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철 “‘재벌집 막내아들’도 똑같은 에너지로 연기했어요” [쿠키인터뷰]

조한철 “‘재벌집 막내아들’도 똑같은 에너지로 연기했어요”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3-01-06 06:00:10
배우 조한철. 하이마일즈

욕심은 끝이 없다. 지난달 25일 종영한 JTBC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양철(이성민) 회장의 둘째 아들 진동기(조한철)는 언제나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인물이다. 어디서든 눈치를 보고, 끊임없이 잔머리를 굴린다. 무속인의 점괘에 의지할 정도로 절실하기도 하다. 마치 그것이 장자 승계가 원칙인 순양그룹 차남으로 태어나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인 것처럼. 진동기의 표정엔 늘 야심, 그리고 두려움이 가득하다.

진동기를 연기한 배우 조한철은 지난달 23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대본을 보면 기분이 안 좋다” “작가님께 서운한 기분도 든다”고 농담하며 웃었다. 곧바로 “배우로서 멋진 장면을 만드는 재미가 큰 드라마였다”고 이내 진지해졌다. 진동기를 연기하며 중점을 둔 건 둘째라는 집안 내 위치였다.

“진동기는 스스로 존재감이 없다고 느끼는 인물이었어요. 2인자의 설움을 잘 살리면 되겠다 싶었죠. 지혜롭기보다 아버지한테 잘 보이려고 하잖아요. 스스로 자립하는 인물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는 사람인 거죠. 삼남매 사이에서도 개성이 잘 그려질 것 같았어요. 무능한 큰형과 빠릿빠릿하지만 제 꾀에 넘어가는 둘째, 무대포인 셋째까지 구성이 잘 됐잖아요. 둘째라 어중간할 수 있어서 나름대로 색깔을 넣으려고 신경을 많이 썼어요.”

JTBC ‘재벌집 막내아들’ 스틸컷

조한철은 ‘재벌집 막내아들’ 촬영 전 대본 리딩 자리에서 다른 배우들을 보고 미소 지었다. 과거 인연이 있거나, 함께 연기한 배우들이 여럿이었다. 진동기의 동생 진화영을 연기한 배우 김신록과는 대학원 선후배 사이로, 과거 같은 작품에서 커플로 연기한 경험이 있다. 최창제를 연기한 김도현은 학교 다닐 때부터 알던 배우고, 강기둥과 송중기는 과거 같은 작품에서 연기했다. 진양철 회장을 연기한 배우 이성민은 어려서부터 동경했던 배우다. 실제 다섯 살 차이밖에 안 나지만, ‘재벌집 막내아들’에선 부자 관계를 연기했다. 조한철은 가까이에서 이성민의 노인 연기를 지켜보며 “배우로서 정말 놀랐다”고 털어놨다.

“이성민 선배는 대학로부터 동경하던 배우였어요. 와, 저런 배우가 있구나 했죠.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서 날아다니셨거든요. 나이가 있는 배우인데 갑자기 나타나서 너무 잘하시니까요. 시청자들도 진양철 회장을 좋아해주셨지만, 전 배우니까 더 들여다보게 되잖아요. 처음엔 이성민 선배가 제 아버지 역할인 걸 보고 이게 무슨 캐스팅인가 싶었어요. 연극에선 젊은 배우가 종종 노인 역할을 해요. 그게 연극성이고 극적 재미니까요. 관객과 약속으로 하는 거죠. 카메라는 절대 그게 안 돼요. 연극처럼 바로 앞에서 하면 믿어주지만, 카메라 건너서 보면 믿을 수 없거든요. 하지만 진양철 회장은 믿을만 하잖아요. 정말 훌륭해서 촬영할 때 관객 입장으로 연기를 보기도 했어요. 어느 순간 저도 관객 모드가 되더라고요. 정말 놀랐어요. 진양철은 이성민 선배의 역대급 캐릭터 아닌가요. 존경스럽습니다.”

인연이 있는 배우는 더 있다. 모현민을 연기한 배우 박지현은 몇 년 동안 같은 소속사에 있으면서 연기를 가르친 신인 중 하나였다. 그룹 소녀시대 데뷔 전 연습생이었던 티파니 영을 SM엔터테인먼트에서 연기 수업을 할 때 가르친 기억도 있다. 연기 수업은 대학원 2학년이었던 2001년부터 시작했다. 대학과 매니지먼트 회사에서 진행하던 수업이 점점 많아졌다. 연극 활동과 갈림길에 서는 순간도 있었다. 그때마다 조한철은 자신이 배우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했다.

배우 조한철. 하이마일즈

“지금은 안 하지만, 연기 수업은 가치 있는 일인 동시에 먹고사는 문제이기도 했어요. 안 할 수는 없었어요. 이미 결혼한 상황이라 생계와 연결되어 있었거든요. 가르치는 것보다 저도 배우니까 같이 공부하는 느낌이었어요. 학생들에게 ‘나도 잘 모르겠다’라고 말하는 걸 좋아해요. 이렇게 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말은 하지만, 이렇게 해야 한다고는 안 해요. 이게 좋을 것 같지만, 아니면 마는 식이죠. 답이 있는 게 아니란 얘기도 많이 했어요. 연기 수업과 배우 활동이 좋은 상호 작용을 했던 것 같아요. 수업하면서 막연하게 연기에 대해 정리할 수 있고, 책도 더 많이 본 것 같습니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배우 조한철의 연기력과 존재감을 가장 확실히 알린 드라마이지 않을까. 이미 오래전부터 조연으로 다수 작품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그럼에도 ‘재벌집 막내아들’로 특히 많은 주목받았다. 그에게 잘 맞는 옷이기도 했다. 조한철은 초연한 태도로 올해를 돌아보며 ‘재벌집 막내아들’ 출연 소감을 전했다.

“살던 대로 살았고, 하던 대로 했어요. 다른 작품에 공들인 만큼, ‘재벌집 막내아들’도 똑같은 에너지를 쏟으면서 연기했어요. 그걸 많은 분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 감사해요. 누구나, 어떤 배우들이나 하던 대로 열심히 살면 되는 것 같아요. 올해 이렇게 반응이 좋기도 하고, 내년엔 없을 수도 있죠. 없으면 뭐 어떻게 하겠어요. 올해도 잘 살았고, 감사한 일이 좀 더 있었다고 생각하고 싶어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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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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