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팬들은 여전히 이재영을 원하지 않는다.
여자 프로배구 이재영과 이다영 쌍둥이 자매는 지난해 학창시절 당시 저지른 학교 폭력 사실이 폭로되며 위기를 맞았다. 대중의 공분이 커지자 SNS에 자필 사과문을 올리고 가해 사실을 인정하며 자숙하는 시간을 가졌다. 소속팀인 흥국생명은 무기한 출전금지, 대한배구협회는 국가대표 자격 박탈 징계를 내렸다.
흥국생명은 2021~2022시즌을 앞두고 이들의 복귀를 추진했지만 비난 여론이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았다. 팬들은 트럭시위 등을 통해 반대의 목소리를 냈고, 결국 흥국생명은 이재영과 이다영의 선수 등록을 포기하면서 두 선수는 불명예 퇴출됐다. 이들은 그리스 PAOK로 이적하며 한국을 떠났다.
이다영이 그리스 무대에 안착한 반면, 이재영은 좀처럼 적응하지 못했다. 무릎 부상까지 겹쳐 지난해 말 국내로 돌아왔고, 이후 경기를 뛰지 못했다. 이다영은 PAOK에서의 활약으로 상위 리그인 루마니아 리그로 이적했지만 이재영은 무적 상태로 남아있었다.
이 가운데 지난 18일 KBS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프로배구 여자부 페저축은행이 이재영 영입을 위해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시즌 여자프로배구 7구단으로 창단한 페퍼저축은행은 3승 28패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올 시즌에도 세터 이고은을 제외하고 마땅한 전력 보강이 없어 최하위가 유력한 상황이다. 게다가 하혜진, 이한비 등 지난 시즌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서 공격력 보강을 위해 이재영과 접촉한 것으로 보인다.
페퍼저축은행 측은 “약 한 달 전에 이재영과 접촉한 것은 맞으나, 영입 단계는 아니다”라면서 “무엇보다 학폭 피해자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화해가 전제되어야 하고, 배구계에 일으킨 물의에 대해 배구 팬들에게도 설명과 설득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배구팬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학교 폭력으로 불명예 퇴출한 선수와 접촉했다는 것만으로도 팬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19일 2022~2023시즌 V리그 여자부 개막 미디어데이가 열린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 앞에서는 이재영의 복귀를 반대하는 트럭 시위가 이뤄졌다. 여기에 리베라호텔 인근과 성남 페퍼저축은행 본사, 광주시청 등에는 이재영과 접촉을 비판하는 문구가 담긴 근조 화환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김형실 페퍼저축은행 감독은 “선행 조치가 없으면 안 된다.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한 사과라든지 그런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라면서 “재기하게 해주고 싶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그런 자충수를 구단이 둘 이유도 없다. 현재까지는 그저 알아보는 수준에서 만나본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