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청소년 대회에선 성공 연속…성인 대표팀은 왜 부진하나

한국 축구, 청소년 대회에선 성공 연속…성인 대표팀은 왜 부진하나

기사승인 2023-06-16 06:00:04
지난 14일 귀국 현장에서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는 김은중 감독. 대한축구협회(KFA)

최근 청소년 대표팀이 국제 무대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와 반면 성인 대표팀은 청소년 대표팀과 같은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지난 5월 개최된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 대표팀은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4위를 차지했다.

조별리그에서 1승 2무를 거둬 조 2위로 16강에서 에콰도르를, 8강전에서 나이지라아를 차례로 꺾고 4강 무대에 올랐다. 비록 4강전에서 이탈리아에, 3·4위전에서 이스라엘에 차례로 패배했지만, ‘골짜기 세대’라는 오명을 딛고 기적을 써갔다. 이번 대표팀의 경우 특출난 스타 없이 K리그 유망주들로 구성됐음에도 호성적을 썼다.

최근 U-20 월드컵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한국 축구다.

2009년과 2013년 대회에선 8강까지 진출했고 2011년과 2017년 대회에도 조별리그를 통과해 16강 무대를 밟았다. 2019년 대회에서는 ‘골든볼’을 수상한 이강인(마요그카)을 앞세워 준우승을 달성했다. 한국 남자축구가 FIFA 주관 대회에서 결승까지 진출한 것은 이 대회가 처음이었다.

반면 성인 대표팀은 국제무대에서 다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겨울에 열린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 무대에 진출하긴 했지만, 그전 두 대회에서는 연속으로 조별리그 탈락 수모를 겪었다. 또 아시안컵에서는 1960년 이후 어느덧 60년 넘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

성인 대표팀이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이 다소 부족한 이유로는 유망주 선수들의 성장 부족이 거론됐다.

어린 선수들 중 극소수만 프로에 입단할 수 있는 기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프로에 입단하면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경쟁을 계속해 이어가야 한다. 한창 성장을 해야 할 나이에 기회를 잡지 못하고 경기를 뛰지 못하면서 성장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평범한 선수로 전락하고 있다.

성장에 실패한 선수들은 선수 경력을 포기하고 은퇴를 결정하는 경우도 잦다. 이로 인해 선수 수급이 줄어들고, 이는 대표팀의 경쟁력 약화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유소년 시절에 많은 경기를 소화했던 선수들이 프로에 와서 경기를 뛰지 못하다 보니 성장이 멈추거나 후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위해 팀에서는 선수들이 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최근 프로팀 중 일부는 2군팀을 만들어 K4(4부리그) 리그에 참가시키고 있다”라면서도 “또 많은 팀들이 유망주 선수들에게 임대 기회를 주고 있지만, 시야를 넓혀 해외 리그에도 임대를 보내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럽이나 남미 국가들은 연령별 월드컵에 신경을 덜 쓰기 때문에 한국이 유독 청소년 대표팀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축구 강국들은 나이가 어리더라도 이미 1군 성인무대에 올라간 선수들은 다시 유소년 시스템으로 내리지 않는다. 해당 선수가 성인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게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움직인다.

대표적으로 카타르 월드컵에서 활약한 잉글랜드의 주드 벨링엄(레알 마드리드)는 2004년생임에도 불구하고 2020년에 성인 대표팀에 발탁된 이후 꾸준히 뛰고 있다.  

반면 한국은 대회에서 성적을 거두기 위해 기량이 뛰어난 유망주 선수를 여러 연령별 대표팀에서 동시적으로 활용한다. 이로 인해 각 연령별 대표팀에서 제 때 활용을 하지 못하면서 선수와 긴 호흡으로 경기를 뛰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큰 무대에서 활약하며 성장할 기회를 놓치는 셈이다.

지난 11월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끈 파울루 벤투 감독. 대한축구협회(KFA)

‘성적 지상주의’도 성인 대표팀이 지속성을 가지 못하고 무너지는 이유 중 하나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대표팀을 지도한 파울루 벤투 감독은 계속된 위기에도 자신의 축구 이론을 고집하며, 대표팀을 16강으로 이끄는 데 성공했다. 반면 2014년과 2018년에는 당시 대표팀을 이끌던 감독이 조금 부진하자 곧장 감독을 경질하고, 홍명보 감독과 신태용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기존 감독들이 쌓아온 연속성이 끊어지고, 급하게 지휘봉을 잡은 감독들은 자신의 색채를 낼 시간이 부족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대표팀은 새로운 전술에 적응을 하다가 그대로 월드컵이 끝나는 것을 바라만 봐야 했다.

축구계 관계자는 “벤투 감독 체제에서는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지만, 이번 클린스만호 역시  꾸준히 바라보는 스탠스가 분명해야 한다”라면서 “감독이 자신의 색채를 낼 수 있는 시간을 믿고 기다려줘야 한다”고 전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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