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씨(가명·42세·남)는 얼마 전 조카가 높은 저밀도(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보여 약물을 처방받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30대 초반 조카가 벌써 콜레스테롤 치료를 받기 시작했단 소식에 평소 건강에 관심이 많던 김 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을 찾았다. 혈액 검사 결과 본인도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치료를 요할 정도로 높은 것을 확인했다. 병원에서는 김씨의 병명을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으로 진단했는데, 유전성 질환이라 김씨 가족들도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족은 정서적으로도 가장 가까운 공동체이면서, 신체적으로는 질환과 건강에 관련된 다양한 요인을 공유하는 관계다.
특히 가족성 질환 가운데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처럼, 일반적인 만성질환으로 오인할 수 있지만 사실 유전성 질환인 경우도 있다. 이는 빠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심각한 질환으로 경각심이 요구된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은 조기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매우 높다.
유전성 지질대사 질환인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은 혈중 LDL 콜레스테롤의 농도를 조절하는 한 쌍의 LDL 수용체의 염색체에 유전적 결함이 있을 때 발현된다. LDL수용체에 결함이 있으면 LDL 콜레스테롤이 원활히 제거되지 않고, 자연히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져 이르면 청소년기부터 심혈관질환 위험에 노출된다. 이처럼 유전적 결함으로 인한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의 경우, 제때 치료를 받지 않으면 60%가 심혈관질환에 의해 사망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윤혁준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은 만약 부모 중 한 명이라도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라면 자녀에게 50%의 확률로 유전되는 비교적 흔한 유전성 질환”이라며 “그럼에도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잘 알려지지 않은 편이라 LDL 콜레스테롤 수치 강하가 시급한 환자들이 치료시기를 놓쳐 조기 심혈관질환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만약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으로 진단 받았다면 최대한 빨리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일차 약제로는 흔히 고용량 스타틴이 사용되며 이후 에제티미브가 병용된다. 하지만 많은 환자가 두 가지 치료 옵션만으로는 LDL 콜레스테롤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비스타틴 약제인 PCSK9(Proprotein Convertase Subilisin/Kexin type9) 억제제처럼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강력하게 낮추는 치료 옵션을 사용해야 한다.
올해 1월부터는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에서 PCSK9 억제제 급여 기준이 확대되면서 더 많은 환자가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윤 교수는 “치료 방법이 제한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PCSK9 억제제 급여 확대로 치료 환경이 개선된 만큼 가정의 달을 맞아 나와 내 가족의 콜레스테롤 수치에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면서 “가족 중에 심혈관질환을 앓은 병력이 있는 등 내 가족이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으로 의심된다면 가능한 한 빨리 진단과 가이드라인이 권고하는 LDL 콜레스테롤 강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