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별세상이야. 병원에 안 가도 이런 기기만 있으면 아무 곳에서나 내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니 말이야.”
72세 김시환(가명) 씨가 서울에서 이뤄진 건강 박람회를 참관하며 탄성을 냈다. 김 씨는 두 손에 기념품과 부스 안내책자를 가득 쥔 채 이어서 둘러볼 전시 부스를 찾았다. 그는 “디지털이라는 게 어려운 건 줄로만 알았는데 경험해보니 별 것도 아닌 것 같아. 노인들이 꾸준히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좋은 기술이 많아”라고 말했다.
14일 낮 12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어린 아이들부터 어르신들까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북적였다. 13일부터 3일간 문을 연 ‘2023 서울헬스쇼’에 참여하기 위해 모여든 인파였다.
서울헬스쇼는 헬스케어 기업들의 콘텐츠와 신기술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도심 속 건강 박람회로, 유용한 건강 지식을 공유하고 스마트 기술을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50개 국내외 헬스케어 기업이 함께한 박람회 현장은 다양한 건강 체험 테마를 준비한 부스들이 들어차 눈길을 끌었다. 인공지능(AI)과 생체신호를 결합해 만성질환부터 수면, 운동, 스트레스 등을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들도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기업들은 쉽게 이용하기 어려웠던 여러 디지털 기기들을 선보이며 체험 기회를 줬다.
AI 의료기기 업체인 뷰노가 차린 부스에서는 심전도로 심장 나이와 부정맥 신호를 측정하는 ‘하티브’를 선보였다. 손바닥 만한 기기를 30초 동안 들고 있으면 모니터에 심장 리듬이 그려졌다. 부스를 찾은 최진희(가명·43세) 씨는 “잡고만 있으면 심장 상태를 알 수 있다니 신기했다. 40세가 넘는 나이에도 심장 나이가 35세로 나와서 기분이 좋다”며 “주변에 심장이 좋지 않거나 나이 많은 가족이 있다면 생활 속에서 도움이 될 것 같다. 가족이 함께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이점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모션 인식 기술로 자세와 관절 가동 범위를 살펴주는 운동처방 솔루션 기업 리얼피티의 부스에서는 TV 화면을 앞에 두고 자신의 모습을 이리저리 비춰보는 참관객들이 보였다. 10살 딸과 체험에 나선 김민희(39세) 씨는 “출산 이후 골반이 비틀어진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단 몇 분 만에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있어 신기했다”며 “내 몸에 맞는 개인 운동까지 제공해 편리했다. 여유가 된다면 헬스장 다닐 돈을 아껴서 구입해보고 싶다”고 했다.
수면 전문 유튜브 콘텐츠 에스옴니 부스에서는 참관객에게 딱 맞는 수면 영상을 찾아줬다. 더불어 편안한 쇼파에서 쉴 수 있는 이벤트를 마련하기도 했다. 에스옴니는 심장 리듬, 수면 습관 등을 AI로 분석해 개인 맞춤형 수면 솔루션을 제공하는 디지털 플랫폼 기술을 이달 말 출시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 외에도 수면 중 산소포화도를 파악해 숙면에 도움이 되는 관리법을 제안한 오투부스터, 스마트워치로 운동량 등을 따져 암 관리법을 조언하는 세컨드닥터, 혈압 등을 측정해 비대면의료 서비스로 연계하는 라이프시맨틱스의 원격상담 단말기 등이 주목을 받았다.
더불어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 편견을 깨고 새로운 건강 관리법에 한 발 다가간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76세 한석모(가명) 씨는 “내 나이가 곧 80세이지만 건강에 대한 욕구는 나이가 들수록 더 커진다. 옛날과 달리 새로운 기술들이 많이 나와 건강이 나빠지기 전에 미리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늘었다”며 “제품을 구입하려다가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 할까봐 망설인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체험을 하고나니 조금만 배우면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 기업 부스 관계자는 “나이 든 분들은 디지털 장비를 피하거나 어려워하실 줄 알았는데, 곧잘 이해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특히 스마트워치를 활용한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면서 “이런 체험 기회가 더 많아지면 머지않아 고령층도 디지털 기술로 편리하게 자신의 건강을 돌보고 관리하고자 하는 의지가 높아질 것이다”라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