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왕’이 다시 챔피언결정전 MVP에 올랐다.
안양 KGC는 7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 서울 SK와 7차전을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100대 97로 승리했다. 시리즈 전적 4승 3패를 기록한 KGC는 2020~2021시즌 이후 2시즌 만이자 구단 통산 4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지난 시즌 SK에 막혀 준우승에 그쳤던 KGC는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해 고양 데이원을 3승 1패로 꺾고 챔피언결정전에 올랐고, 챔피언결정전에서 지난 시즌 리벤지를 성공했다. 정규리그 1위, 동아시아슈퍼리그(EASL) 우승을 달성한 KGC는 챔피언결정전까지 정복하며 트레블을 달성했다. 최근 3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오르는 등 명실상부 현시대 최강의 팀으로 우뚝 섰다.
챔피언결정전 MVP는 오세근에게 돌아갔다. 오세근은 기자단 투표 94표 중 71표를 받았다.
오세근은 “시즌 전 우리를 우승 후보라고, 강팀이라고 말해준 분들이 한 명도 없다. 하지만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통합 우승, 동아시아슈퍼리그(EASL) 우승까지 했다. 선수들이 각자 위치에서 정말 열심히 했다. 7차전까지 와서 우승해 너무 값지고, 너무 기분이 좋고, 너무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정규리그에서는 평균 27분여를 뛰며 13.1점 6.4리바운드를 기록했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는 평균 35분을 넘게 소화하며 평균 19.1점 10.0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그는 챔피언결정전에의 맹활약 비결에 대해 “정규리그는 긴 레이스다. 오마리 스펠맨과 변준형이 있기에 정규리그 때는 뒤에서 받쳐주는 역할을 했다”라면서 “플레이오프는 정규리그와 완전 다른 무대다. (양)희종이 형도 많이 못 뛰는 상황이었다. 코트에서 선수들을 다독거리고, 이끌어주고, 화낼 때는 화를 냈다. 그렇게 집중을 하다보니 더 힘이 생기고, 더 집중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세근은 경기 종료 31초 전 98대 97로 앞선 긴박한 상황에서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낸 동시에 파울을 얻어냈다. SK가 팀 파울에 걸려 오세근은 자유투를 시도하게 됐다. 오세근은 침착하게 자유투 2구를 모두 성공해 승부를 매조지었다.
그는 “아무렇지 않았다. 중요한 리바운드였는데 마침 또 내 손에 떨어졌다. 뺏기지만 말아야지라는 생각으로 볼을 잘 잡고 있었는데 파울이 불렸다. 운이 좋게 자유투도 성공했다”면서 “떨리는 것은 없었다. 마음 편하게 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2016~2017시즌 이후 통산 3번째 챔피언결정전 MVP를 수상한 오세근은 “오랜만에 상을 받는 것 같다. 오랜만에 받는 상이 큰 상이라 감회가 남다르다. 정말 선수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큰 상을 받지 못했을 것 같다”고 공을 돌리기도 했다.
오세근은 데뷔 시즌이던 2011~2012시즌 신인왕과 챔피언결정전 MVP에 오르면서 한국 농구를 이끌어갈 재목으로 뽑혔다. 하지만 몇 차례 큰 부상에 시즌을 아예 날린 적도 있다. 건강할 때는 최고의 활약을 펼치지만 부상이 잦아 ‘건세근(건강한 오세근)은 아무도 막을 수 없다’는 웃픈 말이 나오기도 했다.
오세근은 “개인적으로 나는 노력을 많이 하는 선수라 자부하고 있다. 운동도 늦게 시작했고, 부상도 많았다.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이렇게 농구를 하고 있다”라면서도 “학생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화려한 농구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나처럼 해도 농구를 잘한다는 소리가 나오니까 기본기부터 잘 닦으면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다”고 후배들에게 조언도 건넸다.
또 오세근은 “농구 인생이 나보다 롤러코스터인 선수는 거의 없을 것 같다. 바닥도 찍어봤다. 안 좋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진짜 독하게 마음을 먹고 운동했다”라면서 “‘두고 보자’는 마음 하나로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고 농구 인생을 돌아봤다.
오세근은 이제 두 번째 자유 계약(FA) 자격을 얻는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접어들었지만 오세근은 여전히 KBL 최고 레벨의 선수다. 많은 구단들이 그에게 러브콜을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오세근은 “안양에서 12년 정도 있었다. 다른 곳에 간다는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 다른 곳에 가면 이상할 것 같다. "구단에서도 신경을 써줄 것 같다. 나도 이제 나이가 있으니 미래를 생각하겠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우승 반지를)4개 채우는 것도 너무 힘들었다. 지난 시즌이 좋은 기회였는데 여러 악재가 있었다. 실패를 우승으로 보상 받은 것 같아서 너무 좋다. 기회가 된다면 5개까지 끼고 싶다”고 강조했다.
안양=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