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못 생겼어도 크면 예뻐진다”는 엄마의 말. “딸기 우유만 마셔도 가슴이 커진다”던 친구들의 조언. 코 수술 안 해도 코를 계속 만져주면 콧대가 높아진다는 말에 손이 닳도록 코를 치켜올렸던 그 때 그 시절.
우리는 평상시 관리를 통해 얼마나 성형 효과를 보고 있는 걸까. 정말 노력만 하면 예뻐질 수 있는 걸까. 절실한 마음을 담아 전문가에게 물어봤다.
이번 인터뷰에는 정규진 영남대병원 성형외과 교수, 정동우 성형외과의원 원장, 변일환·이경민 성형외과 원장 그리고 대한성형외과의사회 공보위원회가 참여했다.
Q.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만져준다면 실제로 코나 얼굴 모양, 다리 모양 등에 긍정적 변화를 줄 수 있나요?
정동우 원장= 코는 남자의 경우 18세 전후, 여자는 16세 전후까지 성장을 하며, 유전과 영양 등 다양한 요소가 작용을 합니다. 단순히 코를 만진다고 해서 코의 모양이 변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성장기에는 모공, 모낭이 많은 코 부위를 자주 만지는 것이 여드름이나 피부 트러블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의사회= 성장기 어린이, 청소년에게 인위적이고 반복적인 외력을 가하면 코나 연골의 성장이 저해되거나 코가 휘어지는 상황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균형 잡힌 식습관과 올바른 생활습관, 충분한 운동으로 건강한 신체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Q. 학창시절 보조개를 만들고 싶어서 펜이나 뾰족한 물건으로 볼을 찍거나 누르던 친구들이 있었어요. 실제로 효과가 있는 건지, 위험성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의사회= 손가락이나 펜을 이용해 계속 누르면 보조개가 생긴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전혀 검증되지 않은 내용입니다. 얼굴의 한 지점에 반복적으로 압박을 가해 피부 아래 조직들이 손상을 입고 회복 과정에서 피부, 피하조직, 근육부위에 유착이 생겨 보조개가 생길 수 있다고 이론적으로 주장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정확하게 같은 지점에 계속적인 압박을 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얼굴 피부를 상하게 할 가능성이 훨씬 높을 겁니다. 그런 방법은 삼가는 게 좋습니다.
Q. 학생들이 자주 사용하는 쌍꺼풀 테이프와 접착제. 얼마나 어떻게 사용하는 게 좋을까요? 부작용은 없을까요?
변일환 원장= 쌍꺼풀 테이프 사용은 최소화하는 게 좋습니다. 테이프를 붙이고 떼는 행위 자체가 피부를 자극하며, 손상이 누적되면 피부가 딱딱하게 두꺼워지고 처진 눈매를 만들게 됩니다. 이 같은 습관은 나중에 쌍꺼풀 수술을 할 때에도 영향을 미치는데요. 자연스러운 수술 결과를 만드는 데 악영향을 줍니다. 쌍꺼풀 테이프나 액은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자제해 사용하시고 피부가 회복할 수 있도록 적어도 하루 이상 간격을 두고 쓰셔야 합니다.
정규진 교수= 실제로 쌍꺼풀 수술을 하러 오신 환자 중에는 테이프를 너무 오래 사용해서 쌍꺼풀라인의 피부가 굳은살처럼 된 분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원하는 쌍꺼풀라인으로 수술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피부가 좋아질 때까지 연고를 바르고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또 테이프나 접착제가 안구 쪽 결막에 붙어 유착되는 경우도 있어요. 눈 안쪽 점막은 약하기 때문에 반복적인 자극은 안구건조증, 심하면 복시 등의 부작용을 부를 수도 있습니다.
Q. SNS를 통해 얼굴이 작아지는 밴드, 지압기 등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런 제품들이 얼굴을 작게 하거나 윤곽을 선명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까요?
정동우 원장= 피곤하거나 컨디션이 안 좋은 경우, 얼굴이 부은 경우 마사지나 지압기, 밴드 등으로 눌러주면 림프관의 배출이 원활해지면서 부기가 빠져 얼굴이 작아지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들은 일시적입니다. 압력을 가하는 것으로 얼굴의 골격과 지방을 변화시킬 수는 없습니다.
Q. 딸기 우유를 먹으면 가슴이 커진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사실일까요? 민간요법 중 가슴이 정말 커지는 가능성을 가진 방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의사회= 딸기 우유를 마시면 가슴이 커진다는 이야기는 과학적 근거가 없습니다. 가슴 크기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타고나는 것, 즉 유전성입니다. 식이요법이나 운동을 통해 크기 변화가 약간 있을 수는 있습니다. 보통 살이 찌면 가슴에도 살이 쪄서 커지는 경향이 있습니다.(웃음)
변일환 원장 = 딸기 우유를 마시면 가슴이 커진다는 소문이 나온 이유는 딸기에 함유된 파이토 에스트로겐이라는 식물성 호르몬 때문인데요. 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이름만 비슷할 뿐 성적 발육을 촉진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우유에 단백질과 지방이 함유돼 있으니 많이 드시면 전반적으로 몸이 커지는 벌크업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가장 확실하면서도 안전한 가슴 확대 방법은 보형물을 이용한 수술입니다.
Q. 전문가님들이 접하신 속설이나 민간요법의 예를 들어주시고 주의하거나 참고해야할 점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정규진 교수= 인체에 사용하도록 허가되지 않은 공업용 실리콘, 파라핀 등을 얼굴 주름을 없애거나 가슴을 크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물질들이 피부 밑 몸속에 들어가게 되면 이물 반응 같은 염증 반응이 바로 일어나기도 하고, 길게는 수십 년이 지난 후에도 부작용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심한 경우 폐혈증처럼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니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이경민 원장= 강한 자극이나 충격으로 얼굴뼈를 축소시킬 수 있다면서 강한 힘으로 광대뼈와 사각턱뼈를 반복적으로 내려치는 경우를 본 적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뼈의 모양을 변화시킬 수가 없으며 미세골절 등의 위험성이 있는 만큼 추천하지 않습니다. 또 입술을 도톰하게 하기 위해 병의 입구에 입술을 대고 진공상태를 만들어 붓게 만드는 방법도 들은 적이 있는데요. 부기로 인해 일시적으로 두터워질 수는 있겠지만 반복했을 때 미세출혈, 입 주변부 착색, 염증 등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Q. 모두가 바라는 예뻐지는 방법, 무엇인가요?
정동우 원장= 가장 중요한 방법은 노화를 막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름을 방지하기 위해 수분을 자주 섭취해서 몸이 적절한 수분을 유지하고 건조한 겨울에는 실내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정규진 교수= 피부 노화를 유발하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가 햇빛, 특히 자외선입니다. 광노화라고 부르는데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주름에 비해 조금 더 굵은 주름을 만들고, 착색을 더하거나 피부 탄력을 떨어지게 합니다. 이러한 광노화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야외 활동 시 선크림 같은 차단제를 꼭 사용하고, 모자나 양산 등을 이용할 것을 추천합니다.
의사회= 아름다움은 천편일률적인 것이 아닌, 개인의 개성에 따라 다른 것입니다. 외모가 빛나기 위해서는 먼저 자존감을 높이고,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랬구나. 그 동안 예뻐지고자 했던 노력들은 사실 근거나 효과가 없는 행위였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중요한 건 예뻐지고 건강해지고 있다는 스스로를 향한 노력과 믿음이 아닐까. 물론 확실한 효과를 보고 싶다면 어느 정도 투자는 필요하겠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