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52·남)는 지난 2016년 중증 천식을 진단받았다.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흡입스테로이드 치료를 매일 같이 열심히 받고 있지만 좀처럼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다. 밤에는 발작적으로 기침을 하고 한 달에 한 번꼴로 갑자기 숨을 못 쉬어 직장을 뛰쳐나와 병원을 가야한다. 결국 경구 스테로이드까지 복용하고 있지만 머리가 빠지고 살이 찌는 부작용을 겪는 상황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의사가 비싸지만 써보겠냐고 권유한 ‘생물학적제제’를 만난 이후 삶이 달라졌다. A씨는 “밤낮없이 기침하고 색색거리는 증상 탓에 집에서는 식구들, 밖에서는 회사 동료들의 눈치를 봐야했다. 경구 스테로이드까지 복용하면서 기침은 완화됐지만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며 “생물학적제제 주사제를 맞은 이후 깜짝 놀랄 정도로 증상이 좋아졌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치료를 이어가지 못하고 중도 포기했다”고 토로했다.
건강보험자료 공유서비스(NHISS) 분석 통계에 따르면 천식 유병률은 2006년 1.62%에서 2015년 4.74%로 증가세에 있다. 사망률 또한 2002년 대비 2015년 2.9배 이상 증가했다. 그 중에서 중증천식 유병률은 6.1~10%로 10명 중 1명꼴이지만, 외래방문 횟수는 경증천식에 비해 약 3배, 연간 입원횟수는 2배 높다. 또한 경증천식과 비교해 외래 비용은 3배, 약제 비용(생물학적제제 비포함)은 9~10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김태범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27일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세계 천식의 날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중증 천식 환자는 흡입제로 증상이 개선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경구 스테로이드를 복용하게 된다. 오래 복용하면 녹내장, 비만, 고혈압, 당뇨 등의 부작용을 겪게 되고 합병증 발생률과 사망률이 높아진다”며 “다행히 최근에는 중증 천식 치료에 효과가 탁월한 다양한 생물학적제제가 등장하고 있다. 세계천식기구, 국내 진료 지침 등에서는 환자에게 맞춤형 생물학적제제를 투약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중증천식은 환자마다 원인이 다르다. 공통적으로 기관지 내 염증이 증상을 일으키는 원인이지만 그 염증을 유발시키는 ‘표현형’은 차이가 있다. 해외에서는 다양한 천식의 표현형별로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더불어 생물학적제제가 고가의 가격인 만큼 미국, 유럽, 일본, 호주 등에서는 보험 혜택을 제공한다.
김 교수는 “한국도 여러 생물학적제제가 존재하지만 국내 최초 도입된 오말리주맙만이 알레르기 천식 환자를 대상으로 한 급여권 논의 중에 있다. 일부 알레르기 천식환자만 급여로 사용이 가능해져 치료는 여전히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보험 급여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은 한 달에 한 번 200만원을 내고 주사를 맞아야 한다. 이 때문에 의사도 쉽사리 환자에게 약을 추천할 수 없고, 쓰더라도 중도 포기하는 환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장안수 순천향대학교병원 부속 부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도 “다른 주요 국가들은 다양한 중증 천식 생물학적제제에 보험 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한국은 유독 보험 급여 환경이 열악하다”며 “환자마다 다른 표현형을 갖고 있는데, 모든 중증천식을 하나로 묶어서 다 같은 약을 쓴다고 보는 것은 임상 현장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급여 평가에서 이런 부분들을 충분히 적용하고 심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스테로이드제 의존성 천식 경우 그렇지 않은 천식에 비해 사망률도 더 높은 것으로 보고돼 경구 스테로이드제 사용을 줄일 수 있는 생물학적제제에 대한 접근성 확대가 더욱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