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햄버거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한우, 트러플, 아보카도 등 식재료를 사용한 고가의 버거가 등장하면서 가성비와 프리미엄 브랜드로 시장이 나뉘고 있다.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이 어느 쪽으로 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30일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버거시장은 2015년 2조3038억원에서 2020년 2조9636억원으로 28.6% 성장했다. 지난해 4조원을 돌파했고 내년엔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MZ세대의 소비 성향이 버거 시장의 성장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한다. 그간 햄버거는 패스트푸드나 정크푸드로만 간주됐지만 MZ세대의 주목을 받으면서 건강하고 신선한 재료를 이용한 프리미엄 버거의 수요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앞서 프리미엄 버거 열풍은 2016년 SPC그룹이 ‘쉐이크쉑’을 국내에 들어오며 시작됐다. 미국 현지에서 맛볼 수 있는 메뉴를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쉐이크쉑은 현재 국내에서 24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bhc그룹은 최근 미국 서부 대표 햄버거로 꼽히는 ‘슈퍼두퍼’를 국내에 열었다. 여기에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부문도 미국 3대 버거 중 하나인 ‘파이브 가이즈’를 내놓을 예정인 만큼 국내 버거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또 원양어업 전문기업 신라교역은 2020년 한국에서 철수한 ‘파파이스’를 재오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잠실 롯데월드몰에 입점한 ‘고든램지 버거’는 모피 전문 업체인 진경산업이 국내에 들여왔다. 고든램지 버거는 영국 출신 유명 요리사 고든 램지의 이름을 걸고 만들어진 브랜드다. 14만원의 고가에도 매일 전 수량 품절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프랜차이즈 햄버거 업체가 국내에서 성공한 것은 아니다. 대우산업개발은 오바마 버거로 잘 알려진 ‘굿스터프이터리’ 매장을 지난 5월 오픈했지만 문을 연 지 5개월 만에 사업을 접었다. 높은 가격에 비해 국내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최근 고물가 상황 속에서 이같은 성장세가 꺾일 거란 시선도 존재한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10.4%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4월(11.1%) 이후 13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외식물가 상승률은 7.5%를 기록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4.8%를 웃돌았다.
이에 기존 프랜차이즈 버거 업체들은 가성비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맘스터치는 풍부한 양과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대표적인 가성비 버거 브랜드다. 맘스터치의 매장은 1300개 이상으로 국내 햄버거 프랜차이즈 중 가장 많다. 대표제품인 싸이버거의 가격은 단품 4300원, 불고기버거는 3500원이다.
노브랜드버거는 더욱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입지를 넓히고 있다. 매장수도 올해 200개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브랜드 버거는 단품 2500~5900원, 세트 4500~7700원으로 타 브랜드보다 약 20% 저렴하다.
업계 관계자는 “햄버거 시장이 계속 성장 중인 것은 수치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며 “현재 버거 시장은 가성비와 프리미엄 두 방향으로 양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같은 성장세가 최근 고물가 상황 속에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살펴봐야 한다”며 “맥도날드, 롯데리아 등 기존 업체들은 가성비를 내세워 젊은 층을 타깃으로 다양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소비자의 선택이 어느 쪽으로 갈지는 지켜봐야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