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경기력은 흠 잡을 데가 없었다. 현대캐피탈은 힘도 쓰지 못했다.
대한항공은 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정규리그 6라운드 현대캐피탈과 맞대결에서 세트 스코어 3대 0(25-17 25-20 25-22)으로 완승을 거둬 4연승을 질주했다.
이날 경기는 ‘1위 결정전’이라 불릴 만큼 상당히 중요했다. 경기 전 두 팀의 승점차는 2점(대한항공 68점·현대캐피탈 66점)에 불과했다. 대한항공이 승리하면 1위를 굳힐 수 있었고, 현대캐피탈이 승리하면 1위 자리가 바뀌는 경기였다. 최태웅 현대캐피탈은 이 경기를 두고 몇 차례 ‘고지전’이라 칭하면서 중요성을 강조했다.
양 팀의 사령탑도 경기 전부터 결연한 자세를 드러냈다. 최 감독은 “오늘이 우리도, 대한항공에도 올 시즌 가장 중요한 경기”라고 언급했다.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은 “우리는 이 순간을 위해 열심히 훈련하고 달려왔다”라면서 선수들에게 정신력을 강조했다.
배구 팬들과 전문가들도 이 경기의 승자 예측을 쉽사리 하지 못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양 팀의 맞대결 전적은 4승 1패로 대한항공이 압도적인 우위를 달렸지만, 5라운드 맞대결에서는 현대캐피탈이 승리를 거둔 바 있다. 대한항공은 3연승을, 현대캐피탈은 6연승을 질주 중이었다. 두 팀의 기세도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하지만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것 없다’고 하던가. 경기는 대한항공의 일방적인 경기가 펼쳐졌다. 베테랑이 위주인 대한항공은 신예 선수들이 주축인 현대캐피탈에 한 수 위 경기력을 펼쳤다. 대한항공의 이날 경기는 마치 ‘배구의 정석’과도 같았다.
대한항공은 이날 팀 공격 성공률이 56.71%로 상당했다. 링컨이 20점(공격성공률 60.87%)을, 정지석이 14점(공격성공률 47.37%)을 올리며 승리를 견인했다. 두 선수는 서브 에이스를 8개나 합작해냈다.
두 선수를 이끈 건 ‘온리 원(Only One)’ 세터 한선수였다. 한선수는 이날 세트 56회 중 35회를 성공시켰다. 예상치 못한 공격 배분으로 현대캐피탈 전위 선수들의 수비 대응이 늦어졌고, 이는 대한항공의 손쉬운 득점으로 이어졌다.
수비도 틈이 없었다. 이날 리시브 효율은 39.13%로 현대캐피탈(24.19%)보다 15% 가까이 높았다. 블로킹도 시도한 24개 중 6개를 성공했고, 유효 블로킹도 6개였다. 공격수들도 블로킹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면서 현대캐피탈의 공격을 저지했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모든 게 풀리지 않았다. 허수봉과 오레올이 각각 14점씩 기록했지만 영향력이 대한항공에 비해 덜했다. 현대캐피탈은 1세트에 허수봉을 미들 블로커로 기용해 공격 배분 다양화를 노렸지만 실패로 끝났다. 허수봉 대신 1세트에 아포짓 스파이커로 나선 홍동선은 1세트에 1점에 그쳤다. 결국 2세트에 허수봉은 본 포지션인 아포짓 스파이커로 돌아갔다.
세터 이현승은 한선수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현승은 이날 시도한 43개의 세트 중 21개만 성공했다.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대한항공의 강력한 서브에 리시브가 흔들려 이현승이 정확한 공을 올리기도 어려웠지만, 이현승도 이날 경기에서는 이전과 달리 공격 전개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대한항공의 블로킹 벽에 잡아먹히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경기가 끝나고 최 감독은 “대한항공이 120%의 경기력을 발휘했다. 상대에 압도당했다. 이번 시즌 대한항공에 5패(1승)를 당했지만, 이렇게 완패한 건 처음”이라면서 상대를 극찬하며 “상대가 좋은 서브로 우리 팀의 경기력을 떨어뜨렸다. 자연스럽게 이단 연결 실수, 사인 미스 등이 나왔다”고 대한항공의 경기력을 높게 평가했다.
이어 “세터 이현승에게는 부담스러운 경기였을 것이다. 한두 차례 우리에게 기회가 왔는데 이현승이 고비를 넘지 못했다. 경험을 강제로 주입할 수는 없다 현승이가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중요한 경기를 치를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며 “상대 세터는 한선수다. 세터 차이는 확실히 있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인천=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