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사면됐다가 사흘 만에 철회된 축구인 100인 명단 안에 승부조작 관련자 외에도 금전 비리, 폭력 행위로 인한 제명 및 무기한 자격정지를 받은 인원들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태경 의원실은 5일 “비위 축구인 100명을 기습 사면해 파문을 일으킨 가운데 사면 대상자 명단을 전격 입수했다. 승부조작 관련자 48명 외에도 금전 비리, 폭력 행위 등 제명·무기한자격정지를 받은 인원까지 포함됐다”고 밝혔다.
하태경 의원실이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사면 대상자 목록’에 따르면, 승부조작 관련자 48명 외에 금전 비리 8명, 선수·심판에 대한 폭력 5명, 실기테스트 부정행위 4명 등이 포함됐다.
하 의원은 “금전 비리로 무기한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8명은 당시 협회 내·외부에서 일어난 초대형 비리 사건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고 전했다.
이어 "2017년에 전·현직 임직원 12명이 부정한 법인카드 사용으로 형사 고발됐는데, 이들 중 4명이 사면 대상자에 오른 것으로 의심된다"며 "2010년에 제명된 사면 대상자 10명도 당시에 큰 논란이 됐던 뇌물 심판 비리 사건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지난해에 처분을 받아 징계 기간이 1년도 안 되는 8명에 대해서도 사면이 적용됐다. 유사 사례의 재발 방지 등 징계의 목적과 효과를 채 확인할 시간도 없이 협회가 무차별적인 사면을 단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협회는 지난달 28일 한국과 우루과이의 평가전을 한 시간 앞두고 앞두고 이사회를 열어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은 전·현직 선수와 지도자, 심판 등 100명을 사면했다. 사면 대상에는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에 가담했다가 제명된 선수 48명도 포함됐다. 나머지 52명에 대한 징계 사유는 공개하지 않았다.
축구계 안팎에서 거센 비판이 쏟아졌고, 결국 협회는 ‘기습 사면’ 사흘 만인 지난달 31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사면을 전면 철회했다.
후폭풍도 이어졌다. 지난 3일에는 선수 출신 이영표, 이동국 KFA 부회장과 조원희 사회공헌위원장이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어 4일에는 협회 부회장단과 이사진 전원이 일괄 사퇴했다.
하 의원은 “이번 ‘기습 사면’ 사태를 통해 축구협회가 얼마나 폐쇄적인 환경에서 방만한 운영을 해왔는지 명백하게 드러났다"며 "앞으로 축협은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