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목 “제약주권 없으면 국민 생명·건강 못 지켜”

원희목 “제약주권 없으면 국민 생명·건강 못 지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30일 신년 기자회견…정부 지원 촉구 

기사승인 2023-01-30 11:38:00
“사료값 아끼려고 하지 말고, 닭을 키워서 달걀을 낳도록 해야 한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계가 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의 신속하고 과감한 지원을 촉구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제약주권 없이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제대로 지킬 수 없다는 걸 확인한 만큼 ‘제약주권 확립’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30일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사진=신승헌 기자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협회 회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원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 각국의 보건의료체계 붕괴와 필수의약품 부족사태 등 대혼란을 목도하며 보건안보의 중요성을 절감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 국가가 백신과 필수의약품 등을 자력으로 개발·생산·공급하는 역량을 갖추지 못할 때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제대로 지킬 수 없다는 뼈저린 교훈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원 회장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3번째로 코로나19 백신·치료제를 모두 개발했고, 의약품 수출이 지난해 10조7300억원을 돌파하는 등 나름의 성과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제약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전 세계 의약품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2022년 우리나라 보건의료 총 예산 4조5000억원은 미국 국립의학연구기관(NIH, 국립보건원) 예산 56조원의 12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국내 제약바이오 R&D(연구개발) 예산 1조8000억원 중 14.6%만 기업에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원 회장은 미국·중국·일본은 보건안보 차원에서 제약바이오 육성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협회 설명에 따르면, 미국은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초고속작전’에 예산 14조원을 지원했다. 또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내린 ‘바이오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을 통해 필수의약품 생산역량 강화와 의약품 공급망 다변화 등에 2조7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중국은 ‘건강중국 2030’, ‘중국제조 2025’를 통해 2030년까지 자국 바이오산업 규모를 1800조원까지 키울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최근 5년간 제약바이오 R&D에 8조원을 투입했다.

원 회장은 “제약산업계 자체적인 노력도 기울이겠지만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정부를 향해 5가지를 촉구했다.

우선 ‘제약바이오를 국가 핵심전략산업으로 육성, 바이오헬스 글로벌 중심국가로 도약하겠다’는 약속대로 제약주권 확립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아달라는 것이다. 원 회장은 “정부 차원의 제약바이오 육성방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산업 현장에서 체감이 되지 않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필수·원료의약품·백신 자급률을 높일 수 있도록 전폭 지원해 달라는 요청도 했다. 특히 20%대에 불과한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보건안보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산 원료를 사용하는 완제의약품에 대한 약가우대 기간 및 조건을 확대해야 한다는 게 산업계의 요구다. 

원 회장은 “정부의 바이오분야 R&D 예산 가운데 기업 지원은 15%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임상 2상, 3상에 정부 R&D 투자를 집중해 달라”고도 했다. 블록버스터 신약 창출의 재정적 토대인 보험의약품 가격제도를 산업 육성 지원기조에 맞춰 개선해 달라는 요청도 잊지 않았다. 

아울러 국무총리 직속 제약바이오산업 컨트롤타워인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를 조속히 설치·가동하고, 바이오펀드 지원규모를 1조원대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차질 없이 진행해 달라고 말했다.  

제약바이오협회 6년간 이끈 원희목 회장, 내달 이임

이날 기자회견을 연 원 회장은 2017년 2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21대 회장에 취임했다. 원 회장은 한 차례 연임(2019년 3월~2021년 2월)과 한 번의 임기 연장(2021년 3월~)을 통해 지난 6년간 제약바이오협회를 이끌어 왔다.

원희목 회장은 2017년 취임 직후 ‘제약산업은 보건안보의 병참기지이자 미래 먹거리인 국민산업’이라고 공언했다. 아울러 임기 ​1기(2017~2018년)에는 ‘R&D(연구개발) 투자만이 살 길’, ‘윤리경영은 대세’ 등의 화두를 던졌다. 이때부터 제약산업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과감한 지원을 정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임기 ​​2기(2019~2020년)에는 윤리경영 확립과 시장 투명성 제고를 위해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ISO 37001(반부패경영시스템)을 도입, 회원사의 참여를 견인했다. 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개발 환경 조성을 위해 2019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AI신약개발지원센터를 설립했다. 이 시기에는 오픈 이노베이션 활성화와 글로벌 진출 거점 확보에도 역점을 뒀다. 특히 2020년에는 감염병 등에 대한 공동 대응과 혁신 신약 개발 등을 지원하기 위해 협회와 회원사 공동 출연으로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을 출범시켰다. 글로벌 선진시장 진출 및 기술교류 활성화에도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했다.

올해는 회원기업이 900개가 넘는 ‘한국제약바이오헬스케어연합회’ 출범을 주도했다. 원 회장은 “연합회는 산업계의 상호 협력과 발전을 도모하고, 공동의 아젠다를 발굴·대응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협업의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원희목 회장은 “그동안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변했다. 제약바이오 산업의 중요성을 국민과 정부 등이 인식하게 됐다”고 지난 6년을 되돌아봤다.

서울대 약대 출신으로 대한약사회 회장(제33·34대), 제18대 국회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사회보장정보원장 등을 역임한 바 있는 원 회장은 “40년간 보건산업계에 몸 담았다”면서, 앞으로도 보건산업계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승헌 기자 ssh@kukinews.com
신승헌 기자
ssh@kukinews.com
신승헌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