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강수 둔 KBS 사장 “수신료 분리징수 즉시 철회하라”

사퇴 강수 둔 KBS 사장 “수신료 분리징수 즉시 철회하라”

기사승인 2023-06-08 13:38:23
김의철 KBS 사장. KBS

대통령실이 추진하는 TV 수신료 분리징수에 김의철 KBS 사장이 사퇴를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통령을 향해 분리징수를 즉시 철회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철회되는 즉시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8일 서울 여의도동 KBS 아트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만일 전임 정권에서 사장으로 임명된 내가 문제라면 내가 사장직을 내려놓겠다. 그러니 대통령께서는 공영방송의 근간을 뒤흔드는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을 즉각 철회해달라”고 청했다.

김 사장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한편,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KBS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수신료 징수 방안을 논의하자고 공개 제안했다.

TV 수신료는 1994년부터 전기요금에 병합해 징수하고 있다. 텔레비전 수상기를 가진 가정은 전기요금에 TV 수신료 월 2500원을 포함해 내야 한다. 정부는 지난 3월9일부터 한 달 동안 진행한 국민참여토론 결과를 토대로, TV 수신료를 전기요금에서 분리해 징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대통령실은 법령 개정과 후속 조치 이행 방안을 마련하라고 방통위와 산자부에 권고했다.

KBS 사옥 전경. KBS

김 사장은 “분리징수 권고 결정은 내용과 절차에 문제가 있다”면서 국민참여토론을 통한 여론 수렴 절차에서 국내외 수신료 관련 정보가 부정확하고 불충분하게 제공됐다고 지적했다. 권고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KBS의 의견을 묻는 절차를 생략했다면서 “이번 권고안 결정에 공영방송의 의미와 역할을 깊이 성찰하고 고민했는지, 여러 분야 전문가가 참여해 충분히 논의했는지 강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 사장은 이어 “KBS는 최저 비용으로 최대 효율을 달성하고 있다”며 “지난해 징수 비용을 제외하고 6200억원 정도인 순 수신료 수입은 분리징수를 도입할 경우 1000억원대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국민들이 KBS에 부여한 다양한 공적 책무를 도저히 이행할 수 없는 상황으로 직결된다. 결국 분리징수로 인한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TV 수신료 분리징수 도입을 둘러싼 진통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KBS 소수 이사들은 이날 오후 3시 KBS 본관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 경영진 및 이사진에게 동반 사퇴를 촉구할 예정이다. 경영진과 이사진이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에 대한 책임을 사퇴로써 이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전날 성명을 내 “(TV 수신료 분리징수는) 공영방송 장악을 넘어 해체를 획책하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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