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구균 백신을 접종할 때 백신에 담긴 혈청형 개수가 많은 제품을 선택하기보다 국내 환자에게 적절한 효과가 있는 제품을 골라야 한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나왔다.
김동현 인하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26일 한국화이자제약 본사에서 열린 ‘세계예방접종구간 기념 백신 클래스’에서 “국내 호흡기 질환 사망 원인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폐렴은 선제적 예방이 중요한데, 백신의 유효성을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김 교수에 따르면 백신 유효성 평가 요소에는 크게 면역원성, 효능, 효과가 있다. 면역원성은 어떤 물질이 체내에 침입한 경우 체내 면역을 성립시키는 성질을 말한다. 효과는 예방하고자 하는 질병의 발생이 실제로 얼마나 감소했는지를 나타낸다.
김 교수는 “면역원성 연구만으로는 백신의 직접적인 효과를 예측하는 데 불충분하다고 알려진 바 있다. 효과야 말로 백신 유효성의 중요한 지표로 꼽힌다”며 “특히 폐렴구균 백신의 혈청형 구성은 인구 대상에 대한 적절한 역학 데이터를 바탕으로 국가 규제당국과 협의돼야 한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특정 역학 환경에서 혈청형 추가가 예방 효과의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입증된 근거가 없다. 백신 우수성을 혈청형 개수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질병관리청 자료를 보면 23가 백신은 1회 접종 시 미접종군 대비 51%의 폐렴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13가 백신은 80% 이상의 예방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2019~2021년 사이 성인을 대상으로 국내에서 진행된 침습성폐렴구균 질환 감시 연구에 따르면 만성질환자나 고령자의 경우 3 혈청형과 19A 혈청형이 포함된 백신의 개별적인 접종이 필요한 것으로 제언됐다.
더불어 2014~2016년 이뤄진 조사에서는 국내 44개 병원이 수집한 폐렴구균 1855주 중 46.2%가 항생제 다제내성 균주였으며, 그 중 혈청형 19A가 82.8%의 높은 비율로 항생제 다제내성을 보였다. 항생제 내성 비율이 높은 혈청형은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중증 질병 발생 위험성을 감소시키기 위해 통제가 필요하다.
이에 김 교수는 2014년 PVC 13가 백신이 소아 대상 국가예방접종(NIP)에 포함된 이후 10년가량 지난 현 시점에서 실제 국내 역학 연구를 공유하며, 역학에 따른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소아 NIP 중 혈청형 3과 19A를 모두 포함한 백신은 PCV 13이 유일하다.
그는 “올해 발표된 국내 연구 결과에 의하면 50세 이상 환자에서 3 혈청형 증가가 관찰됐지만 영유아에서는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며 “이 같은 결과는 영유아 대상 13가 단백결합 백신의 NIP 도입을 통한 효과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고령자에게도 PCV 13 접종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폐렴구균은 폐렴은 물론 혈액이나 뇌수막을 침투해 침습성 질환을 일으킬 수 있으며 신경학적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질환이다. 또한 높은 유병자수, 사망자수, 사망률을 보이며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만 2세~59개월 영아에게 단백결합백신 10가나 13가 둘 중 하나를 3회 접종하도록 했고, 65세 이상 고령환자를 대상으로 23가 다당백신(PPSV23) 접종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