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o-아미노페놀 등 성분 5종을 염색제·염색샴푸에 사용할 수 없는 원료로 지정했다. 해당 원료들은 지난해부터 독성 우려가 높다고 고시된 성분으로 기존 화장품에서는 이미 배제돼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21일 개정·고시하고 o-아미노페놀, 염산 m-페닐렌디아민, m-페닐렌디아민, 카테콜, 피로갈롤 5가지 성분에 대해 염모제 제조 사용 제한을 내렸다.
이들 5종 성분은 ‘유전독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 결과에 따라 사전 예방적 차원에서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용금지 목록에 추가됐다. 유전독성이란 사람 유전자에 손상이나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는 독성을 말한다.
고시 개정일로부터 6개월 이후(2023년 8월 22일) 해당 성분이 포함된 제품은 제조·수입할 수 없으며, 이미 제조·수입한 제품의 경우 고시 시행일로부터 2년간(2025년 8월 21일까지)만 판매할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유예기간 동안 더 안전한 성분으로 대체해 나가고, 사용으로 인한 노출을 줄여나가자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내가 쓰는 샴푸도? 식약처 홈페이지 통해 5종 성분 제품 확인
식약처는 지난해 9월 o-아미노페놀 등 5가지 염모제 성분을 화장품에 사용 불가한 원료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은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지난해 말 고시 개정 절차를 완료했어야 했지만 기간이 지연되면서 이달 들어 개정이 완료됐다. 식약처는 올해 안에 염모제 총 76개 성분에 대한 정기 위해평가를 순차적으로 시행해 나갈 예정이다.
지난해 출시된 토니모리 ‘튠나인 내추럴 체인지 컬러샴푸’의 경우 o-아미노페놀이 포함돼 판매 금지 처분이 내려진 바 있다. 염모제나 염색샴푸를 준비하던 타 업체들은 개발 중이던 제품들의 성분을 빠르게 변경해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닥터포헤어 ‘폴리젠 블랙샴푸’는 식약처가 공개한 유전독성 우려 성분을 첨가하지 않고 식물 유래 성분 95%를 사용한 제품이다. LG생활건강은 ‘리엔’, ‘닥터그루트’, ‘셀럽’ 브랜드에서 새치샴푸를 출시했고 식약처에 고시된 적정 염료 성분만을 이용했다. 식물성 페놀성분으로 만들어진 새치샴푸 ‘모나케어 블랙샴푸’를 개발한 에이치엘사이언스는 식약처 개정 공고와 함께 주가가 상승하기도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독성 위험이 있다고 고지된 성분들이기 때문에 이를 포함한 제품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고시 시행 전까지 식약처 홈페이지(기능성화장품제품정보 및 기능성화장품제품정보)를 통해 성분금지 원료로 지정한 5종 성분이 사용된 제품을 검색할 수 있다”고 전했다.
THB 논란은 ‘진행 중’
다만 THB1, 2, 4(트리하이드록시벤젠)은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있다. 벤젠의 대사산물인 THB는 염모 기능은 있지만 피부 감작성 물질로 분류돼 유전독성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유럽에서는 2020년 사용이 금지된 성분이다.
식약처는 유럽 SCCS(소비자안전성과학위원회)의 평가보고서와 자체 위해평가 결과, 관련 전문가 자문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1, 2, 4-THB 성분의 사용금지 지정 추진을 결정했다. 국내 염색샴푸 시장을 열었던 업체모다모다가 첫번째 타깃이 됐고 식약처와 갈등을 빚었다.
하지만 THB는 미국, 중국 등에서는 금지 성분으로 두지 않았고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 등에서도 유전 독성 등록이 없었다는 점에서 위해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일부 의견도 있다. 이에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는 재검토를 권고했고, 식약처는 화장품 원료 안전성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오는 4월까지 THB 성분 위해성 재검증 결과를 내놓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THB 관련 제품은 모다모다의 ‘모다모다프로체인지블랙샴푸’를 비롯해 총 14개 제품이다. 이들 제품 대다수는 인터넷 및 오프라인몰을 통해 여전히 판매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화장품 원료 안전성 검증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된 만큼 제때 결과를 공개할 수 있도록 속도를 낼 것”이라며 “사용자의 선호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해당 제품들은 위해성 우려가 제기됐던 제품으로 피부가 민감하거나 사용 후 부작용을 겪은 사람은 충분히 고민하고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