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가 달라졌다… OTT와 손 잡고 제작사 길로

지상파가 달라졌다… OTT와 손 잡고 제작사 길로

기사승인 2023-02-24 06:00:12
넷플릭스 ‘피지컬: 100’은 MBC 시사교양국 소속인 장호기 PD가 기획과 연출을 도맡았다. 넷플릭스

# 최근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끈 넷플릭스 ‘피지컬: 100’은 예능 제작사가 아닌 장호기 MBC PD가 만든 작품이다. 다음 달 3일 공개를 앞둔 웨이브 ‘국가수사본부’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연출한 배정훈 SBS PD가 선보이는 신작이다. 티빙이 올해 상반기에 선보이는 ‘브로마블’은 SBS 예능국 소속인 민의식 CP와 이홍희 PD가 연출을 맡는다.

지상파 방송사가 콘텐츠 제작 플랫폼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콘텐츠 업계 판도가 OTT 중심으로 재편한 가운데, PD들을 내세워 제작사로서 새 도약에 나서는 모습이다.

앞장선 건 MBC다. 최근 MBC 행보는 박성제 사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언급한 “지상파 TV가 아닌 지상파 채널을 소유한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이들은 자체적으로 디지털콘텐츠를 총괄하는 D.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를 조직, 예능 제작 역량을 강화해 왔다. D.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는 티빙 오리지널 예능 ‘만찢남’을 제작해 지난달 27일부터 공개하고 있다. 현정완 MBC PD는 웨이브와 합작해 예능 ‘피의 게임’ 시리즈를 만들었다. MBC 시사교양국 소속 장호기 PD는 ‘피지컬: 100’을 연출해 2주 연속 시청 순위 1위(넷플릭스 글로벌 톱 10 비영어권 TV 부문 공식 집계)를 기록했다. 지상파 방송에서만 공개했다면 얻기 어려웠을 성과다.

지상파 PD의 OTT 진출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현정완 MBC PD와 배정훈 SBS PD는 웨이브에서 새 콘텐츠 ‘피의 게임’과 ‘국가수사본부’를 각각 선보인다. 왼쪽부터 임창혁 웨이브 프로듀서와 현정완 MBC PD, 배정훈 SBS PD, 김민종 카카오엔터테인먼트 CP. 웨이브

지상파 PD의 OTT 진출은 양측에 이득으로 작용한다. 지상파 방송사는 제작비를 지원받고 OTT 플랫폼 영향력을 활용해 더 큰 파급력을 기대할 수 있다. 미디어 환경이 달라지며 광고 수익이 줄어든 만큼, OTT의 자본 조달력은 지상파에게 매력적이다. OTT는 검증된 연출진이 만든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다. 최근 OTT가 취급하는 콘텐츠는 드라마에서 예능으로 확대됐다. 이들에게 전통적으로 예능을 만든 지상파 인력은 매력적인 선택지다. PD 개인에겐 새로운 도약 기회다. 익명을 요구한 지상파 PD는 쿠키뉴스에 “제작 과정에서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연출자로서 커리어를 넓힐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면서 “OTT 콘텐츠 제작에 관심을 가진 PD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우려도 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IP(지식재산권) 주도권을 놓치거나 제작 인력 유출로 이어질 수 있는 게 부담이다. 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는 지난 22일 PD저널에 기고한 칼럼에 “방송사들이 자사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로 변신하려는 의지로 읽히지만, 자칫 콘텐츠 납품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고 적었다. IP 귀속 여부가 투자금 비율에 따라 정해지는 만큼 지상파 역시 고민이 크다. 현재 방송사는 제작비를 전액 투자받아 IP를 OTT에 넘기거나(‘피지컬: 100’), OTT가 자체 제작하는 콘텐츠의 방영권만 구입하는(웨이브 ‘트레이서’) 형태로 외부와 협업하고 있다.

결국은 변화 흐름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에 달렸다. 모바일 사용 환경이 표준으로 자리 잡으며 미디어 업계 무게중심은 OTT로 옮겨갔다. 방송사로서는 새로운 먹거리 확보가 절실한 시점이다. 외부 납품 콘텐츠와 자사 방영 프로그램 사이 균형을 찾아야 하는 건 숙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 PD들의 OTT 진출을 “방송사와 OTT 플랫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평하며 “방송사가 기존 역할에 머무르면 시대에 적응할 수 없다. 앞으로는 방송사보다 제작사로서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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