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이 12년 만에 역대 3번째 월드컵 16강 진출을 노린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오는 24일(한국시간) 우루과이와 1차전을, 28일에는 가나와 2차전을, 다음달 3일 포르투갈과 3차전을 치른다. 경기는 모두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한국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원정 16강 진출에 도전한다. 조별리그에서 최소 2위 이상의 성적을 내야 한다. 한국의 현실적인 기대 성적은 16강 진출의 마지노선으로 꼽히는 1승 1무 1패다.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1승 1무 1패를 거둬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한 바 있다.
조별리그에서 강팀들과 한 조에 묶이면서 쉽지 않다는 평이 따르고 있지만, 16강 진출 가능성을 높게 바라보는 시선도 따르고 있다. 쿠키뉴스는 벤투호의 16강 진출 필수 조건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손흥민의 빠른 회복
빠른 스피드와 결정력에 리더십까지, 대표팀에 있어 손흥민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손흥민 없이 한국이 16강에 가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현재 손흥민은 안와골절 부상을 입은 상태다. 손흥민은 지난 2일 경기를 치르던 도중 부상을 입었고, 수술을 받아 현재 회복 중에 있다. 안와골절은 골절의 정도와 회복경과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보통 수술 후 회복까지 한 달 정도 소모된다.
이로 인해 손흥민의 본선 출전은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한국 대표팀의 주장이자 공격의 핵심인 손흥민이 빠진다면 대표팀 전체에 큰 악재다. 손흥민이 결장할 경우 대표팀은 전술의 틀을 모두 바꿔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마주해야 한다.
다행히 손흥민의 상태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지난 5일 수술을 받은 뒤 회복에 나선 그는 12일에는 리즈 유나이티드전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안경에 가려졌지만, 붓기가 조금은 가라앉은 듯 했다.
손흥민은 일단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려 16일 카타르에 입국했다. 대표팀의 의무진이 직접 확인을 하고 출전 시기를 조율할 예정이다. 빠르면 빠를수록 대표팀에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손흥민 본인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경기에 나서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출전 의지가 크다.
‘황·황 듀오’의 컨디션 회복
손흥민과 함께 대표팀 공격진의 주축인 황의조(올림피아코스)와 황희찬(울버햄튼)의 부활도 절실하다.
‘손(흥민)·황(의조)·황(희찬)’이라고 불릴 정도로 세 선수는 합이 좋다. 손흥민이 부상으로 출전 시기가 불확실한 가운데, 공격진의 두 축인 황의조와 황희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황의조와 황희찬이 올 시즌 리그에서 부침을 겪은 점이다.
올 시즌 올림피아코스로 임대 이적한 황의조는 황인범과 함께 손발을 밎출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였지만, 주전 경쟁에서 밀려났다. 팀이 치른 20경기 중 11경기(리그 6경기, 유로파 5경기)에만 출전했고, 심지어 최근 리그 5경기 연속 출전 명단에 들지 못했다. 팀의 마지막 경기에서도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해 가장 먼저 카타르에 입성했다.
황희찬의 상태도 그리 좋지 않다. 지난 시즌 30경기 5골 1도움을 기록, 성공적인 울버햄튼 연착륙에 성공했던 그는 올 시즌 벤치로 밀리며 13경기(EPL 11경기, 리그컵 2경기)에 출전하는 데 그쳤다. 득점은 기록하지 못했고 어시스트 1개만 올렸다. 11월 들어 2경기 연속 선발 출전하며 분위기를 바꿀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지난 12일 월드컵 전 마지막 경기인 아스널전에서 아예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황희찬은 카타르 입국 후 실시한 첫 팀 훈련에서 햄스트링 부위에 불편함을 호소하며 곧장 훈련에서 제외돼 우려를 사기도 했다.
황의조는 현지 취재진과 기자회견에서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처음 나가는 월드컵이고 정말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최고의 상대를 만들기 위해 준비를 정말 많이 했다”라며 컨디션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우루과이 상대로 최소 승점 획득
가장 중요한 것은 첫 단추를 잘 꿰는 것이다. 첫 경기인 우루과이전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그만큼 벤투호의 16강 진출 확률도 올라간다. 벤투 감독도 지난 12일 최종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포커스는 첫 경기”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조별리그 첫 상대인 우루과이는 이번 월드컵에서 다크호스로 주목받고 있는 팀 중 하나다.
우루과이는 이전까지 에딘손 카바니(발렌시아)와 루이스 수아레즈(나시오날), 디에고 고딘(벨레스 사르스필드) 등 핵심 선수에 의존해왔지만, 이번 월드컵에서는 페데리코 발베르데(레알 마드리드), 로날드 아라우호(바르셀로나), 다윈 누녜스(리버풀), 로드리고 벤탄쿠르(토트넘) 등 20대 초반의 선수들이 성장하면서 기존의 핵심 선수들과 함께 신구 조화가 적절하게 이뤄진 팀이 됐다. 포르투갈보다 더 전력이 좋다고 평가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다만 빈틈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핵심 수비수 아라우호의 결장이 유력해서다.
2020년 바르셀로나로 이적한 아라우호는 빠르게 입지를 넓혀가며 전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188㎝의 탄탄한 피지컬에 안정적인 수비력과 빌드업 능력을 갖춘 차세대 수비수로 각광받았다.
아라우호는 지난 9월 이란과 평가전에서 허벅지 부상을 당해 수술을 받았다. 회복 기간까지 최소 3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월드컵 낙마가 유력했다. 하지만 최종명단에 합류, 우루과이 대표팀과 함께 재활 훈련 중에 있다.
아라우호가 결장하게 된다면 우루과이의 수비진을 공략하기 훨씬 편할 것으로 보인다. 우루과이 주축 수비수들은 30대 중반의 선수들이 많아 스피드 경쟁에서도 해볼만 하다는 예측이 뒤를 잇고 있다.
가나전 승리
가나는 H조 최약체로 꼽힌다. 한국(28위)보다 FIFA 랭킹이 유일하게 낮은 팀(60위)이라 반드시 이겨야 16강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 가나도 한국을 1승 상대로 보고 있어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가나는 귀화선수까지 영입하며 이번 월드컵을 준비했다. 지역 예선이 끝난 이후 이냐키 윌리엄스(아틀레틱 빌바오), 티리크 램프티(브라이턴), 모하메드 살리수(사우스햄턴) 등 유명 선수들이 합류했다. 여기에 토마스 파티(아스널), 앙드레 아이유(알사드), 조르당 아유(크리스탈 팰리스) 등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하지만 귀화 선수들이 대거 합류하면서 조직력이 약하다는 평이 따른다. 귀화 선수들 대다수가 9월 A매치 기간에 처음으로 가나 대표팀에 소집됐다. 제아무리 선수의 기량이 좋아도 남은 기간에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또 골키퍼 포지션이 취약하다. 기존의 주전 골키퍼 리차드 오포리(올랜도 파이러츠)와 조 월러컷(찰턴)이 모두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했다. 주전 키퍼로 예상되는 로런스 아티-지기(장크트갈렌)의 A매치 경험은 9경기에 불과하다. 아티-지기는 지난 6월 일본과 평가전에서 4골을 내주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또 가나 중원의 핵심인 이두리스 바바(마요르카)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가나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된 것은 한국에겐 호재다.
글로벌 매체 ESPN은 “손흥민이 건강하다면 한국도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가나전 승리는 필수이며 포르투갈과 우루과이전에서 승점을 획득하면 16강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