠습니다.”

잠실=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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