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들이 학생들의 식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확대 시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주변 상권을 포함한 지역사회와의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천원의 아침밥 사업은 대학에서 판매하는 아침 식사를 대학생들이 1000원에 먹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학생이 1000원을 내면 정부가 1000원을, 나머지 금액 1500~3000원 정도를 학교가 부담한다. 아침 결식률이 높은 대학생들의 건강을 지키고 동시에 쌀 소비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시작했다.식수 인원은 대학 형편에 따라 다르다. 학교 부담 금액을 대학 자체 재원으로 해결하기 때문이다. 한정된 식수 인원으로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아침 식권을 선착순으로 판매하고 있다.
천원의 아침밥 사업 운영 7년 차에 들어선 경희대학교는 현재 매일 재학생 130명에게 아침밥을 제공하고 있다. 식권은 판매 30분 만에 동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아침밥을 먹으러 온 미디어학과 노주은(22·여)씨는 “주 3회 정도 천원의 아침밥을 챙겨 먹고 있다”며 “평소에 사 먹던 간편식보다 싸서 자주 찾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아침을 먹기 위해 학생식당을 찾게 되었다는 영어영문학과 박상혁(26)씨는 “평소 빵이나 라면 등으로 아침을 해결했는데 밥과 국, 반찬이 갖춰진 식사를 할 수 있어 든든하다”고 했다.
천원의 아침밥이 학생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의도치 않은 부작용도 생겨났다. 재학생과 지역 주민 사이에서 갈등이 빚어진 것이다. 사업 시행 초기 경희대 학생식당은 별도 신분 확인 절차 없이 식권을 팔았다. 준비한 식권이 빠르게 소진되어 재학생들이 밥을 먹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학생들은 식권 부정 구매라며 항의했다. 이를 계기로 경희대는 천원의 아침밥 식권 구매 시 학생증 제시 등 신분 확인을 거친 후 배식받도록 운영 방식을 바꿨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 거주하는 취업준비생 김민진(28·여)씨는 “종종 경희대 학생식당에서 아침밥을 사서 먹었다”면서 “사업 시행 이후에는 불청객처럼 느껴져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사업 확대는 주변 상권과의 마찰도 불러왔다. 경희대학교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지난 학기에는 아침에 밥을 먹으러 오는 대학생들이 많았다. 그러나 현재는 대학생 손님이 주에 2~3명에 그칠 정도로 줄었다”며 “매출에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 역시 “이번 학기부터 아침 시간에 오는 학생이 현저하게 줄었다. 아침 매출이 이전에 비해 60% 정도 감소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편의점도 마찬가지다. 경희대학교 기숙사 내에 위치한 편의점 점주 김용진(58)씨는 “오전에 삼각김밥 등 간편식을 구매하는 기숙사생들이 확연히 감소했다”며 “2019년 코로나19 이전 대비 김밥 발주량이 20% 정도 줄었다”고 밝혔다. 상인들은 대학에서 식수 인원을 늘리거나 사업 범위를 점심·저녁으로 확장하게 될까 걱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희대뿐 아니다. 최근 천원의 아침밥에 대한 대학과 재학생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정부는 사업 규모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사업 대상 학교를 기존 41개교에서 145개교로 추가 지원하고, 식수 인원도 기존 69만명에서 234만명으로 확대 지원하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산업과 권준엽 사무관은 현재 벌어지는 상권 침해 부작용에 대해서 “주변 식당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아침밥 사업 운영 시간을 조금 더 당겨서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권혜진 쿠키청년기자 hannahke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